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이 18일 오후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을 방문해 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이 18일 오후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을 방문해 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롯데그룹

[서울와이어 채명석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5일 롯데그룹의 화학 부문 계열사인 롯데케피탈에서 만났다.

이날 회동은 만남을 넘어 양 그룹의 현안을 해소할 수 있는 공통의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롯데그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급격히 위축된 유통 부문 사업 의존도를 줄이면서, 그룹의 간판으로 키우려고 있는 화학 부문 사업의 외연을 넓히려고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라는 최종 완제품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사업 기회를 같이할 우군을 끌어들여 글로벌 경쟁사들에 맞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신 회장과 정 회장은 이날 오후 4시께 롯데케미칼 모빌리티본부가 있는 경기도 의왕사업장에서 만났다. 두 그룹 총수가 단독으로 만난 것은 정 회장이 지난 2017년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롯데월드타워를 방문해 신 회장을 만난 후 두 번째다.

이날 회동은 신 회장이 현장 경영의 일환으로 롯데케미칼을 방문했고 정 회장이 신 회장을 만나기 위해 의왕사업장을 찾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이에 앞서 1박 2일 일정으로 롯데정밀화학 등 울산 석유화학 단지 내 화학 계열사들을 둘러봤다.

신 회장은 이영준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사업 대표이사와 함께 정 회장 일행을 맞았으며, 두 사람은 의왕사업장 내 제품전시관과 소재 연구관을 차례로 돌면서 롯데케미칼 측의 설명을 듣고 별도 면담을 가졌다. 정 회장의 방문 시간은 길지 않았으나, 두 사람은 짧고 밀도있게 미래 자동차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롯데케미칼 의왕사업장은 옛 롯데첨단소재(현 롯데케미칼 첨단소재사업) 본사가 있던 곳이다. 범퍼나 대시보드 같은 자동차 내·외장재로 쓰이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제품 연구개발(R&D) 센터가 있다.

롯데는 이번 총수 회동을 계기로 현대차와 협력을 통해 모빌리티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완성차 업체와 부품사를 고객사로 두고 모빌리티 후방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영역은 성과가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에 제품 공급을 통해 신뢰성을 쌓은 후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제품 공급선을 확대하길 희망하고 있다.

한편, 두 총수의 회동으로 롯데그룹 내에서 롯데케피탈의 위상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미 수년전부터 내부적으로 ‘유통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해왔던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을 간판기업으로 올리기 위한 작업을 지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 회장의 외연 넓히기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배터리 3사 총수와 잇따라 만나 전기차-배터리 사업 협력을 논의한 정 회장은 다른 그룹 총수들과의 만남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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