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참여 강조…사실상 '강제'
시장경제·헌법 위배 소지 있어
재계 "이익공유제는 기업 혁신·성장유인 약화시켜"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이익공유제’ 도입계획 발표로 정·재계를 비롯한 관계 업계 간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사진은 이낙연 대표의 모습이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이익공유제’ 도입계획 발표로 정·재계를 비롯한 관계 업계 간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사진은 이낙연 대표의 모습이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정성현 기자]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익공유제 도입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무리한 입법이라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재계·야권 등은 반강제 기금을 통한 이익 공유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양극화 해소 이전에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정면으로 위반되며, 위헌 소지도 있다고 지적한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익공유제에 관해 언급한 데 이어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이익공유제’ 도입계획 발표,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 의장의 금융권 동참 요구로 정·재계를 비롯한 관계 업계 간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여당 측에서 제안하는 이익공유제는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리는 측이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기여해 코로나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제도다. 비대면 서비스의 증가로 혜택을 본 IT 기업 등이 자발적 참여로 기부금을 내면 펀드를 조성해 약자를 보호하고, 참여 기업에게 인센티브 제공·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민간의 연대·협력으로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다. 

이익공유제는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추진했던 초과이익공유제와 유사한 개념이다. 제도를 추진하는 밑바탕에는 대기업이 협력사의 기술과 직원들의 노동을 착취해 총수만 배를 불려줬다는 ‘반기업 정서’가 깔려 있다. 다만 이번에 여당 측이 제안한 이익공유제는 ‘초과이익’보다 ‘코로나19’ 사태로 호황을 누린 업계의 이익을 배분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재계 “이익공유제 현실성 부족…신중히 검토해야” 

재계에서는 ‘이익공유제’ 도입은 오히려 다양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7일 ‘이익공유제는 기업의 혁신과 성장유인을 약화시킨다’라는 주제로 ▲이익산정의 불명확 ▲주주의 형평성 침해 ▲경영진의 사법적 처벌 가능성 ▲외국기업과의 형평성 ▲성장유인 약화 등 5가지 쟁점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코로나19에 따른 이익공유제의 당위성은 코로나로 인한 이익 증가가 명확하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다만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기업의 성과를 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기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이익을 얼마나 얻었는지 객관적으로 산정해 수치화할 수 있는 지표가 없을뿐더러 코로나19와의 관련성을 따지는 것도 쉽지 않다고 판단된다.

전경련에 따르면 이익 공유의 대상으로 반도체·가전 대기업, 카카오, 배달의 민족 등 플랫폼·비대면 기업이 거론되나, 플랫폼의 안정화를 위해 과거 투자를 지속하면서 적자를 감수해 온 기간은 무시한 채 코로나 특수만을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미 상생협력법에 근거한 성과공유제가 널리 시행되고 있음에도 이익공유제를 시행하는 것은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이익은 해당 기업의 주주가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임에도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은 헌법이 천명하는 소유권 보장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보인다. 나아가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변화에서 경제적 책임은 모두가 함께 부담해야 함에도 대기업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경련은 선한 의도라도 기업의 이익을 임의로 나눌 경우, 경영진은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법원 판례에서도 이사가 기부행위를 결의할 때 조건 모두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으면 관리자 의무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익공유제가 국내 기업에게만 적용되면 이는 역차별로 이어지게 된다. 이미 국내 업계는 자율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손해를 받은 소상공인과의 상생활동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외국의 공룡기업은 제외하고 국내 기업에만 책임을 묻는 것은 불합리하다.

전경련은 이익공유제가 기업의 이윤추구·혁신 유인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고, 경제 활력과 기존의 상생활동이 위축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정부가 강조하는 ‘자발적 참여’라도 명목상에 그칠 뿐 결국 ‘반강제적 환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야권 “기업 이익 강제 환수는 사회주의적 발상”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반헌법적 발상이자 국민의 편가르기라고 지적했다. 아무리 선한 의도라도 정부가 이익을 강제하는 것은 겁박에 해당해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입장이다. 현행 이익공유제는 기업희생을 강요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반강제 참여가 아닌 ‘자발적 참여’가 보장될 것을 강조한다.

반면 정의당은 ‘선의에 의한 자발적 참여’ 자체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자발적 참여에서 그치지 않고 기업의 참여를 제도화해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 의장이 금융권에 ‘원리금 상환 유예’뿐만 아니라 ‘이자 제한’을 요구한 발언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여당 측은 ‘이자 제한’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면서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이익공유제 관련 법안의 처리를 목표로 한다. 다만 정·재계를 비롯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는 만큼 이익공유제 입법 추진에 관한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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