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액화하면 부피 600분의 1로 축소, 운송 효율 높아
LNG선의 ‘핵심’··상온에서의 기화 방지 위한 기술 적용
모스형과 멤브레인형으로 구분, 멤브레인 기술이 대세
카타르 정부, 한국에 LNG선에 물 실어달라 제안하기도

삼성중공업 멤브레인형 LNG선 가스 저장고 내부.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 멤브레인형 LNG선 가스 저장고 내부.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서울와이어 채명석 기자] 가정에서 많이 쓰는 냉장고의 내부 온도는 -20℃, 드라이아이스는 -80℃다.

반면 천연가스를 액화시켜 생산기지에서 저장기지로 운반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화물창의 내부 온도는 무려 -162℃에 달한다.

LNG선 내부 온도가 이렇게 낮은 이유는 LNG 성분 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메탄의 비등점이 -162℃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LNG선이 LNG를 운반하려면 화물창을 -162℃로 유지하는 극저온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조선사들은 LNG선 화물창에 특별한 기술을 적용한다.

앞서 왜 천연가스를 액화시켜서 운반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유럽이나 북미지역처럼 천연가스가 생산되는 지역과 소비지역이 육지로 연결된 지역은 파이프 라인으로 운송이 가능하다. 하지만 바다를 건너야 하는 지역은 지형적인 한계 때문에 파이프라인으로 운송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때 운반하려는 천연가스를 -162℃로 액화시키면 그 부피가 약 600분의 1로 줄어들어 기체상태일 때보다 더 많은 양을 운반할 수 있다. 즉, 액화된 천연가스는 다시 기화하면 600배로 늘어나게 되니 운송효율이 600배 커진다.

LNG는 -162℃의 초저온 액체인 데 반해 선박 밖의 온도는 해상 날씨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화물창 내·외부의 온도차가 발생한다. 이때 액화된 천연가스의 온도가 올라가면 기화되기 때문에 높은 압력과 낮은 온도에서 오는 변형(일반 금속의 깨어지는 성질이 증가)을 방지하고 -162℃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시켜 주기 위한 특수한 화물창이 필요하다.

해상에서의 천연가스 생산방식.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해상에서의 천연가스 생산방식.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만약 1cm 정도의 두껍고 단단한 철판 위에 LNG를 한 방울 떨어뜨린 후 이 철판을 1m 높이에서 떨어뜨리면 얼음 조각처럼 깨진다. 극저온으로 철판조직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극저온 기술을 설계하고 건조하는 것이 바로 LNG선의 핵심기술이며, LNG선을 ‘선박의 꽃’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LNG선 화물창은 모양에 따라 일반적으로 멤브레인형과 모스형으로 나뉜다. 모스형은 공 모양의 탱크를 선체에 탑재하는 선형으로 화물창과 배 몸체인 선각이 독립돼 있다. 멤브레인형은 박스 형태의 화물창으로 모스형보다 용적 효율이 높고, 화물창이 갑판 하부에 위치하기 때문에 운항시 시계 확보도 우수하다. 운항할 때 선박이 받는 공기저항도 멤브레인은 덜 받아 연료 효율도 높일 수 있다.

삼성중공업 직원들이 멤브레인형 LNG선 가스저장고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 직원들이 멤브레인형 LNG선 가스저장고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은 초창기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모스형 선박을 건조했다. 그러다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멤브레인형 선박을 건조했고, 멤브레인이 LNG선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국내 조선 빅3를 포함한 조선소들은 주로 멤브레인형 LNG선을 건조한다. 멤브레인형은 방열재를 이용해 배 안에 특수한 화물창을 설치한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모든 힘을 안전하게 지탱해주기 위해 외벽은 특수 콘크리트로 만들고, 내벽은 -162℃의 초저온 LNG를 실을 수 있는 니켈 합금강, 스테인리스강으로 제작된 멤브레인 시트로 만든다. 벽과 벽 사이는 외부로부터 열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방열재를 넣는다.

삼성중공업 멤브레인형 LNG선 가스저장고에 설치된 멤브레인 시트. 사진속 동그라미속 시트 사이의 이어지는 부분에 잡혀 있는 주름 은 온도차에 의한 급격한 수축과 팽창을 모두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 멤브레인형 LNG선 가스저장고에 설치된 멤브레인 시트. 사진속 동그라미속 시트 사이의 이어지는 부분에 잡혀 있는 주름 은 온도차에 의한 급격한 수축과 팽창을 모두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사진에서 촘촘하게 붙여놓은 것이 멤브레인 시트다. 멤브레인 시트 사이의 이어지는 부분에 주름 같은 게 잡혀 있다(사진 속 동그라미 표시). 이것은 온도차에 의한 급격한 수축과 팽창을 모두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며, 이것이 바로 LNG의 화물창의 중요한 기술이다.

한편, LNG선의 특성을 이용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11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카타르 에너지 협력위원회에서 카타르정부 관계자들은 LNG선을 이용해 자국에 한국의 물(민물)을 수출할 수 없겠느냐고 했다. 한국으로 보내는 LNG를 실은 LNG선박이 LNG를 다 내려놓으면 이 배는 빈 채로 다시 카타르로 돌아가게 되는데 저장 공간에 물을 채워달라는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LNG선에 물을 싣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LNG 비중(어떤 물질의 질량과, 이것과 같은 부피를 가진 표준물질의 질량과의 비율)이 0.41로 물(비중 1)에 비해 60% 가볍다. LNG선에 LNG 100% 채웠다면 물은 41% 밖에 싣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상 실으면 배가 가라앉는다.

현존하는 세계 최대 크기의 LNG선은 삼성중공업이 지난 2008년 건조한 26만6000㎥급이다. 2006년 3월 당시 사상 최고가인 척당 2억9000만 달러에 수주한 12척 시리즈 선박이다. 28개월의 건조 기간을 거쳐 그해 7월 1호선 명명식을 가졌는데, 행사에 참석한 카타르 왕비는 자신의 이름과 같은 ‘모자(Mozah)‘라고 이름을 붙였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멤브레인형 LNG선.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멤브레인형 LNG선.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모자’호는 길이 345m, 폭 54m, 높이 27m다. 당시 한국내 LNG 총소비량의 2일 치에 해당하는 LNG를 한 번에 싣고 최고 속도 19.5노트의 속도로 운항할 수 있다. 이 선박의 저장용량을ℓ로 환산하면 이 배는 2억6600만ℓ의 LNG를 실을 수 있다. 하지만 물은 총 용량의 41%인 1억906만ℓ밖에 실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양은 결코 적지 않다. 당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인구가 평균 하루에 550ℓ의 물을 사용한다고 하며 카타르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따라서 모자호가 물을 실어갔다면 19만8291명이 하루에 쓸 수 있는 양이다. 2009년 7월말 기준 카타르 총 인구는 83만3285명이었으니 전체 인구의 4분이 1정도만 쓸 수 있다. 카타르에서 한국까지 LNG선 운항 기간이 15일 정도 걸리고, 연료비와 운항기간 동안의 물 관리 비용을 더해진다는 점을 놓고 볼 때 경제성을 따져봐야 하므로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재미있는 것은 만약 LNG선이 한국산 물을 실어갔다면 제법 비싼 가격에 팔렸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카타르 등 중동국가들은 식수난을 해결하기 위해 발전소를 지을 때 바닷물을 식수용으로 만드는 담수화설비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닷물로 만든 마시는 물은 아무래도 자연상태의 민물에 비해 맛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료: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한진중공업‧STX조선해양‧대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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