은행권이 영세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코로나19 발(發) ‘상환유예’로 골머리다 / 사진 = 픽사베이

[서울와이어 한보라 기자] 은행권이 영세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코로나19 발(發) ‘상환유예’로 골머리다. 현재까지 전(全)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중소기업 대출원금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규모는 56조8000억원. 개중 1금융권이 담당한 규모만 68%(13만2000건)에 달한다. 

 

앞서 금융당국은 7월부터 시중은행에 감독규정 개정안을 적용해 개인사업자 대출여력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예대율) 기준을 현행 100%에서 85%로 낮춰 기존에는 예수금으로 충당해야 했던 자금을 대출 실탄으로 돌리겠다는 의미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또한 소상공인 유동성 공급을 독려했다. 특히 은행이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개인사업자에 대한 상환부담을 경감해 주는 ‘개인사업자대출119’ 제도 활성화를 강조했다. 당국의 주문은 한결같다. 금융지원을 통해 실물경제 버팀목을 마련해달라는 것.

 

은행권에서도 취지는 공감하는 듯하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괴리에 대한 우려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을 책무로 삼은 셈이다. 문제는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등의 단기적인 지원만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냐는 점이다. 

 

특히 거시적인 지원이 동반되지 않은 상환유예는 조삼모사(朝三暮四)식의 ‘폭탄 돌리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염려했다. 정부에서 9월 끝나는 대출원금 및 이자 상환유예를 3개월 정도 추가 연장할 것으로 점쳐지면서다. 

 

지난 3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일시적인 자금경색으로 영업기반을 상실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만기연장 유예 건은 금융권과의 협의를 거쳐 운영기간 종료 전에 선제 검토해 발표하겠다”고 알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또한 지난 달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에 참가해 “상황이 어려울 경우 9월이 됐다고 우리가 갑자기 손을 털 수는 없다”면서 2라운드를 예고한 바 있다. 금융권으로 하여금 만기 재연장을 넌지시 언질한 셈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에서 리스크 관리 책임을 일방적으로 은행에게 책임을 지우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경기 후행지표인 연체율까지 서서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2분기부터는 본격적인 타격이 가시화되리라는 전망에서다. 

 

실제 지난 달 17일 기준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대기업(89조원)과 중소기업(474조1140억원) 모두 빠르게 늘었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세가 거셌던 3~4월 크게 늘었다. 기업대출 연체율 또한 0.24∼0.41%로 최대 0.05%p 상승했다.

 

이와 관련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제가 좋았을 때는 만기연장이 큰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재점화되며 경제가 안 풀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출연장은 모르겠지만 이자유예는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우려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후일을 대비해 부실이 발생하지 않은 정상기업에게도 이자유예를 권고하고 있는데 그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은행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는데 이렇게 가다간 정말 필요한 부분에 자금을 투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는 건전성 보다는 금융지원을 1순위로 생각하고 있지만, 6개월 간 연기했던 걸 대출을 한 번에 상환하라고 하면 갚을 수 있을까.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장기전이 되면 대출자금 축소,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된 이자 등으로 함께 힘들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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