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으로 이어진 유업계의 위기
출산율 저하, 코로나19 등 다양한 원인
유연한 대응 막는 원유가격연동제 개선 필요

유업계가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출산율 감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시유(흰우유 등)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또한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인한 유제품 수입 증가와 원유가격연동제로 인한 원재료 상승 등 가격 경쟁에서도 위협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유업계의 위기 요인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을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강동원 기자] 유업계의 위기는 길고, 급작스럽게 다가왔다. 수년 전부터 이어온 출산율 감소로 인해 우유 소비량은 감소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등교 중단으로 방점을 찍었다.  이처럼 유업계의 위기엔 다양한 원인이 꼽힌다.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우유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강동원 기자 

◆아이들이 사라진 자리엔 수입 유제품만

2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자 수는 27만5815명으로 전년 대비 10.6% 감소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치원‧초등학생 수는 2015년 411만에서 지난해 396만으로 3.6% 줄었다.

유아‧청소년 인구가 줄며 우유 소비량도 줄었다. 2009년 28.3kg이었던 국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19년 26.7kg까지 감소했다. 더욱이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수업방식이 비대면으로 전환됨에 따라 우유 급식마저 중단됐으며 이에 급식 우유를 납품하는 서울우유는 500~600억원, 남양유업은 300억원대의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산율 감소와 더불어 수입 유제품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유제품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53.9%로 2015년 대비 8.7% 증가했으며 이에 국내 기업들의 유제품 매출 역시 감소했다.

특히 올해 정부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발효를 앞두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대한 의지를 보인 만큼, 추가 시장이 개방될 경우 국내 유제품의 점유율 하락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출산율 감소로 인해 우유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코로나19 까지 확산되며 우유 급식마저 중단돼 매출 감소 폭이 커졌다”며 “수입 유제품이 점유율을 높여가는 만큼, 향후 시장 개방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연성 막는 원유가격연동제
원유가격연동제 역시 유업계의 위기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이는 낙농업계와 유업계가 매년 원유가격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벌이자 2013년 정부가 도입한 제도이다. 이에 현재 원유가격은 매년 5월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원유 생산비에 따라 증감률이 ±4% 이상이면 관련 업계의 협상을 통해 10% 범위에서 조정된다.

그러나 국내 우유 업체들은 원유가격연동제로 인해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상관없이 할당된 원유량을 전부 구매해야 한다. 이에 원유 소비 감소로 재고량은 증가하는 반면, 낙농가로부터의 공급은 줄지 않아 업체들은 묶음 상품이나 원가 이하 판매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판매량이 정해진 낙농가는 15~18만톤 규모로 원유 생산 규모를 유지해왔으며 유업계와 달리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낙농가의 영업이익은 25~26% 성장한 반면, 유업계의 영업이익은 2%대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11월 원유 재고량은 13만5978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늘었다. 

아울러 지난해 국내 원유 가격은 kg당 1034원으로 일본의 1044원과 10원 차이로 세계 최고가격 수준까지 올라왔으며 오는 8월 리터당 원유가격이 21원씩 오르는 것으로 결정됨에 따라 우윳값 인상에 따른 연쇄적인 물가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투자를 필요로 하는 낙농업계의 안정화를 위해 도입된 원유가격연동제의 취지는 좋으나 유업계 입장에선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며 “유업계의 침체가 계속되면 결국은 낙농업계도 영향을 받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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