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법원 공시송달 효력 발생, 주식 압류 가능
일본제철 상고 발표, 日정부 보복 검토중
50년 양사 협력 관계 속 탄생한 첫 합작법인
21세기 철강업계 구조개편 속 전략적 제휴 산물
양사 투자기업이란 이유로 논란의 중심에 서다

포스코 광양 3고로가 초대형·스마트·친환경 고로로 재탄생했다. 7월 10일 오전 광양제철소에서 열린 화입식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점화봉에 불을 붙여 3고로 풍구에 화입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제공
포스코 광양 3고로가 초대형·스마트·친환경 고로로 재탄생했다. 7월 10일 오전 광양제철소에서 열린 화입식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점화봉에 불을 붙여 3고로 풍구에 화입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제공

[서울와이어 채명석 기자] PNR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포스코와 일본제철의 합작법인이라는 이유로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을 강제동원한 일본 기업의 자산을 압류 하는 한국 법원의 결정의 첫 주인공이 되었다.

한국 법원의 공시송달 효력은 4일 0시부터 발생했다. 피고인 일본제철은 즉각 항고의사를 분명히 했고, 일본 정부도 보복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도 향후 절차와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포스코도 정부의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어떤 입장에 서야할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조선인 강제징용 협상에 관한한 한국과 일본간 입장은 평행선을 이어왔지만, 이번 결정으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수렁으로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데, 과연 이런 상황에서 PNR이 논란의 중심으로 언급되는 것이 과연 맞는 건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산업적·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PNR은 역사적·정치적 이슈와의 관계를 끌어들일 수 없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2007년 10월 22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포스코는 19일 인도 델리에서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신일본제철과의 ’제철 부산물 재활용(RHF) 사업’ 합작법인 설립 등 주요 안건을 승인했다”고 했다. 신일본제철은 일본제철의 전신이다. PNR은 2008년 1월 설립됐다. 대일청구권자금으로 포항제철소 건립이 결정되어, 1970년 착공 때부터 시작한 양사간 협력 관계가 실현한 첫 합작법인이다.

첫 관계를 맺었을 때에는 포스코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았지만, PNR은 포스코가 주도하고 신일본제철이 합작사로 참여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사명에도 이러한 관계가 명시되어 있다. PNR은 ‘포스코-니폰스틸 RHF 합작법인’의 영문 첫 단어를 따온 것이다. 합작법인 사명은 경영을 주도하는 투자 기업의 명칭이 앞선다.

설립 11년이었던 지난해 매출액은 372억원으로 양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NR이 주목 받았던 이유는 다른 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글로벌 철강산업은 락시미 미탈이 주도하는 인수·합병(M&A)을 통한 기업의 거대화가 빠르고 활발하게 벌어졌다. 특히 2006년 락시미 미탈의 미탈스틸은 금융자본을 끌어들여 유럽의 맹주이자 당시 세계 1위 철강사였던 아르셀로의 적대적 M&A를 성공시키며 세계시장을 손에 쥐었다. 또한 중국 철강사들도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외형을 키워나갔다.

양측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던 신일철과 포스코는 2000년 8월 주식 상호 보유를 포함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공동 대응해 나가고자 했고, 8년 후에는 PNR을 설립했다. 포스코로서는 신일철로부터 1970년 ‘지원’을 받는 관계에서 2000년에는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의 관계로, 2008년 PNR 설립은 ‘합작을 주도하는’ 관계로 진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탄생의 배경과 상관없이 포스코와 일본제철의 합작사라는 이유로 PNR은 한·일 국가간 갈등의 희생양이 되어 버렸다. 만약 PNR 주식 현금화 절차에 들어간다면, 회사 경영의 안정을 위해 포스코가 이를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

과거 포스코는 정부 차원에서 재단 설립 등의 방법을 통해 보상 체계를 마련한다면, 출자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실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고, 그 입장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PNR 주식 압류와 같은 방법은 정당성이 결여된 것이라는 내부 분위기도 조성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쨌건 50년간 이어온 양사간 협력관계도 이번 사태로 상당히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비 사업적인 이유로 인해 양국 기업간 교류가 중단되는 사례도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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