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곡물 등 원자재 상승에 인플레이션 우려 확대
물가 상승 국면 속 투자법, 성장주·우량주 분할매수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지난 24일 거품론에 휩싸였던 코스피가 2.45% 급락하며 16거래일 만에 3000선이 붕괴됐다. 최근 원자재의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논란이 불거지며 시장의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시장은 원유와 금리 상승에 여전히 긴장을 늦추질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상황에 적합한 투자법 찾기에 분주하다.

◆인플레이션 우려 키운 원자재 상승

최근 주요 금속과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를 키우는 모습이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주요 금속과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를 키우는 모습이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주요 금속 가격이 일제히 뛰며 원자재 가격이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여기에 곡물 가격도 올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를 키우는 모습이다. 실수요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반등한 데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응한 헤지(위험회피)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코리아PDS(Korea Price Data System)에 따르면 25일 기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전기동) 3개월물 가격이 전일 대비 302달러(3.26%) 급등한 톤당 9562.5달러를 기록했다. 구리 시장의 공급 부족이 두드러진 가운데 국채 수익률 상승 또한 투자 심리를 자극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구리는 산업 전반에 쓰여 경기 전망의 가늠자로 여겨졌다.

또 다른 비철금속 대표주자 주석과 알루미늄도 급등세를 보였다. 주석 3개월물은 전일 대비 2.8% 오른 2만7310달러를 보였고, 알루미늄 현물도 전 거래일보다 77.5(3.61%) 상승한 2223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알루미늄은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자동차 구매 보조금 정책이 확정될 예정이어서, 이에 따른 관련 산업 지속 성장과 원재료 재고비축 움직임이 가격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곡물 가격도 오름세다. 유럽 선물시장 ICE(LIFFE)에서 소맥은 전일 대비 0.5유로 상승한 톤당 245.75유로를 기록하며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팜유 BMD(MDEX) 가격도 말레이시아 거래소에서 전일 대비 133링깃(3.64%) 급등한 톤당 3784링깃을 나타냈다.

이 같은 원자재 급등세는 경기 회복 기대에 따른 실수요와 헤지 투자 수요 증가가 원인으로 꼽힌다.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 과다하게 상품시장에 베팅하는 것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빠르게 호전되는 중국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지속되는 추가 부양책으로 인플레이션 불안감이 커지며 전통적 헤지 수단인 원자재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후 가속이 붙은 전 세계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도 원자재 수요를 끌어 올린 요인으로 지목된다. 주요국들은 탄소배출제로 정책을 강행하고 있어 이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기반시설 및 전기차 배터리 등에 쓰이는 금속 수요가 느는 추세다.

원자재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글로벌 증시는 급락세를 보였다. 다행히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란 입장을 재확인시키며 다소 안정세를 찾는 모습이다.

◆유가와 금리, 아직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유가와 금리의 상승세가 지속되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유가와 금리의 상승세가 지속되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연준 의장의 발언으로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었지만, 아직도 시장에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지우지 못하는 분위기다. 유가와 금리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아서다.

25일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백신 접종에 따른 코로나19 위기가 해소되면 원유 수요가 빠르게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반영돼 배럴당 0.31달러(0.5%) 상승한 63.5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2019년 5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원유의 경우 전 산업부문에 가장 파급력이 큰 원자재로 꼽힌다. 원유 상승이 관련 부문에 호재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산업 전체의 비용 상승과 물가 상승을 이끌게 돼 결국은 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심원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하면서 최근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이 공급 충격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임금인상 등 비용 측면의 충격에 기업들은 원가 상승을 가격에 전가시키고, 이는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5%를 넘어서는 등 빠른 금리 상승이 위험자산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일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운다. 국채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 기대감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주식시장엔 부담으로 작용한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안전자산인 채권과 위험자산인 주식의 기대 수익률 차이가 줄면서 주식 투자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당분간 물가와 금리의 급격한 변화가 전망돼 코스피도 이에 적응하는 기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유동성 장세가 끝나고 경기 회복을 동반한 본격적인 실적 장세가 예상되는 만큼, 실적 개선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물가가 상승하는 국면에선 ‘리플레이션(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심한 인플레이션까지는 이르지 않는 상태) 트레이드’와 연관된 경기민감 업종 비중 확대도 추천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빠르게 상향 조정돼 지지선을 2800선 초반까지 상향 조정했다”며 “예상보다 조정이 깊지 않을 수 있지만, 이번 분기 시장 변동성에 대한 경계심리는 유지,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평가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리플레이션 상황에선 ‘금리 상승이 가파를수록 시장을 이기는 확률이 커지는 종목을 고를 필요가 있다”며 “이런 업종은 화학, 비철금속, 철강, 건설, 유통, 금융 등”이라고 분석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펀터멘털이 훼손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저가 매수를 고려해볼 수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면 경기나 실적에서 성장을 보여줄 단계가 찾아올 것으로, 신용을 이용해 낙폭 과대주를 단기적으로 사고파는 것보다는 성장주나 우량주를 분할 매수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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