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침체와 경쟁국 상황 주목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쌍끌이 미래 전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위기 속에서 한국 전자·반도체 산업의 위상을 더욱 높여주는 계기가 됐다./사진=김용지 기자
한국 반도체, 부활 신호탄 쏘나/사진=김용지 기자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불황은 산업 근간이 되는 주요 산업체의 실적마저 악화시키며 연쇄작용으로 중소·중견 기업까지 큰 타격을 입혔다. 특히 국내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계 역시 예상치 못한 풍파를 맞으며 휘청한 모습을 보여 시장 전반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의 4분기 현황만 보면, 최근 일부 대형 하이퍼스케일(FAMG,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클라우드 공급사)로부터 4분기 서버 D램 주문 물량이 개선되고, 4분기 서버 D램의 가격이 우려보다 하락폭이 작으며, 3분기와 달리 4분기 협상의 리드타임이 당겨지는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인다.

하지만 연간으로 확장해 분석하면 4분기 전망이 큰 의미가 없다. 황민성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내년 서버 D램 수요는 의외로 성장률이 저조한 상황이다. 전체의 수요 성장률을 10% 후반으로 본다면 내년 서버 D램 수요 성장은 10% 중반 성장에 그칠 것”이라며 “하이퍼스케일 업체들의 주문 성장률이 올해 65% 수준에서 18% 수준으로 크게 하락하고, 엔터프라이즈 고객의 주문은 여전히 올해와 비슷한 10% 성장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황 연구원은 “엔터프라이즈는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일자리로 위축된 투자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클라우드는 올해 선구매에 따른 기저효과로 성장폭 둔화에 따라 내년에는 확대보다 효율성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업계최초로 7나노 EUV 시스템반도체에 3차원 적층 패키지 기술인 'X-Cube(eXtended-Cube)'를 적용한 테스트칩 생산에 성공했다./사진=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 현황/사진=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 현황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마지막으로 반도체 업종의 실적 시즌이 끝났다. 백신 개발 기대감이 코로나19 확산과 셧다운 우려를 압도하며 반도체 업종의 투자심리는 여전히 낙관적이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채권 불이행 이슈가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반도체 업종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주간수익률은 한국(6.3%), 대만(5.4%), 미국(1.9%), 중국(-0.9%)으로 나타났다.

이번 칭화유니그룹의 채권 불이행 뉴스는 중국 메모리 반도체 굴기의 현실화가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며, 기존 메모리 공급사들의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있다. 또한 14nm 이하 선단공정 파운드리 사업을 전개하려던 HSMC(Hongxin Semiconductor Manufacturing)가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뉴스도 한국과 대만의 파운드리 경쟁사 주가에 긍정적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5G/EV 확산을 앞두고 화합물 반도체 업종이 새로운 테마로 주목받으며 강세를 보이고, 반도체 장비 공급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의 호실적 발표로 전방산업에서 TSMC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설투자를 확대할 것이며, 미국 현지 반도체 생산시설(Fab) 건설에도 적극적이라는 점이 긍정적 심리를 촉진해 장비업종 역시 강세다.

장비주에 이어 소재주도 강세다. 3D 낸드 고단화, D램 미세화 영향으로 공정소재 소요량이 꾸준히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소형주 중에서 소재주가 눈에 띈다”며 “3D 낸드 고단화가 100단 이상으로 확대되며 올해를 기점으로 3D 낸드 고단화 속도가 D램 미세화 속도보다 빨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낸드 업종으로 노출도가 높은 기업들의 실적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내년 반도체 시설투자 확대는 소재주와 장비주에 모두 긍정적”이라며 “장비주의 경우 실적이 상고하저이거나, 1분기와 4분기가 상대적으로 호황일 가능성이 높지만, 투자자입장에서는 방망이를 짧게 잡아 대응해야 하므로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어 소재주가 편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반도체 업체의 미래 전략
국내 반도체 업체의 미래 전략

◆국내 반도체 업체의 미래 전략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리더인 삼성전자는 내년 메모리 장비 투자에 있어 D램 투자는 보수적으로, 낸드 투자는 공격적으로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권 승계 이슈로 배당을 증가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캐시카우인 D램 투자를 공격적으로 할 경우 전사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내년 D램 신규 연간 생산 투자를 40K 이하로 집행할 것”이라며 “반면 낸드 투자는 인텔 낸드 비즈니스 인수로 사업 체력이 강화된 SK하이닉스와 최근 176단 3D 낸드 개발 성공으로 과거 대비 공정 개발 능력이 상향되고 있는 마이크론 견제를 위해 70K 이상의 공격적 집행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 가장 공격적으로 삼성전자가 투자할 분야는 파운드리로 투자금액만 1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도 연구원은 “최근 로직 반도체 업황 호황으로 대만의 TSMC 등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가 몰려드는 주문을 다 소화를 못할 정도로 생산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애플의 M1 프로세서 등장, 인텔의 외주 생산 가능성 등으로 내년 파운드리 공급 부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내년 평택과 미국 오스틴 등지에 생산설비 투자를 강화할 전망”이라며 “이와 관련해 국내 파운드리 관련 매출 비중이 높은 장비 회사 피에스케이, 한미반도체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을 9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낸드의 5~6등 사업자에서 2등 사업자로, 엔터프라이즈 SSD에서는 역시 5~6등 사업자에서 1등 사업자로 거듭나게 된다.

시장에선 90억달러를 팹과 같은 유형자산 40억달러와 기술 등의 무형자산 50억달러로 가정할 때, 고평가 논란은 팹 보다는 무형자산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가에 있다고 내다봤다.

황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가 엔터프라이즈 SSD 등 솔루션 기술의 열세를 바꿀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품질 관리와 상품기획, 투자효율 개선을 위한 기술혁신, 구매의 효율화를 통한 원가절감 등 경영전반에 걸친 개선활동과 이번 낸드 인수의 활용으로 긍정적 전망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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