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 2400억원 투자, 계열사와 함께 지분 80% 인수 합의, 약 9600억원 규모
“선도적 로보틱스 기술로 모빌리티 혁신과 인류에 기여할 것”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인수하기로 최종합의했다. 사진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인수하기로 최종합의했다. 사진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서울와이어 채명석 기자] 정의선 회장 체제로 전환한 현대자동차그룹이 첫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인수설이 분분하던 ‘로봇 개’로 유명한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품에 안으며 로보틱스 사업을 본격화할 것임을 선언했다. 특히, 정 회장은 직접 사재 2400억원 가량을 출연해 지분 20%를 보유한다.

현대차그룹은 총 11억달러 가치의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배 지분을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분 20%를 보유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의 투자 규모는 8억8000만달러(한화 약 9588억원)로, 미국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 법인 ‘모셔널’을 설립하는데 20억달러를 투자한 이후 최대 규모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현대차(30%)와 현대모비스(20%), 현대글로비스(10%)가 공동 참여한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지분 참여는 그룹이 본격화할 미래 신사업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이 로봇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줌에 따라 향후 글로벌 우수 인력 확보, 우량거래처 유치 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인수는 글로벌 로봇 시장이 기술 혁신과 로봇 자동화 수요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이라고 현대차그룹은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444억 달러 수준의 세계 로봇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32%의 성장률을 기록해 1772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로 그룹 차원의 제조·생산, 기술 개발, 물류 역량에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 분야 뿐 아니라 자율주행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992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분사해 설립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 로봇 ‘스폿’,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 등 다양하고 혁신적인 로봇 개발로 전 세계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미 로봇 운영에 필수적인 자율주행(보행)·인지·제어 등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봇의 센싱(인지) 기술은 자율주행차와 UAM 등에 기본적으로 요구되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대응·판단 기술, 제어 기술 등은 완전 자율주행 구현에 필수적이다.

이번 인수로 현대차그룹은 우선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하고, 이어 건설 현장 감독이나 시설 보안 등 각종 산업에서의 안내·지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서비스형 로봇 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이미 작년 ‘스폿’을 양산형으로 개발한 뒤 올해 6월부터 본격 판매에 나서고 있어 향후 국내외 각종 건설 현장이나 제조 공정에 서비스형 로봇으로 투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제품을 선별·이송하는 공정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픽’과 ‘핸들’ 같은 물류형 로봇이 도입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계열사인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등과 연계해 로봇 시장 진입부터 스마트 물류 솔루션까지 사업 영역 확장도 가능해 로봇 중심의 새로운 밸류 체인(가치 사슬)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정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보틱스 기술을 보유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함께 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인류의 행복과 이동의 자유,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 가치 실현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는 현대차그룹의 역량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보틱스 기술이 더해져 미래 모빌리티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고령화, 언택트로 대표되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안전, 치안, 보건 등 공공영역에서도 인류를 위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현대차그룹과 함께 로봇 상용화 가속화에 나서게 돼 감격스럽다”며 “현대차그룹과 함께 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미래는 매우 밝으며 소프트뱅크그룹도 이들의 성공에 지속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 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CEO)도 “로보틱스 분야의 쉽지 않은 도전 과제들을 지속해서 해결해 나가는데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는 계약 체결을 비롯해 이후 한국, 미국 등 관련 정부 부처의 승인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최종 마무리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