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강동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며 건강뿐 아니라 환경,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한 소비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식물성 단백질과 채식을 중시하는 비건 소비자가 증가하며 관련 시장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비건 식품, 대체육 등을 포함한 세계 대체식품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96억2310만 달러(약 10조6000억원)에서 2025년에는 178억5860만 달러(약 19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 식품업계에 부는 비건 열풍

롯데푸드는 '제로미트'를 론칭하며 대체식품 시장 진입에 나섰다. 사진=롯데푸드 제공
롯데푸드는 '제로미트'를 론칭하며 대체식품 시장 진입에 나섰다. 사진=롯데푸드 제공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푸드, 농심 등 국내 식품 기업들은 자체 브랜드 론칭과 해외 제품 유통,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롯데푸드는 ‘베지테리언 푸드’를 콘셉트로 2019년 ‘제로미트’를 론칭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옥수수와 대두 등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한 너겟, 돈까스 제품을 출시해 1년간 누적 판매량 6만개를 달성했으며 지난해 상품군 확대를 통해 시장 확대에 나섰다.

농심은 2011년 육류 성분을 포함하지 않은 ‘신라면’을 출시해 ‘할랄 인증’을 받은데 이어, 올해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을 론칭했다. 이를 통해 농심은 식물성 대체육 제조 기술을 간편식품에 접목해 시장진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동원F&B는 2018년 미국 ‘비욘드미트(Beyond Meat)’와 독점 계약을 맺었다. 이를 바탕으로 대체육 버거 ‘비욘드 미트’를 출시했으며 지난해 8월까지 약 10만개를 판매했다. 또한 소시지와 비프 등 제품군 추가와 함께 이마트 등 유통채널 입점을 늘리며 시장 확대에 나섰다.

SPC삼립은 지난해 3월 식물성 계란을 생산하는 미국 ‘잇 저스트(Eat Just)’와 독점 생산·판매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마요네즈와 드레싱 등 제품 유통을 앞두고 있으며 파리바게뜨, 던킨 등 SPC그룹 계열사에 제품을 공급해 기업 간 거래(B2C)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CJ제일제당은 올해 시장 진입을 목표로 진천기지와 CJ블로썸파크 등 R&D를 위한 시설투자를 늘렸다. 풀무원은 2018년 ‘7대 로하스 전략’에 대체육류를 미래 사업으로 포함하고 지구인컴퍼니와 미국 블루나루(BlueNalu) 등 다른 기업들과의 MOU를 통해 시장진입을 목표로 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대체식품은 연 10%이상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미래 식품산업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며 “개발‧출시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환경과 건강을 생각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은 생소한 대체식품

국내 대체식품 시장은 해외 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은편이다. 사진=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

그러나 국내 시장은 아직 해외시장에 비해 규모나 소비 면에서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대체식품 시장 규모는 해외 시장의 0.005% 수준으로 2017년 기준 4760만 달러(약 523억원)에서 2026년 2억1600만 달러(약 2374억원)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인식 부족과 관련 시장 정보의 미흡, 기술개발 확보의 어려움 등을 지적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주의자 수는 지난해 약 200만명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대체식품을 구매하지 않는 소비자들은 일반 육류에 비해 맛이 없을 것 같다(44.3%), 채식주의 식습관을 가지고 있지 않다(20.0%) 등 을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박미성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시장의 경우 전통적으로 채식을 즐기는 식습관이 정착돼있지 않아 채식주의자가 해외에 비해 적어 수요가 적다”며 “높은 생산비용으로 인해 제품군이 적은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다만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등 가축관련 질병이 확산됨에 따라 지속가능성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어 시장 또한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대체식품의 경우 롯데, CJ제일제당, 풀무원 등 일부 대기업과 소수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들은 연구인력,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연구원은 “민간기업뿐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R&D투자에 나서야한다”며 “대체식품은 미래에 주목받는 산업인 만큼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더욱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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