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 소송에 휘말린 것은 선대회장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진 뒤 이듬해인 2015년부터였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불거진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주가조작 의혹,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뇌물공여 의혹까지. 올해까지 7년째 검찰과 법원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그리고 18일, 이재용 부회장은 대법원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되어 재수감됐다. 2017년 2월 이후 두 번째 수감이다. 2023년 7월까지 기업가로서의 경력은 중단된다. 남은 경영승계 관련 재판 결과에 따라 수감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물론 이전에 사면과 같은 방법으로 조기 출소할 가능성도 있겠으나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기업 정서, 특히 반삼성 기조가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에서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의 총수를 단죄하겠다는 이들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강하다.
2021년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에 입문한 지 30년,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지 20년 되는 해다.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에 입사했지만 본격적인 경영수업은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에 오르면서부터 시작했다. 올해로 53세인 이재용 부회장은 기업가 인생 최고의 황금기인 4050대 기간 중 무려 9년을 수사와 재판과 수감으로 허무하게 보내야 한다.
지난해 이건희 선대회장의 별세 후 본격적인 홀로서기를 선언한 시점에 재수감 된 것은 더 뼈 아프다. 2020년대는 기 태동한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이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수 많은 선두주자를 따라잡아 성장한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않았던 더욱 강력한 경쟁사들의 견제 속에서 생존을 모색하고 있고, 다른 계열사들도 변화를 통해 활로를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는 삼성에겐 너무나도 뼈아프다. 삼성 임직원은 물론 나아가 다른 대기업들에게 미치닌 심리적인 영향도 상당하다.
기자는 본의 아니게 7년 전, 사태가 벌어질 때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을 지켜봤다. 검찰의 의혹과 수사, 법원의 판결을 부정하겠다는 뜻은 없다. 잘못하면 죄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죄의 방법을 전향적으로 고려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기업과 기업인이 경영활동을 할 때에도 높은 도덕성을 발휘해야 하는 게 맞다. 다만, 도덕성의 기준을 청백리를 놓고 결정한다면 한국, 더 나아가 전 세계 기업들 가운데 죄를 저지르지 않는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따라서 기업법 등을 제정해 법령에 따라 행위에 대한 유무죄를 결정한다고 배웠다.
7년간 이 부회장의 수사와 재판 과정을 보면서 궁금했던 점은 이러한 기준이 그에게 정당하게 적용되고 있느냐였다. 이미 프레임을 ‘불법’‧‘죄인’으로 정해 놓고 시나리오를 짜놓은 뒤 그에 맞춰 수사를 하고 재판을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심증만 놓고 던지는 이 물음에 대해 향후 진실한 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언제간 알 수 있겠지만 그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더 크다.
3년전 이재용 부회장이 처음으로 수감되었을 때, 기자는 당시 컬럼에서 그가 ‘쉼표’를 찍었다고 했다. ‘쉼표의 기간은 짧을수록 좋은 데 상황은 그렇지 않아 걱정이다’고 했는데, 그 때에는 어쨌건 1년여 후 출소했으니 쉼표가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쉼표라고 하기에는 너무 길다. 만기를 채우거나. 형량이 추가되어 더 긴 시간을 구치소에서 보낸 이재용 부회장이 출소 후에도 이전과 같이 ‘뉴 삼성’ 비전에 집중할 수 있을까. 타격이 크다.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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