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기업 창업주가 과자를 대량생산하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 여러 기계제작소에 문의를 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이 창업주는 직접 기계를 만들었다. 원하는 수량의 과자를 생산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자 다른 과자 기업 사장들이 찾아와서 구경하더니 자기들도 기계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한 대, 두 대, 열 대, 스무 대…. 기계를 계량하고 개선했더니 고객들이 점점 늘었다. 과자 기업 창업주는 과자 기계를 만드는 자회사를 창업했다.

외부로의 기계 판매도 증가했지만, 처음 의도는 자사를 위해 기계를 만들었기에 기계 만드는 자회사 매출의 상당 비중은 모 회사에서 발생했다. 시대가 변해 많은 업체들이 과자를 만드는 기계를 만들 수 있게 되었지만, 이 기업은 자회사로부터 기계를 구매한다. 가격은 외부기업에 비해 높지만, 성능도 타사에 비해 높고, 무엇보다 운영하는 사업장 시스템에 가장 이상 없이 부합해 유지보수 비용이 낮아 2~3년 가동 후에는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기계 기업들이 수의계약으로 발주하는 이 기업을 불공정 거래를 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그러면서 오너 일가가 이러한 거래로 가장 많은 혜택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과연 이 기업이 공정위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처벌을 받아야 할까?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는 잘 모르겠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기업들의 내부거래, 계열사간 거래에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배경과 요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사정을 이해하지 않은 채 무조건 혐의가 있다는 시각을 갖고, 단죄만 하려하다보니 기업에 대한 공정위 수사가 공정하지 않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공정위가 24일 전원회의를 개최해 한화그룹에 대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부당지원에 대한 총수일가의 관여·지시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회선사용료 등 데이터 서비스의 경우 비교대상이 되는 정상가격 입증이 부족했다는 게 무혐의 이유란다.

2015년 조사 개시 이래 무려 5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 오랜 시간 동안 공정위 직원들이 숱하게 사안을 파고 또 팠지만 혐의를 밝히지 못했다. 아니, 처음부터 혐의가 성립되지도 않는 사안에 ‘어떻게든 털면 먼지는 나오겠지’라며 조사에 매달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시험을 치르고 합격한 우수한 공무원들의 능력을 이러한 사안에 5년씩이나 낭비했다.

시스템통합(SI) 사업은 ‘IT업계의 건설업’이라 불려 하드웨어(HW) 영역에 속한다는 오해를 많이 받지만, 실제는 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소프트웨어(SW) 비중이 더 크다고 한다. 즉, 제조업이자 서비스업이다. 기계는 표준가격이 있지만 서비스 용역은 그렇지 않다. 용역 비용도 A기업은 비싸고, B기업은 저렴하다. 이 차이는 고객사 기업의 상황에 따라 발생한다. 이러한 의견을 숱하게 제기했지만 공정위는 5년간이나 받아들이지 않다가 이제야 인정했다. 5년간 공정위 조사에 끌려다닌 한화그룹에 유감의 뜻도 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감내할 수 없을 만큼 여론의 비난을 받았고, 사업 추진도 제약을 받는 등 한화그룹이 받은 무형의 피해는 엄청나게 컸을 텐데도 말이다.

결과 발표 후 한화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한다”며 “한화그룹은 앞으로도 공정 거래와 상생협력 문화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승리했는데, 한화그룹이 감사해 하는 모습은 영 어색하다. 기업으로서는 이렇게 감내하고, 털어버리는 게 속 편하단다. 한심하다.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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