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규제 3법 기업인 설문조사…불만 압도적
개인정보법 과징금 규정 개정…상향 근거 마련

정부와 국회의 잇따른 기업규제 강화로 재계와의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전경련은 기업규제 3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사진=전경련 제공
정부와 국회의 잇따른 기업규제 강화로 재계와의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전경련은 기업규제 3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사진=전경련 제공

[서울와이어 정성현 기자] 정부와 국회의 잇따른 기업규제 강화로 재계와의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업규제 3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노동조합법 개정안 등을 연이어 통과시켰고, 최근 개인정보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기업이 부담하는 과징금도 대폭 상향될 수 있는 근거가 만들어졌다. 재계가 꾸준히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음에도 정부의 노선이 워낙 강경해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운 모양새다.

이에 재계는 정부의 정책방향 중 ‘기업규제 3법’에 대해 기업인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취지야 어쨌든 기업규제 3법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며 사회적으로도 반기업 정서를 조장하므로, 이러한 정책기조를 전면 수정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재계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역시 기업경영에 막대한 부담을 초래하고 헌법상 비례의 원칙 및 형평성에도 반한다는 입장이다. 그들은 과도하고 징벌적인 과징금 부과기준 상향을 멈추고 위반행위와 처벌 간에 합리적 수준의 과징금이 책정되어야 한다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규제 3법과 산업별 규제들에 대한 기업 의견을 듣기 위해 총 230개사(대기업 28개사·중견기업 28개사·벤처기업 174개사)를 대상으로 한 ‘최근 기업규제 강화에 대한 기업인 인식조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기업규제 3법에 대한 체감도는 기업 경쟁력 약화와 반기업 정서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불만족하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들 응답자들은 기업활동을 억압하는 반시장적 정책기조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응답기업 230개사 가운데 70%에 육박하는 160개사가 정부와 국회의 기업규제 강화에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대기업의 불만족 비율은 96.5%이며, 중견기업은 82.2%, 벤처기업은 63.2%를 기록했다.

불만을 표한 기업들은 그 사유로 ▲전반적인 제도적 환경의 악화로 인한 기업 경쟁력 약화(59.4%) ▲기업을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보는 반기업 정서 조장(31.9%) ▲신산업 진출 저해 등 기업가의 도전정신 훼손(3.8%) 등을 내세웠다.

이들은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반시장적 정책기조 전면 수정(56.1%) ▲금융지원 및 경기부양 확대(21.7%) ▲신사업 규제 개선 등 산업별 규제 완화(19.1%) 등을 들었다.

산업규제에 관해서도 전반적으로 유사한 흐름의 답변이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높은 강도의 산업규제가 적용돼 원활한 경영활동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업규제 수준 정도가 강하다고 답한 기업은 77.3%, 보통은 16,1%, 약함은 6.5%로 집계됐다. 특히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에 대한 답변으로 노동관련 규제(39.4%)가 가장 많이 꼽혔고, 세제관련 규제(20.4%)와 상법·공정거래법상 기업규모별 차별 규제(13.4%)가 뒤를 이었다.

이처럼 기업경영에 부담을 주는 규제에 대해 경영계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경총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경영계 의견을 제출하며 우려를 표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의 불합리하고 과도한 과징금 부과는 산업발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이유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현행 ‘위반행위와 관련된 매출액의 3% 이하’ 과징금 상한 규정을 ‘전체 매출액의 3% 이하’로 변경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에 경총은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기업 부담이 과도하게 커져 관련 산업의 발전이 저해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기업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과징금 부과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관계없는 분야를 포함하므로 불합리하며, 과도한 과징금이 부과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헌법상 비례의 원칙 중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벗어나 과도한 침해에 따른 위헌 소지가 있으며, 공정거래법·전기통신사업법 등에서 실체적으로 위반행위와 관련한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것에 반해 형평성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경총 관계자는 “위반행위와 무관한 분야까지 포함해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 상한을 규정하는 것은 기존 정보통신산업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개인정보 데이터를 활용하는데 큰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현행법상 ‘위반행위와 관련한 매출액’ 기준의 과징금 상한 내에서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김용근 경총 부회장이 임기를 1년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알려졌다. 주변에 따르면 그는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안의 잇따른 통과를 막지 못한 것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경총은 오는 17일 회장단 회의를 열고 후임자를 선임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