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국가대표 선발전서 자유형 100m·200m 신기록 작성
17세 불과하지만 박태환, 마이클펠프스의 성장 속도 넘어서
2일 김천 수영대회서 5관왕 올라, 아시아 정상급 선수로 우뚝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국가대표 수영선수. 요즘 시대엔 미취학부터 수영을 배우니 극소수 일부를 제외한 전국의 학생과 성인 모두 수영을 할 줄 안다고 가정한다면 대한민국 5000만 명의 국민 중 수영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니 그 의미가 엄청나다. 오늘은 2020년 도쿄올림픽 메달리스트 후보군으로 떠오르며 돌풍을 불어오고 있는 수영선수인 황선우 선수에 대한 인터뷰를 준비했다.

◆ 세분화된 종목의 자유형과 동기부여

올림픽에서 배영, 평영, 접영은 각각 100m, 200m. 4개의 영법을 혼합하여 구사하는 개인혼영은 200m, 400m로 영법 당 두 개의 경쟁 종목으로 제한 된다. 그러나 자유형은 영법 안에서도 50m, 100m, 200m, 400m, 800m, 1500m으로 경쟁 종목이 다양하다. 자유형 50m 종목은 달리기와 비교하면 가장 빠른 100m 종목이라 할 수 있다. 자유형 50m의 한국 신기록은 남자 22초16 (양재훈/2020년 11월  경영 국가대표 선발 대회), 여자 25초08 (정소은/2019년 10월 제100회 전국 체육 대회)이다. 겨우 25초의 시간 안에 모든 경기가 끝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달리기에 비유하면 ‘마라톤’이라 할 수 있는 수영 종목 중 최장거리인 자유형 1500m의 한국 신기록은 14분 47초38 (박태환/2012년 2월 뉴사우스웨일스 주 오픈 선수권 대회)이다. 참고로 1500m는 이번 도쿄 올림픽부터 남녀 선수에게 동일하게 해당되는 종목이다. 이전까지 여자선수의 최장거리 경쟁 종목은 800m이었으며, 현재 여자 자유형 800m 한국신기록은 8분 39초06으로 2019년 5월 국가대표 선발대회 당시 한다경 선수가 수립했다.

통상적으로 자유형 50m, 100m 종목은 단거리, 100m, 200m는 중거리, 200m, 400m, 800m 그 이상은 중·장거리로 나뉜다. 선수는 유전적인 장점 및 단점을 고려하여 주종목을 정하기도 하고, 선수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체격, 신체적 능력, 경쟁 선수들과의 차이 등을 고려하여 종목을 바꾸기도 한다. 수영이라는 종목 특성상 선수 시절 동안 매일 연구하고 훈련하며 종목에 맞추어 몸을 만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본인에게 맞는 종목 선정은 매우 중요하다.

황선우 선수의 주종목은 자유형 100m와 200m이다. 황선우 선수는 2019년 1월만 해도 국가대표 후보선수(상비군)이었다. 같은 해 7월, 그는 광주 세계선수권대회에 계영 400m, 800m 종목에 출전했다. 비록 네 명의 선수가 함께하는 단체전 일원이었지만 후보선수에서 국제무대에 오르는 시간이 6개월 채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비약적인 성과이다.

◆ 이제 날개를 활짝 폈을 뿐…

황선우 선수가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계기는 지난해 11월 열린 경영 국가대표 선발대회 당시 그의 주종목인 자유형 100m와 200m에서 연거푸 신기록을 세우면서이다. 첫 번째 종목인 자유형 100m는 48초25의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기존 박태환 선수의 기록을 0.17초 앞당긴 것으로 6년 9개월 만에 새로 쓴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종목인 자유형 200m 결승에서 세운 1분45초92 기록은 호주 이라이자 위닝선 선수가 18세였던 2018월 12일 수립했던 종전 세계주니어기록(1분 48초 13)을 0.21초 앞당긴 기록이다. 황선우 선수가 주니어와 시니어를 통틀어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기록이었기에 더 큰 의미가 있었다. 

