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율 7.9%, 숙박·음식업 대출액 16.2%↑
DSR 차주별 전환, 청년층엔 금융지원 강화 '투트랙'
실효성 논란과 중·장년층 불만 놓고 금융당국 '고심'

국내은행 개인사업자 연체율이 지난해 말 0.21%에서 올 1월 0.24%로 0.03%포인트 상승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국내은행 개인사업자 연체율이 지난해 말 0.21%에서 올 1월 0.24%로 0.03%포인트 상승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사업자의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양질의 자산 확대와 신용보강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금융당국이 마련 중인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9월 대출만기 때 부실 드러날 것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5.9%와 2019년 4.1% 등 안정적 수준이었던 가계부채 증가율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7.9%로 올라갔다. 특히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개인사업자대출이 급증했다. 주요 시중은행의 지난해 숙박·음식업종 대출액은 34조1887억원으로 전년 29조4340억원 대비 16.2% 증가했다.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하나은행의 대출금은 전년 보다 22.5% 늘어난 6조4219억원이었다.

국내은행 개인사업자 연체율도 지난해 말 0.21%에서 올 1월 0.24%로 0.03%포인트 올랐다. 금융권에서는 개인사업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숙박·음식업종의 연체율 상승이 은행의 건전성 지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가계부채비율이 갈수록 악화되는 가운데 오는 9월 만기연장·이자유예 조치가 정상화되면 잠재된 부실이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란 우려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국내은행의 자산건전성 위험요인 점검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시기에 취급된 대출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채무불이행이나 연체가 더 자주 발생해 여신 포트폴리오의 전반적인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어서다. 이에 권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양질의 자산을 적절한 속도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영업을 지나치게 위축하는 방식은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면서 "언택트 경제로 수혜가 예상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가 낮은 고객군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권 연구위원은 "금융당국도 한시적 특례보증 등을 통해 신용을 보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가계부채 관리방안’ 고심중

금융당국은 조만간 발표할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방향을 두고 고심한다. 가계부채 증가율을 안정시키면서 청년층과 무주택자 등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본래 금융위의 목표는 부채총량 관리를 강화해 8%대로 치솟은 가계부채 증가율을 4%대로 낮추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이 주목받자 청년층의 대출을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핵심 수단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차주별 전환을 검토해 왔다. DSR은 차주가 부담하는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을 연간 소득으로 나눠 산출한다. 은행은 현재 관리지표를 평균(40%)으로 관리하는데 상환능력이 있는 차주에게는 40% 이상의 대출도 실행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 모든 차주가 똑같이 40%를 적용받으면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져 자연스럽게 부채 총액이 줄어든다. 

금융당국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의 우대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사진=서울와이어 DB
금융당국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의 우대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실효성 논란과 중·장년층 허탈감 자극

하지만 DSR을 전면 확대하면 소득이 낮은 청년층 등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금융위는 청년층에 대한 DSR 산정 때 현재 소득이 아닌 미래 예상소득까지 감안토록 할 방침이다. 또 이들을 부채총량 관리에서 사실상 제외해주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아울러 당국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의 우대 대상 범위를 늘려주는 방안도 관계부처와 협의한다. 또 현재 최장 30년인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40년까지 늘려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이는 방안 등도 구상 중이다. 일정 금액을 넘는 고액 신용대출에 원금 분할 상환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증가율 안정과 청년층 금융지원 강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정부의 방침이 효율적으로 작용할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규제 완화의 청년층 도움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는 동시에 혜택을 볼 수 없는 중·장년층과 고소득 직장인 등의 불만이 터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청년층의 이탈 표심을 붙잡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결국 '능력에 맞게 대출해준다'는 정책 '철학'과 배치된다"며 "대출 상환 여력이 부족한 이들에까지 규제를 지나치게 풀어주면 결국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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