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상하이기차에 매각했으나 기술만 빼앗긴 채 ‘먹튀’로 끝나
印마힌드라그룹이 인수, 코로나19 사태로 경영권 포기 선언
2018년 하동환 창업자 별세, 또 다시 새주인 찾기 진행중

쌍용자동차 모델 가수 임영웅이 G4렉스턴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쌍용자동차 모델 가수 임영웅이 G4렉스턴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서울와이어 채명석 기자] 쌍용자동차는 2004년 중국 상하이기차에 매각이 완료됐다.

매각 직전까지는 대우그룹 시절에 렉스턴을 출시, 대박을 치면서 흑자를 기록했다. 상하이 자동차에 매각된 뒤 쌍용자동차는 사실상 신차 개발이 중단됐다. 대신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핵심기술은 상하이기차에 빼앗기다시피 넘어갔다. 자금 지원도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회사의 주력인 SUV 차량마저 현대자동차에게 추월당했다.

적자가 지속됐지만 상하이 기차 경영진은 회사에 대한 지원을 거부했고, 전형적인 먹튀 행각을 본격적으로 보이면서 쌍용자동차는 자력 회생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쌍용자동차 매각은 중국이 기술자립을 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계기가 되었다. 당시 중국에는 선진국 자동차회사의 합작공장은 존재했지만 하청 조립 수준일 뿐 핵심기술은 절대로 전수하지 않는 시절이었는데 상하이 기차는 쌍용자동차가 수십년간 발전시킨 기술을 가져다가 자기것으로 만들었다. 매각 당시 경제계와 시민들이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결과는 현재 자동차 시장에서도 중국에 밀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나마 매각액도 쌍용자동차 평가액의 절반도 안되는 헐값이었다.

2008년 유가 급등 및 금융 불황으로 인해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한 쌍용자동차는 생산라인을 중단하고, 임직원들의 월급도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상하이 기차는 2000명 감원이 선행돼야 투자를 할 수 있다고 고집하면서 노조의 분노가 폭발했고, 우리 정부는 상하이차의 책임 있는 행동이 우선 돼야만 지원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상하이 기차는 결국 그해 서울지방법원에 쌍용자동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경영권을 포기했다.회사 상태를 분석한 법원은 2009년 11월 상하이 기차가 불법으로 쌍용자동차의 기술을 가져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국가에서 지원한 연구 개발 자금을 사용해 쌍용자동차가 개발하게 한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도 상하이기차에 유출됐다. 당시 진보신당의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외교부 대외비 문서에 따르면 상하이 기차가 쌍용차를 털고 가기로 결정한 이유로 기술 유출에 예민한 노동자의 비협조, 검찰의 미흡한 조사, 정부의 비협조, 금융기관의 무관심이었다. 법을 어긴 상황을 인지했으나 상하이 기차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법정관리에 돌입한 쌍용자동차는 직원들의 정리해고와 그에 반대하는 파업과 차량생산 중단, 해고직원의 극단적인 선택 등이 이어지며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옥쇄파업과 대량해고 사태를 겪은 쌍용자동차는 2011년 인도 마힌드라 그룹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두 번째 외국인 주인을 맞은 상황에서 쌍용자동차는 반등에 성공, 2013년에는 14만5649대를 판매해 매출 3조4849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경쟁사들의 견제 속에 내수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수출시장 개척 노력도 기대만큼 커지지 못하면서 만성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0년 들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주요 완성차 공장의 생산 중단 및 판매 감소가 이어지면서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 조차 유동성 위기에 빠져, 쌍용자동차에 대한 23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취소하면서 회사의 자금난을 부추겼다.

2020년 신차를 거의 출시하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쌍용자동차는 생존을 위한 자구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육군의 차세대 군용차 사업을 따내고, 보유하고 있는 부지와 건물 등을 매각하며 현금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2021년 전기자동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인 쌍용자동차는 그때까지 어떻게 버텨 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자동차 지배권 포기를 포함한 새로운 투자자 물색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의 자동차 업체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데, 계약이 성사된다면 쌍용자동차의 운명은 다시 한 번 질곡을 겪을 것이다.

한편, 쌍용자동차의 모태인 하동환 자동차 제작소 창업자인 하동환 한원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2018년 5월 27일 별세했다. 파란만장했던 88년 생애를 보낸 고인은 1930년 개성에서 태어나 10대부터 자동차 정비공장의 기술자로 일했다. 그는 1954년 하동환 자동차 제작소를 설립했고, 1962년 사명(社名)을 ‘하동환 자동차공업주식회사’로 바꿨다. 고인은 미군이 남기고 간 폐차 엔진에 드럼통을 두드려 펴 만든 버스를 선보이며 ‘드럼통 버스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회사를 매각한 뒤 하동환 회장은 트레일러를 생산하는 동아정기 회장으로 활동하며 한원그룹을 세웠다.

“국산차를 개발하겠다”는 하동환 창업자의 꿈은 66년 만에 또 다시 위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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