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 풍부하지만, 다양한 여건 때문에 가능성에 그쳐
남‧북‧러 3각 협력 사업 통해 한반도 긴장관계 해소해야
한-러 FTA 통해 양국간 시장 진입 관문 개선 검토 필요

1992년 9월 방한한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삼성전자 기흥반도체공장을 방문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오른쪽 세 번째)의 소개에 따라 직원으로부터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국가기록원
1992년 9월 방한한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삼성전자 기흥반도체공장을 방문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오른쪽 세 번째)의 소개에 따라 직원으로부터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국가기록원

[서울와이어 채명석 기자] 2020년은 한국과 러시아가 외교관계를 맺은 지 30년이 되는 해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7일 발간한 ‘한-러 수교 30주년, 경제협력 평가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양국간 경제협력은 잠재성이 풍부하다.

한국 입장에서 러시아는 안정적인 에너지 조달, 수출 시장 다변화, 유라시아로 이어지는 물류 루트 구축 등 다방면에서 중요한 파트너다.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중동 지역에 집중된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천연가스나 전력 등 신규 에너지원을 확보함으로써 에너지 조달의 안정성 및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러시아를 거점으로 중앙아시아,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등 북방 경제권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우리 기업의 투자 및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러시아도 극동 지역 개발과 아시아태평양 경제권으로의 시장 확대를 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동북아시아와의 교역이 중국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으므로, 아태지역 내 균형 있는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국과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구체화되지 못한 에너지, 물류 등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가 성사될 경우 양측 모두에 높은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대러시아와의 교역을 추진하면서 북한을 끌어들여 남‧북‧러의 3각 협력을 요하는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한반도내 긴장구조를 해소하고자 하고 있다. 따라서 3각 협력사업의 경우 지정학적 상황과 사업타당성을 모두 고려한 전략적인 사업 접근이 요구된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 정부 간(G2G) 또는 민관합작투자(PPP) 방식의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러시아 내 인프라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한국 기업이 가진 기술력과 건설 경험을 활용해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경쟁국과 차별화된 파트너쉽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부문의 경우 단순히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하는 구조에서 탈피해 가스전 개발, 재생에너지 생산기술 개발 등 능동적인 역할이 필요하며, 통상 협력, 현지 제조 강화 등을 통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개선해야 한다.

향후 점차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입 대체산업 육성책에 대비한 사전 준비 차원에서 러시아 특별투자계약 제도상 현지 제조 기업에게 제공되는 우대사항을 적극 활용해야 하며, 이를 위해 러시아 내 생산시설 구축, 부품 조달 등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정부기관, 국영기업 등이 발주하는 공공조달 시장의 규모가 매우 크므로 입찰 자격과 절차를 면밀히 검토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고려해야 하며, 통상 협력을 통해 서비스·투자 부문에 이어 상품 부문 자유무역협정(FTA)을 단계적으로 추진, 우리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고 한국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도 전개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러시아 자동차, 전자제품 시장 등에서 선전하고 있으나, 대기업 주도로 투자가 이루어져 왔으며 중소기업 진출은 제한적이다. 신규 중소기업들이 러시아 진출에 나설 수 있도록 비즈니스 상담회, 컨설팅, 온라인 매칭서비스 등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화장품, 정밀기기 등 유망 품목으로 부상한 분야에 대한 수출 지원과 러시아 소비 트렌드와 산업구조 변화를 반영한 신규 수출 품목 발굴 등 교역 품목을 다변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밖에 보고서는 러시아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한국의 기술·자본을 결합한 유기농 영농사업, 농수산품 고부가가치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러시아와의 공동 사업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와의 교역은 글로벌 경기, 원자재 가격, 환율 등 외생변수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특징을 보이고 있는 만큼 현지 파트너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환리스크 관리 계획을 수립하는 등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미국과 EU의 대러 제재 장기화, 현지의 불확실한 투자 제도 등으로부터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하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거래하는 우리 기업들도 미국의 2차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으므로, 제재와 관련된 다양한 투자 및 법률 분쟁 사례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현지 진출 기업에게 컨설팅 서비스와 투자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분쟁 발생 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적 지원과 국제기구와의 공조에 나서는 등 정부의 뒷받침이 요구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변하고 있는 러시아 시장 환경을 고려해 진출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 러시아는 현재까지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상황이다.

현지 유통기업들은 온라인 사업부문 확장, IT 혁신기술 도입 등 디지털 전환에 나서고 있으며, 전자상거래 기반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소비·유통 트렌드 변화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현지 유통 파트너나 전문 컨설팅 기업과의 능동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국 기업들은 과거 러시아가 경제위기를 겪을 때 철수하지 않고 현지 생산 방식을 고수함으로써, 위기를 거치면서 높은 신뢰도와 시장점유율을 구축한 사례가 있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현재의 위기 상황을 시장 이해도 제고와 잠재 고객 확보의 계기로 활용하고, 사전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향상시키는 접근법이 요구된다. 장기적인 협력을 위해서 인적 교류를 기반으로 국민 간 신뢰가 구축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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