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필 증권부장

과거 코인시장을 휩쓸고 지나간 충격과 공포가 잊힌 듯하다. 2018년 말 폭락하며 대규모 피해를 양산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가파른 우상향을 그렸다. 그리고 소위 대박이 났다는 얘기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다. 돈을 벌었다는 얘기는 들리는데, 잃었다는 얘기는 잘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코인시장에 뛰어든 사람은 모두 수익을 냈을까. 누군가의 말 한 마디에 급등하고, 또 누군가의 한 마디에 급락하는 불안정한 시장이라 손해를 본 사람이 적지 않을 텐데.

최근 2주 사이 비트코인 가치가 2000만원가량 증발했다. 다른 코인도 이 기간 동안 대부분 가격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단기 하락장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지 않았을 가능성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정부가 코인시장을 옭죄는 상황이라 가능성을 높게 두진 않았다.

그렇다면 코인시장에서의 손실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걸까. 손해 봤다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사실이 불안감을 키운다. 3년 전 폭락사태가 재현되면, 또 다시 대규모 피해사태가 벌어질까봐. 이런 우려를 드러내는 게 그저 기우라면 다행이다.

코인 투자로 돈 좀 벌었다는 얘기가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수익을 보여주며 가격이 떨어진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말은 진심이든, 자기 자랑이든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 코인시장에 발을 들이는 계기가 되곤 한다.

문제는 주식도 그렇지만 코인은 더 큰 리스크를 품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3월 이후 주식시장에 뛰어든 동학개미들은 경험을 통해 정보 습득력과 기업분석 요령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코인은 좀 다르다. 투자 준비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량이 한정돼 말이 먼저 앞서는 게 아닐까.

옆집 아무개가 코인으로 돈 벌었으니 나도 해보자는 식의 접근은 치명적이라는 얘기다. 주변 사람의 말만 믿고 뛰어들 정도로 만만한 시장도 아니다. 단기 하락장이라 다시 급등할 테고, 코인의 전망이 좋으니 투자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얘기를 맹신해선 안 된다.

혹자는 코인시장의 최근 단기 하락 가능성을 배추농사에 비유한다. 올해 배추농사가 풍년이면 내년에는 어김없이 흉년이 온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 다음해에는 다시 풍년이 올까. 정보 수집과 분석으로 어느 정도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주식보다 더 위험하지 덜 하진 않다.

코인에 투자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주변 사람들의 말만 믿고 뛰어드려는 개인투자자에게 재고의 시간을 주고자 함이다. 다시 얘기하지만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한껏 부풀어 오른 거품 속에 몸을 던지는 꼴이 될 수 있다.

옆집 아무개는 돈 벌었는데? 그 사람이 얘기가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틀릴 수도 있다.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시간이 맞는다. 선택은 스스로의 몫이다. 하지만 선택 전에 수익이든 손실이든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확신을 가져야 한다.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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