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 1기 집권 후반기 시작을 앞두고 ‘백악관 어른 3인방’으로 불리던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사진 왼쪽부터)이 모두 사임해 세계 경제 혼란이 우려된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 1기 집권 후반기 시작을 앞두고 ‘백악관 어른들’이 모두 사라지며 전 세계가 우려와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충동적 언행으로 혼란을 거듭한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까지 경제·외교 분야에서 일정한 성과를 도출한 것은 대통령의 독단을 견제하던 백악관의 어른 3인방이 큰 몫을 해왔기 때문이라며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미국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에 반대했던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사임을 결정했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어른의 축’(axis of adults)으로 불리던 매티스 장관 사임 소식에 전 세계의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을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혼자서 결정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비용을 두고 민주당과 줄다리기를 하면서 연방정부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된 상황에서도 “국경장벽 건설이 인정되지 않으면 예산안 서명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경기 둔화 전망과 미국의 정치 혼란이 세계 증시를 뒤흔들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장벽건설을 인정하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셧다운 사태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을 막아왔던 ‘키 맨’들이 모두 사라지면서 의회와의 대립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내년 1월 3일부터는 지난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을 유지하지만 하원은 민주당이 장악해 정책 정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경계 대상이 불법이민자 문제와 무역 마찰 등 미국우선주의 정책에 부합한 문제뿐만 아니라 금융 등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이에 따른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정책에 “금리인상을 중단하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금리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다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연준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고 뉴욕증시가 폭락하는 등 자신의 ‘성과’가 피해를 입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해임설이 나돌면서 크리스마스를 앞둔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 다우지수는 2만2000 선이 무너졌다.

 

주가 폭락 불안을 해소하고자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23일 미국 6대 대형 은행 최고경영자(CEO), 금융당국자들과 전화 통화 후 “이들 은행이 모두 개인과 기업에 대한 대출을 물론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튿날 주가가 2.91% 더 급락하자 이번엔 므누신 장관 해임이 검토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믿고 있다. 그는 재능이 많고 현명한 사람”이라며 신뢰를 표시했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고 잘하고 있다. 지금이 주식을 사야 할 절호의 기회”라고 말하며 주식 투자를 촉구하기도 했다.

 

연준에 대해서도 “분명한 신뢰를 갖고 있다”며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바로잡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소 완화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금융시장의 혼란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공화당이 의회에서 세력을 상실하면서 국내 정책에서 외교 정책으로 주도권을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매티스 장관이 사임해 미국 정치 리스크가 확대,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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