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하우시스 제외한 4개사 모두 LG 매출 비중 70% 달하기도
자력으로 사업진행 가능한 LX글로벌 목적사업 추가
실리콘웍스‧LX MMA, 신규 고객 유치 통해 외연 확대

구본준 LX그룹 회장. 사진=LG그룹 제공
구본준 LX그룹 회장. 사진=LG그룹 제공

[서울와이어 채명석 기자] LX그룹에 편입된 5개 기업들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하나의 공통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상이하다.

그런데, 상사‧물류, 반도체, 화학, 건축자재 등의 분야의 이들 기업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고리가 있긴하다. 바로 ‘LG’다. 각 회사마다 LG그룹 계열사들을 통한 매출 비중이 30%에서 70%에 달할 만큼 LG 의존도가 높다. 각사들의 경쟁력은 낮지 않지만, LG그룹 차원에서 시작한 사업을 담당했던 기업들이었기에 어찌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이제 LX그룹으로 떨어져 나온 이들 기업은 회사에 충격을 받지 않으면서 LG와의 거래 비중을 낮추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어떻게 하나의 고리로 연결하는가가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LX글로벌, 그룹사업 컨트롤타워 역할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받은 최고의 선물은 ‘LX글로벌(현 LG상사)’이 될 것으로 보인다.

LX글로벌은 국내 4대 종합무역상사로서 다양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수출입 무역을 통한 상업 노하우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한 영업, 마케팅, 금융, 물류, 제조, 자원개발 등에서도 노하우를 갖고 있다. 구본준 회장이 구상하는 미래 신사업 추진에 있어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최적화된 기업이 바로 LX글로벌이라는 것이다.

LX글로벌이 LX그룹에서 차지하는 덩지 비중도 크다. 총 자산과 매출이 그룹의 절반을 웃돌고 있다. LX글로벌의 향후 미래가 LX그룹의 성장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는 말이 부족함이 없다.

다만, LX글로벌 매출 가운데 LG그룹 계열사가 높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전체 매출의 약 60%를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의 제품을 판매 대행해서 얻은 결과다. LX글로벌이 지분 51%를 보유한 종속회사이자 물류 대행업체인 LX 판토스도 매출의 70% 이상을 LG계열사러부터 벌어들이고 있다.

LG그룹 계열사들이 수출대행 물량을 단기간에 줄이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X글로벌이 LG그룹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계열분리 직전인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폐기물의 수집 및 운송업, 폐기물 처리의 설치 및 운영업, 디지털콘텐츠 제작과 유통 및 중개업, 의료검사와 분석 및 진단 서비스업 등 총 7개의 사업목적을 정관에 새롭게 추가한 것은 LX 시대 도래에 따른 생존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LX글로벌의 사업 다각화는 구본준 회장의 경영 방침과도 연결되어 있는데, 새로운 사업은 LG그룹의 사업구조와도 중복되지 않는다.

신사업에 투자할 자금도 마련했다. LX글로벌은 지난해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 전량(25%, 약 3412억원) 매각 등 보유한 부동산과 해외투자 지분 등을 매각해 총 6000억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니켈사업과 함께 정보통신기술(ICT)기반사업, 헬스케어사업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석탄광산개발 이력을 토대로 향후 유망사업으로 각광받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니켈광산 투자를 역점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LX실리콘웍스, 신규 고객 유치에 주력

LG반도체를 ‘빼앗긴’ 후 LG그룹이 반도체 사업에서 완전 손을 뗐다고 보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LX실리콘웍스는 구본준 회장의 한을 메워줄 희망의 기업이다.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기업인 LX실리콘웍스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기점으로 시장이 열린 전기자동차와 IT기기, 디스플레이 호황에 따른 반도체 수요 회복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1조’ 클럽 입성했다.

반도체 빅딜이 있었던 1999년 설립한 실리콘웍스는 팹리스 부문 국내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주력 사업은 시스템IC 사업으로, 전체 매출 가운데 약 86%를 차지하고 있다. 시스템IC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구동하기 위해 사용되는 핵심부품으로, 통상 DDI(Display Driver IC)라고 부른다. 실리콘웍스의 주 고객사는 LG디스플레이로 비중은 낮추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70%대를 기록중이다. LG디스플레이 의존도를 줄이는 게 생존을 위해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 반도체 부품은 영업이 생명이다. 또한 세트업체가 구상하는 제품 속에서 버그를 일으키지 않고 안정적으로 구동할 수 있도록 최적화를 해줘야 한다. 그동안 LG디스플레이 기준에서만 제품을 설계해왔던 실리콘웍스는 다른 고객사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출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들어 LX실리콘웍스의 전체 매출 중 10% 이상을 차지하는 고객사가 한 곳 나타났다. 2020년 사업보고서에 언급한 고객사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로 추정된다. 이는 LX실리콤웍스가 고객사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LX MMA, 신규 먹거리 발굴해야

LX그룹 계열로 편입되면서 이름이 알려진 LX MMA는 LG그룹과 스미토모화학, 일본촉매가 협력해 지난 1991년 설립한 기업이다. 각각 회사 지분 50%와 25%, 25%를 보유하고 있다. 생산 제품은 메틸메타크릴레이트(MMA)와 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PMMA)다. MMA는 페인트, 접착제, 건축 마감재 등의 소재로 쓰이는 제품이고, 아크릴 유리와 같은 형태인 PMMA는 자동차나 LED TV(발광다이오드 TV), 노트북, 모니터 등의 소재로 사용된다.

MMA 제품의 경우 국내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석유화학협회의 2020년 6월 통계를 보면 LX MMA의 연간 생산규모는 MMA 26만t, PMMA 12만t이다. 2위인 롯데엠시시의 생산 규모는 각각 9만7000t, 11만t이다.

LX MMA의 주요 고객사는 LG화학을 비롯한 LG 계열사로 전체 매출의 30~4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매출구조는 그동안 LX MMA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게 해준 바탕이 되었으나 독립 후에도 이어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한 가족이었을 경우에는 그룹의 필요에 의해 설립해 일정 수준의 구매물량을 보장받을 수 있었지만 향후에는 LG 계열사들이 더 낮은 가격에 도입할 수 있는, 구매선 전환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LX MMA도 신규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신규 먹거리 사업 발굴에도 힘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LX하우시스, 건축자재 사업 고도화 추진

LG그룹은 LX하우시스를 구본준 회장에게 넘김으로써 건설 관련 분야 사업에서는 완전히 손을 뗐다. 그렇다면 LX그룹의 한 가족이 된 회사가 어떻게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가가 관건이다.

LX하우시스의 주력은 건자재사업과 자동차소재사업으로, 지난 2009년 LG화학 산업재 사업부문이 분할해 출범했다. 주요제품은 창호, 바닥재, 인조대리석 등 건축자재와 자동차부품·원단, 인테리어·가전용 표면재 등의 산업용 필름 등이다.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은 약 7대 3이다. 신사업을 추진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오히려 건축자재 부문의 비중이 높아졌다.

부진한 자동자부품사업의 매각을 위해 현대비앤지스틸과 협상을 했으나 결렬 됐다. 이 사업은 상황에 맞춰 매각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대신 LX하우시스는 건축자재 사업 고도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강계웅 LG하우시스 대표는 주총에서 “인테리어 사업 육성과 고부가 전략제품 확대 등의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신성장동력 확보·고객가치 중심 경영을 통해 어떠한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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