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의 일이고, 전 직장에서 있었던 사안이라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할 말은 했어야겠다 싶어 현 직장에 양해를 구하고 설명해 드리려고 한다.

당시에 있었던 포스코 서호주 광산 출장 취재건 이다.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청원이 올라왔고, 일부 언론에서도 관련 의혹 기사를 냈다고 해서 찾아보니 그랬다.

어쨌건, 기자는 당시 전 직장 소속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2차로 나뉜 출장 일정 가운데 2018년 11월 12일부터 16일까지 5박 6일간 진행한 1차 일정을 소화했다.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은 할 수도 있겠지만, 기자가 그때를 떠올려 보면,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고 포스코가 무조건 잘했다고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10년 넘게 포스코를 출입했지만, 기자도 포스코란 기업이 – 구체적으로는 홍보실 사람들이 – 완벽하게 일을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당시 상황을 알려주고 싶었을 따름이다. 다만, 이 글이 출장을 함께한 기자단의 상황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고,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힌다.

출장 제안을 받았다. 그런데 포스코가 포스코 담당 기자들의 인터넷 그룹 방에 ‘호주 로이힐 현지 취재를 진행하니, 희망하는 언론과 기자님은 신청해 달라’라는 요지로 공지를 올린 뒤 10여 분 만에 포스코는 인원이 다 찼다며 공지를 내렸는지는 직접 목격하지 않았다. 다만, 너무 많은 언론의 참여를 막기 위해 몇몇 언론사를 ‘내정’해 먼저 문의하는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런 잣대를 들이댄다며, 기자도 현 직장에선 당분간 기회를 차단당할지 모른다. 다만, 이는 포스코의 사정상 어쩔 수 없다고 보고, 비슷한 관행이 다른 기업들에도 남아 있으니까 그러려니 하자.

총 출장경비는 580만 원이었다. 큰돈이었다. 당연히 김영란법을 의식했다. 그렇다고 언론사들이 부담할 수 없는 수준도 아니었다. 광고, 협찬 등 기업의 지원이 아니더라도 가치가 있으면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따라서 다른 해외 출장 건과 비교했을 때 거둬들일 수 있는 효과가 있는지가 결정의 관건이었다. 최정우 회장의 취임 첫해에 가는 출장이라는 점도 어느 정도 반영했지만, 무엇보다 로이힐 광산 측이 처음으로 사업장을 공개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에서 자원개발 실패사례로 끊임없이 이름에 올랐던 바로 그곳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포스코의 신사업인 음극재 재료인 필간구라 리튬광산 취재 일정도 들어있었다.

어떤 언론은 철을 만드는 포스코가 왜 철광석 광산을 보러 갔느냐고 의문을 제기하지만, 최고의 철강재는 철광석 등 소재에서 비롯된다. 광산과 제철소는 뗄 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취재 기회가 있다면 가보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회사는 검토 끝에 기자를 출장 보내기로 결정했다. 당연히 출장경비는 회사에서 지출했다.

호주를 잘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서호주는 자동차로 이동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워낙 땅이 넓을 뿐만 아니라 도시를 떠나면 대부분 사람이 살기 힘든 초원지대였으니 항공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출장 기간 이용한 항공편만 일곱 번이었다.

또한, 당시 로이힐 광산과 필간구라 광산은 한국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공개를 안 한 가장 큰 이유는 위험했기 때문이다. 드넓은 광산에 탄가루가 날려서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고, 거대한 트럭과 채굴 장비들이 드나들기 때문에 함부로 돌아다녀선 안 된다.

로이힐 광산은 그나마 광산에서 일하는 직원을 줄이기 위해 퍼스에서 광산에서 작업하는 기계‧설비를 원격조정하는 무인화 작업을 추진 중이었다. 접근성도 떨어지는 데다가 위험한 지역을 기자 개인이 방문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배리 피츠제럴드 로이힐 최고경영자(CEO)는 기자들과 1박 2일 일정을 함께하며, 사업장 견학을 함께하고 기자들의 모든 질문에 직접 대답해줬다. 배리 CEO가 한국 언론의 방문을 받아들인 이유는 광산이 너무나도 잘 운영되는데 한국에서 전해지는 로이힐 광산에 대한 비판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켄 브린슨 필바라 최고경영자(CEO)는 직접 광산 현황에 대해 브리핑하며, 포스코의 합작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포스코 출장은 김영란법 이전부터 일정이 매우 치밀하기로 유명하다. 새벽에 기상해서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다. 출장 경험이 많은 기자들은 어떠했는지 모르겠지만, 자유시간을 빼낼 수 없다. 서호주 출장도 첫날과 마지막 날 퍼스 호텔에서 투숙했을 뿐 현장 방문 때에는 광산에 마련된 직원 숙소에서 잠을 자고 직원식당에서 식사했다. 한눈팔 시간도, 인프라도 없었다. 공식 일정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기다린 퍼스에서의 반나절의 시간이 자유시간의 끝이었다.

이렇게 다녀와서 기사를 10꼭지 이상 작성해서 보도했다. 꼭지 수로 본다면 가장 많은 기사를 낸 것인데,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기자는 ‘초호화 취재 여행’을 다녀온 후 포스코 측에 좋은 방향으로 기사를 쏟아내며 ‘봉사’하고 김영란법까지 위반한 파렴치한 놈이 됐다. 출장을 보내준 전 직장은 물론, 그런 기자가 속한 현 직장에게도 송구스럽다,

기자가 바보가 아니라면 무조건 포스코를 띄울 수는 없을 것이다. 기자는 포스코가 배포한 자료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 출장 전 자체 조사 자료를 지참해 비교했다. 다른 기자들도 그랬을 것이다. 일정은 짧았지만, 매우 밀도 있게 보고, 질문하고, 듣고, 다시 질문하고 답변을 받았다. 로이힐과 필간구라 광산 임원들도 하나라도 더 설명을 해주려고 노력했고, 포스코 현지 사무소 관계자들도 바쁜 시간을 빼내어 기자들과 토론을 자처했다. 이렇게 보고 들은 내용이 포스코가 기자들이 입맛 맞는 기사를 만들도록 연출한 장면이었다고 한다면, 포스코는 당시 출장을 위해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더군다나 출장 기간 소화하지 못한 일정 비용은 귀국 후 돌려받았는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40여만~50여만 원이었다. 이걸 빼면 총출장비는 그들이 주장하는 600만 원보다 100만 원 가까이 적다. 개별 언론이 같은 일정의 출장을 기획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무리 기자가 ‘기레기’로 불리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기본적인 윤리의식은 갖고 있다. 아무리 생각 없는 기자들이 있다고 해도 국내외 출장 가는 모든 기자를 여행객으로 매도하는 건 아니다 싶다. 적어도 기자도 그렇고 포스코 호주 출장을 다녀온 기자들이 직업의 본분에 충실했다고 확신한다.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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