2018년 5월, 서울체육중 3학년 재학 때 출전한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100m 종목에서 황선우 선수는 51초32를 기록했으며 자유형 200m 종목에서 1분52초13을 기록했다. 2년여가 지난 현시점과 비교하면 자유형 100m는 약 3초, 그리고 자유형 200m는 무려 6초나 앞당겨진 셈이다. 작년 11월, 경영 국가대표 선발대회에서 심판으로 참가하여 황선우 선수의 신기록 갱신 순간을 현장에서 직접 참관한 전(前) 국가대표 선수이자 고윤호 KSC수상안전교육센터 대표이사는 이런 빠른 성장에 대해 필자의 예상과는 달리 ‘일반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맨 왼쪽이 前 국가대표이자 KSC수상안전교육센터 고윤호 이사. 박태환 선수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노민상 前 국가대표 감독, KSC 소속 지도자 및 선수들과 함께. 사진=고윤호
맨 왼쪽이 前 국가대표이자 KSC수상안전교육센터 고윤호 이사. 박태환 선수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노민상 前 국가대표 감독, KSC 소속 지도자 및 선수들과 함께. 사진=고윤호

“중, 고교 시기에 2년 사이 개인 최고 기록에서 3~6초, 그 이상을 갱신하는 건 흔히 있는 일입니다. 해외처럼 클럽이 아닌 체육특기생 체재로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국내 대부분의 선수는 고등학교 때 성장기와 맞물려 상승세를 타게 됩니다. 다만 빠른 성장엔 성장통이 따르기 마련이지요. 모든 선수가 그렇진 않겠지만, 만 20대 이후 대학생 혹은 실업팀 소속 선수가 되었을 때 한계치가 낮아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황선우 선수의 눈에 띄는 성장이 수영계에 가져다준 것은 ‘나도 할 수 있다’라는 ‘동기부여’입니다.”

고윤호 이사는 현역 국가대표 선수 시절 황선우 선수와 똑같은 자유형 100m, 200m를 주종목으로 선수 생활을 했다. 그는 1996년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은메달, 1997년 부산동아시아경기대회 수영 남자 자유형 100, 자유형 200m 동메달,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계영 400m, 800m, 혼계영 400m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2003년생인 황선우 선수가 태어나기 전부터 국가대표 선수로서 활동했던 대선배이자 지금은 경기장에서 심판이자 스포츠 행정가(강원도수영연맹 실무이사)이기도 하다. 황선우 선수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는 고윤호 이사는 본인과 같은 종목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황선우 선수를 응원한다.

◆ ‘제2의 박태환’ 수식어는 그만

황선우 선수는 지난 2일 경북 김천실내수영장에서 개최된 제11회 김천 전국수영대회에서 개인 종목인 자유형 100m, 개인혼영 200m, 단체전인 계영 400m, 800m, 그리고 혼계영 400m에서 1위를 하며 5관왕에 올랐다. 또한, 대회 중 앞서 언급한 지난해 11월 열린 경영 국가대표 선발대회 당시,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세운 기록에 대해 국제수영연맹(FINA)의 세계주니어신기록 공식 증명서 전달식이 진행되며 많은 수영 종목 관계자들과 선, 후배 선수들의 박수를 받았다.

작년 펼쳐진 경기에서 황선우 선수는 자유형 100m 종목에서 한국신기록을 깨는 쾌거를 이루었으나 자유형 200m 종목의 세계주니어신기록 수립이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며 박태환의 뒤를 이어 ‘본격적인 종목 전환’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예상과 ‘차라리 박태환과 같은 안정적인 종목으로 바꾸는 것을 추천한다’라는 의견을 제시한 지도자도 있었다. 이유는 자유형 100m 종목은 국제무대에서의 경쟁이 치열하고 그동안 세계선수권에서는 단 한 명의 아시아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 유일하며, 심지어 올림픽에서는 1956년 멜버른 올림픽 이후 단 한 명의 아시아 선수가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종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고윤호 이사는 담담하게 현실을 표현했다.

“박태환 선수는 자유형 200m, 400m 중·장거리 종목에서 메달 획득의 선례를 보여준 사례입니다. 그러나 저는 단거리인 자유형 100m, 200m 종목에서 가능성이 충분한 황선우 선수가 메달 획득을 바라보며 종목을 바꾸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자유형 100m는 중·장거리 종목과 달리 변수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과거엔 영양섭취와 상관없이 아시아 선수들과 서양 선수들은 애초부터 체구 차이가 비교할 수 없이 났었지요. 요즘은 세대가 지나면서 체격도 좋은 아시아 선수들도 많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서양 선수들에게 체력이 밀린다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통해 기술과 지능적인 경기운영 능력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습니다.”

