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강동원 기자] 정부는 15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위험도가 낮아지는 추세인 만큼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기존 3km 이내의 모든 가금류에서 1km 이내의 동일 가금류로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과잉 대응으로 인해 불필요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특히 치킨업계는 AI 확산이 장기화되는 만큼 육계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정으로 인해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AI 발생 현황은 2016~2017 AI 유행 보다 규모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살처분 규모는 85%에 육박한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제공

◆AI보다 무서운 살처분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16~2017 AI 유행 당시 첫 발병 이후 2월까지 AI 발생 농가는 342호, 살처분된 가금류는 3314만 마리로 나타났다. 그러나 올해 같은 기간 AI 발생 농가는 94호, 살처분된 가금류는 약 2843만 마리로, AI 발생 농가는 큰 차이를 보이지만 살처분 규모는 약 85%에 육박한다.

실제로 국내에서 AI가 가장 많이 발생한 경기도의 경우 AI 발생 농가 39호에서 약 497만 마리가 살처분됐지만 반경 3km이내에 있다는 이유로 살처분 된 가금류는 약 920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AI에 대한 과잉 방역으로 인해 불필요한 피해를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AI 발생 초기부터 양계협회 등 농가에서 살처분 범위를 1km 이내로 조정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방역당국이 무분별하게 살처분을 진행해 피해가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안 의원은 AI 피해 보상에 약 4000억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2016~2017년 AI 유행 당시 살처분 보상금 등 피해보상 금액은 3621억원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부는 3km 살처분을 하지 않았다면 피해가 더 컸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병홍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15일 브리핑을 통해 “과거엔 500m내 살처분 원칙으로 인해 AI가 심각하게 확산돼 지역에 따라 10km까지 대상을 확대한 바 있다”며 “이번에는 3km 살처분을 우선 적용해 수평전파 요인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올해 AI 전파 양상은 야생조류로 부터의 수직 전파가 대부분인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수평전파가 심할 때의 규칙을 적용해 피해를 키웠다”며 "AI 발생 초기부터 1km 살처분을 요청했으나 정부가 3km 살처분을 고수하며 불필요한 피해가 커졌다"고 말했다.

◆피해는 치킨업계와 소비자가

정부의 AI 과잉 방역 논란으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치킨업계와 소비자가 부담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8일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치킨 조리용으로 사용되는 닭고기 9‧10호의 가격은 3308원으로 전년 동일 대비 10.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살처분된 육계는 698만 마리로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전체 육계의 약 8%를 차지했다.

이에 교촌치킨, BBQ 등 치킨업계는 일시적으로 닭고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일부 메뉴를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으며 납품 업체의 계약 단가를 올려주며 닭고기 물량 확보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bhc가 3월까지 약 60억원에 달하는 육계 가격 상승분에 대한 부담을 본사가 책임지겠다고 밝히는 등 이들 업계는 치킨 가격 인상에는 선을 그으며 공급가 유지 정책 등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AI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해당 지원책을 실시하고 있는 업계에 큰 부담이 될 뿐 아니라 결국은 치킨 가격 인상이라는 결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AI는 보통 2~3월쯤 안정이 되는데 올해는 유독 피해가 심한 것 같다”며 “육계 가격이 급등하며 부담이 있는 상황이지만 치킨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사태가 빠르게 진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닭고기 공급 여력이 있다고 발표한 상황이지만 조리에 사용되는 닭고기의 경우 유통기한이 3~4일에 불과해 물량확보에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본사뿐 아니라 가맹점주의 피해가 극심해지고 있는 만큼 AI가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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