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6월 인도한 석유시추보급선 1호선
‘스미트 로이드 118’서 6차례 이름 바꿔 현재는 ‘산자르’
아제르바이잔 국적으로 카스피해 연안에서 운항중

삼성중공업이 1979년 4월 해외 선주로부터 처음 수주해 건조한 석유시추 보급선 '산자르'호. 이 선박은 1980년 6월 선주인 호주 벌크십에 '스미트 로이드 118'란 이름으로 인도했다. 이후 선주가 바뀌면서 6차례에 걸쳐 이름도 변경되어 아르제르바이잔 국적으로 현재의 함명으로 카스피해 주변을 항해하고 있다. 사진= fleetphoto.ru 사이트 캡처
삼성중공업이 1979년 4월 해외 선주로부터 처음 수주해 건조한 석유시추 보급선 '산자르'호. 이 선박은 1980년 6월 선주인 호주 벌크십에 '스미트 로이드 118'란 이름으로 인도했다. 이후 선주가 바뀌면서 6차례에 걸쳐 이름도 변경되어 아르제르바이잔 국적으로 현재의 함명으로 카스피해 주변을 항해하고 있다. 사진= fleetphoto.ru 사이트 캡처

[서울와이어 채명석 기자] 40년 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처음으로 해외 선주로부터 수주해 건조한 선박이 현재까지 운항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1979년 4월 19일 호주 해운 그룹이 벌크십과 석유시추보급선 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1척당 가격은 550만달러로, 그해 평균 원‧달러 환율 484.00원이었으므로, 원화로 환산하면 두 척의 수주액은 53억2400만원이었다.

석유시추보급선은 석유 시추선에 각종 물자를 지원 보급하고 기타 작업을 지원하는 작업선으로 배는 작지만 구조와 기능이 복잡하기 때문에 경험이 없으면 쉽게 건조할 수 없다. 지금은 계약을 체결하고 설계에서 건조후 완공해 선주에 인도할 때까지 통상 1년 반에서 2년의 기간을 거치지만, 삼성중공업은 1년 만에 이 모든 과정을 마쳐야 했다. 이에 당시 90%의 진척도를 보이고 있던 거제 조선소 건설 작업도 중단하고 선박 건조에 매달려야 했다.

그해 9월 강제절단에 이어 12월 기공식을 가진 삼성중공업은 이듬해인 1980년 6월 명명식을 가졌다. 1호선은 ‘스미트 로이드 118(SMIT LLOYD 118)’의 이름으로 인도했고, 2호선은 두 달 후 ‘스미트 로이드 119(SMIT LLOYD 119)’로 바다로 나아갔다. 선박 제원은 길이 64m, 폭 13m이며, 중량은 2100t, 총톤수(G/T)는 1474t이다.

1980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1도크에서 회사가 해외선주로부터 처음으로 수주한 석유시추보급선 2척이 건조되고 있다.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1980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1도크에서 회사가 해외선주로부터 처음으로 수주한 석유시추보급선 2척이 건조되고 있다.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두 선박들 가운데 지금까지 운항하고 있는 것은 ‘스미트 로이드 118’이다. 이 선박은 ‘머스크 헬퍼(MAERSK HELPER, 1992년)’, ‘스카우트 피쉬(SCOUT FISH, 1997년)’, ‘렘 컨테스트(1998년)’, ‘레드 커모런트(1998년)’, ‘시 벌크 코모런트(SEABULK CORMORANT, 2010년)’, ‘씨엠 코머런트(2013년)’를 거쳐, 2018년 ‘산자르(SANJAR)’란 이름을 새로 받아 중앙아시아 내륙의 카스피해에서 운항하고 있다.

‘스미트 로이드 119’는 ‘머스크 핸들러(MAERSK HANDLER, 1992년)’, ‘파일롯 피쉬(PIOLT FISH, 1994년)’, ‘카랑귀(CARANGUE, 2009년)’, ‘메가 원(MEGA ONE, 2014년)’에서 ‘디아블로스 프라이드(DIAVLOS PRIDE, 2018년)’으로 바꿨다가 현재는 운항이 중단됐다.

수요 공급 측면에서 봤을 때 선박의 수명은 대개 20년 정도를 잡고 있었으나, 2006년 발효된 선체구조에 관한 일반 규칙(CSR, Common Structural Rules)에 의해 25년으로 연장되었다. 이에 선체의 부식, 선체 피로강도 및 모든 기계의 마모에 대한 내구연한을 25년 기준으로 설정한다. 돌발변수가 없는 한 선박은 25년이 지나면 해체하여 고철로 처리하는 것으로 가정한다. 따라서 두 선박은 이러한 선박 수명 기준을 훨씬 넘어서며 현역에 있었던 셈이다. 인도 직후부터 폐선 처리될 때까지 운항해야 하는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운반선 등과 달리 석유시추보급선은 운항 거리가 길지 않고, 동종 선박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게 아닌 데다가 선박 관리도 충실하게 해줬기 때문에 장수를 누릴 수 있었다. 여기에 향후 글로벌 조선 빅3의 한 축인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 임직원들이 정성을 들여 건조해, 품질과 성능이 좋았던 것도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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