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기자 간담회서 향후 계획 공개
32번 후보항체, 남아공 변이주에 중화능력 보여...내달 동물실험 진입
"백신 만들 준비는 이미 완료, 급한 경우 백신 개발 돌입할 것"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 사진=최은지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 사진=최은지 기자 

[서울와이어 최은지 기자] 셀트리온이 새로운 변이를 대응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또한 코로나 백신 주권의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백신 개발에도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18일 셀트리온은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열고 '렉키로나'의 관련 현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렉키로나’는 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로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조건부 허가를 받고 지난 17일부터 전국 의료기관에 공급이 시작됐다.

투약군은 7일 이내 증상이 발현한 코로나19 확진환자 가운데 산소치료가 필요하지 않으면서 60세 이상이거나 심혈관질환, 만성호흡기질환, 당뇨병, 고혈압 등 기저 질환 또는 폐렴을 동반한 환자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렉키로나' 개발 초기부터 변이 바이러스 가능성을 고려하고 총 38개의 중화항체로 구성된 잠재적 칵테일 후보항체 풀을 확보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남아공과 영국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를 확인한 결과, '렉키로나'는 영국 변이주에서 이전 변이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중화능을 보였으나 남아공 변이주에서는 중화능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셀트리온이 사전에 확보한 잠재 후보항체 중 32번 후보항체가 영국 및 남아공 변이주 모두에 중화능력을 보이면서 '변이 맞춤형 칵테일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권기성 셀트리온 연구개발본부장은 "렉키로나는 코로나19 우점종 바이러스와 영국 변이에 강력한 중화능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력이 다소 떨어지면서 남아공 변이를 비롯한 각종 변이 바이러스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변이 대응 맞춤형 칵테일 항체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은 변이 바이러스 항체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32번 후보항체를 활용한 코로나19 변이 치료제의 경우, 6개월 내 2상 임상을 완료하는 게 목표”라며 “남아공 변이가 아직 많이 퍼져있지 않기 때문에 현지에서 단독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내달 동물실험에 진입한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이 백신 개발에 대해 가능성을 열었다. 사진=김용지 기자
셀트리온이 백신 개발에 대해 가능성을 열었다. 사진=김용지 기자

◆ “백신 주권 확보 중요, 필요하면 백신 개발도 나설 것”

셀트리온은 이날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서 명예회장은 백신 기술 주권 확보를 강조하면서 “코로나19 항체를 만들었다는 것은 항원을 만들 수도 있다는 의미”라며 “코로나19 백신 기술 주권의 문제를 고려했을 때 기술 자립을 못 할 경우 백신업계까지 진출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는 진단키트 등 진단을 위한 시스템이 이미 갖춰져있고,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조건부 허가로 치료제에 대한 기술 주권도 확보했지만 백신은 아직 해외 도입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 명예회장은 “백신 주권은 반드시 이뤄져야한다”며 “산불을 끄려면 불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미리 가서 방화벽을 지어야 하는 거 아니겠느냐. 우리도 백신의 기술 주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변이가 현실이 됐을 때 (유행의) 터널 끝에서 유턴해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명예회장은 ”백신을 만들 수 있는 준비는 이미 됐다“면서 ”코로나19 백신이 하고 싶은 게 아니라 향후 변이에 따라 2가, 3가 백신을 만들어야 할 때 우리나라에 대한 공급량이 늦어지면 국가의 이익과 국민을 위해 돌입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변이용 백신 개발을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국내의 백신 업체가 별도로 변이용 백신 개발을 진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셀트리온이 백신 개발에 뛰어들겠다는 의미다. 

한편 서 명예회장은 이번에 백신을 언급하는 것이 주가부양 의도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서 회장은 “백신의 출시는 기업에게 경제적으로 큰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셀트리온이 이윤 추구에만 목적을 두고 있었다면, 항체 치료제를 최저공급가로 국내에 공급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현재 렉키로나주는 제조원가로 공급되고 있으며, 국가가 이를 구매해 국민들은 무상으로 치료받는 방식으로 제공되고 있다. 제조원가는 원자료와 인건비 등 꼭 필요한 비용만 책정된 가격이다. 

서 명예회장은 "코로나19 치료제는 공공재다. 국가 재난상황에 기여하고 싶었을 뿐 영리 목적의 비즈니스나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취지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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