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시작, 25년간 사업 키워 글로벌 Top으로 성장
150조원 규모의 EV 수주잔고 소화위애 시설투자 필요
대규모 투자금 자체 마련하기 힘든 상황, 외부 유치 해야

LG화학 전지사업 분할 전, 분할 후 모습. 사진=LG화학 제공
LG화학 전지사업 분할 전, 분할 후 모습. 사진=LG화학 제공

[서울와이어 채명석 기자] LG화학이 전지사업 분사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재원 마련 때문이다.

LG화학이 2차 전지 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1996년이다. 연구‧개발(R&D)을 시작으로 25년간 노트북PC를 비롯한 IT기기, 휴대전화와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전지를 개발‧생산한 LG화학은 전기자동차(EV)용 전지를 개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에게 공급하는 등 선도적 기술개발과 함께 전지 사업을 성공적으로 확대해 왔다.

◆리더십 확보했지만 투자 위한 재무부담 증가

2020년 8월말 기준, LG화학의 2차 전지 특허건수는 2만2000여건으로 업계 톱 수준이다., 전지 탑재량 기준 2020년 8월 누적 EV전지 시장 점유율은 24.6%로 업계 1위를 기록중이다. 또한 글로벌 주요 OEM(주문자상표부착) 업체로부터 150조원 규모의 EV전기 수주 잔고를 쌓았다.

반도체를 잃은 뒤 디스플레이로 전자‧ICT기업의 명성을 이어온 LG그룹은 전지사업을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적극 키워내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LG화학 자체적으로 투자금액을 마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회사는 수주 물량의 적기 대응을 위해 글로벌 전지 생산을 위한 시설투자(Capex, 자본적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LG화학은 시설투자를 위한 전지 사업의 투자 규모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급증하는 수주 대응을 위해 향후에도 연간 3조원 이상의 시설 투자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 전지 부문 투자 현황. 사진=LG화학 제공
LG화학 전지 부문 투자 현황. 사진=LG화학 제공

막대한 돈을 투자하지만 투자 이후 이익 실현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투자의 확대는 2018년부터 LG화학의 재무구조에 부담이 되어 2020년 국제 신용등급이 강등된 바 있다.

전지사업에서 확고한 리더십을 구축했지만, 시설투자의 확대는 재무구조에 부담이 된다. LG화학이 해결해야 할 고민거리다.

더군다나 LG화학의 기존 사업군, 즉 창사 사업인 석유화학을 비롯해 첨단소재, 생명과학과 자회사 팜한농도 미래를 위한 투자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한 지붕 아래에서 모든 분야에 투자액을 분배하면 전지사업 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에게도 돌아갈 몫이 충분치 못해 성장의 기회를 날릴 우려가 크다.

◆전지사업 일등 유지 위해 분사 결정

따라서 LG화학은 고성장하는 전지 시장에 대한 기민한 대응 및 대규모 시설투자에 대한 부담을 극복하고, 전지 사업에서의 확고한 일등 지위를 지속 유지하기 위해서 전지 사업의 분사를 결졍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3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원안대로 분사가 결정되면, LG화학은 100% 지분을 보유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설립한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회사를 ‘빠른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고, 신사업 전문 조직으로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전지사업은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적기 투자와 빠른 기술개발 및 제품 양산 구조를 정착시켜 경쟁사의 추격을 뿌리쳐야 한다. 이러려면 보다 최적화된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 및 효율적인 조직운영 체계를 위하여 독립적인 조직이 필요하다.

또한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전지 제조뿐 아니라 케어‧리스‧재사용 등 전지제품의 생애주기(Life-time) 전반을 아우르는 서비스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이에 LG화학은 신설법인을 전지 제조 이외에 신규 사업과 비즈니스 모델을 면밀히 검토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LG화학 제공
사진=LG화학 제공

◆다양한 방안으로 자금 조달 문제 해결

분사를 통해 LG화학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시설투자자금 조달 방안을 다양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G화학의 100% 자회사로 신설될 전지 독립법인은 사회적 책임투자(SRI) 강화 기조에 따라 대규모 그린 본드Green Bond 발행 등의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투자를 확대해 경쟁사들의 격차를 보다 넓혀 나갈 수 있다. 또한 글로벌 업체들과 주식 교환이나 지분 참여와 같은 투자유치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전기차 전지사업은 완성차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이 중요하기 때문에 최근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전기차 동맹 구축에서 LG화학의 전지 자회사가 이를 주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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