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중은행 영업점 200개 넘게 감소해
금융노조 "효율성 앞세워 소비자 권리 제약"
금감원, 세칙 개정으로 영업점 폐쇄에 제동

은행권이 비대면 트렌드에 발맞춰 몸집 줄이기에 나선다. 사진=픽사베이
은행권이 비대면 트렌드에 발맞춰 몸집 줄이기에 나선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한보라 기자] 은행권이 비대면 트렌드에 발맞춰 몸집 줄이기에 나선다. 명예퇴직 문턱은 40대까지 훌쩍 내려갔고 기존 영업점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2평짜리 혁신점포로 대체됐다. 디지털 기술을 집약해 인력 감원을 대체하겠다는 전략인데, 일각에서는 고령층 등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은행 명예퇴직자는 1600명을 웃돌았다. 노사갈등으로 명예퇴직에 제동이 걸려있는 KB국민은행을 포함하면 2000명에 육박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오프라인 영업점 또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전국 점포 수는 처음으로 1년 만에 200개 이상 줄었다. 최근 2년 간 줄어든 점포 수 합계와 견줘도 감소세가 3배 수준으로 빠르다. 

인터넷은행 출범을 기점으로 대고객 접점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한 상황에서 비용 효율화를 꾀한 영향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시작하자 모바일 뱅킹 이용 규모는 대폭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이용 건수는 일평균 2억812만9000건, 이용금액은 55조2940억원이다. 

이용 고객이 적은 오프라인 점포를 유지하는 건 부담이 크다는 게 은행권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주요은행 영업이익 경비율(CIR)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0~50% 수준이다. CIR는 인력 대비 영업이익을 판단하는 경영 효율성 지표다. 결국 점포가 없어 고정비 지출 규모가 적은 인터넷은행과 견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력 감축이 필연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지나치게 빠른 점포 폐쇄는 금융 접근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을 열고 “은행권이 수익성이 낮은 도서·산간 지역 점포를 먼저 폐쇄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공익까지 고려해야 하는 금융권에서 효율성을 앞세워 소비자 권리를 제약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은 “비대면 채널 이용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고객 연령대에 따라 채널별 선호도와 활용도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에 업무‧서비스 유형에 따른 대면 채널 확보는 필수적”이라며 “적절한 균형을 모색하는 멀티채널 전략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은행의 점포축소는 저성장‧저금리 시대 생존전략”이라면서도 “디지털 취약계층을 배려하기 위해 적정 수의 점포는 유지될 수 있도록 은행권 전반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이날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 개정안’을 사전 예고해 은행권 오프라인 점포 폐쇄에 제동을 걸었다. 개정안은 전국 시‧도 17곳의 지점 및 출장소 폐쇄 결정 후 외부 전문가를 통한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지역별 영업점 현황을 세분화해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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