고윤호 이사는 황선우 선수의 훈련에 대해 덧붙여 말했다. “세계주니어신기록 보유자인 황선우 선수는 동급 나이대 아시아의 선수 중 정상급 선수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는 훈련도 한정된 듯 보여요.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황선우 선수의 성장을 위해서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과 해외에서 훈련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일, 제11회 김천 전국 수영대회에서 국제수영연맹(FINA)에서 보내온 세계주니어신기록증을 전달 받은 수영 국가대표 황선우(서울체고3) 선수. (사진: 대한수영연맹)
지난 1일, 제11회 김천 전국 수영대회에서 국제수영연맹(FINA)에서 보내온 세계주니어신기록증을 전달 받은 수영 국가대표 황선우(서울체고3) 선수. (사진: 대한수영연맹)

황선우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깜짝’ 시도를 선보였다. 바로 개인혼영 200m에 출전한 것이다. 그는 접영-배영-평영-자유형 차례로 이어서 구사하며 역영을 펼친 결과, 2분00초77의 기록을 내었다. 이 기록은 2014년 MBC배 전국 수영 대회 당시 박태환 선수가 세운 2분 00초31의 한국 신기록에서 굉장히 근접한 기록이기도 하며, 주종목이 아님에도 불구, 2020년 도쿄올림픽 기준 기록(OST / 2:03'26)을 훌쩍 넘긴 기록이다. 박태환 선수와 황선우 선수 각각 개인혼영 구사에 있어서 아쉬운 영법은 다름 아닌 ‘평영’이다. 고윤호 이사는 본인의 선수 시절의 경험을 풀어냈다.

“수영은 가장 기본적으로 몸 전체를 물 안에서 어떻게 잘 움직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가속도가 붙습니다. 팔동작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사용하는 롤링(Rolling) 기술이 중요한데, 골반과 척추 힘을 통해 큰 힘을 발휘합니다. 자유형과 배영은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영의 경우 상하 롤링 기술이 쓰입니다. 접영도 상하 롤링이 쓰이긴 하지만, 접영과 자유형은 팔을 당기는 동작이 매우 비슷합니다. 자유형이 주종목인 선수는 대체로 배영과 접영을 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영은 자유형과는 달리 힘을 쓰는 기술이 다릅니다. 각 영법에서 다르게 쓰이는 롤링 기술의 차이를 선수들이 얼마나 익숙하게 인지하고 있는가에 따라 기록이 현저히 단축됩니다.”

황선우 선수를 비롯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배영 100m 동메달리스트인 이주호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배영 100m 종목에서 53초71의 기록으로 2018년 5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자신이 세운 종전 한국신기록을 경신하였다. 이외에 여러 선수의 대회신기록, 다관왕 수상 등을 세웠다. 무엇보다 올해 첫 대회이자 다음 달에 있을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을 앞두고 열린 마지막 대회인 이번 제11회 김천 전국수영대회는 선수들이 기량을 확인하고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의미있는 기회였다.

황선우 선수는 다음달 도쿄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있다. 도쿄 올림픽은 7월 23일 부터 8월 8일까지 무관중으로 개최되는 것이 확정 되었으며, 수영(경영)종목은 7월 24일에서 8월 1일까지 경기가 진행된다. (사진: 대한수영연맹)
황선우 선수는 다음달 도쿄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있다. 도쿄 올림픽은 7월 23일 부터 8월 8일까지 무관중으로 개최되는 것이 확정 되었으며, 수영(경영)종목은 7월 24일에서 8월 1일까지 경기가 진행된다. (사진: 대한수영연맹)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무대에 올랐던 고윤호 이사는 자신의 뒤를 이어 같은 종목에서 스포츠인이라면 평생의 꿈이자 영광인 올림픽을 준비하며 수영계를 이끌어주고 있는 후배, 황선우 선수에게 전하고픈 메시지와 조언을 남겼다.

“우선 (참 잘해주어서 대견하고) ‘고맙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올림픽을 출전하는 과정에서 안좋은 유혹도 많을 겁니다. 대표팀 소집이 되면 기량이 떨어질 수도 있고, 올라갈 수도 있고, 정신력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예측 못 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본인의 심리, 장점, 성향, 과거 패턴 등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중학교 시절부터 지도해주고 계시는 지도자와 꾸준히 상호작용을 하면서 올림픽을 준비하길 추천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지금까지 오랜 시간 지도해주신 지도자를 신뢰하면서 끝까지 함께하여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터뷰/글: 글렌다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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