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정과 상생의 길을 묻다 (3)
2030년부터 코스피 상장사 ESG공시 의무
탄소중립·탈석탄, 사회적·지속가능한 채권
양성평등문화 확산, 수평적조직문화 조성

한국은 2025년부터 국내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가 도입되며,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 사진=서울와이어 DB
한국은 2025년부터 국내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가 도입되며,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업과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면서, 금융기관들은 기업의 재무적 성과만이 아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평가의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

기업의 ESG 성과를 활용한 투자 방식은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의 편익을 증대시킨다. 투자자들은 장기적 수익을 추구하고, 기업은 장기적 수익성 강화와 비용 감소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 한국은 2025년부터 국내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가 도입되며,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 기조와도 맞물리면서 금융기관들은 ESG 전략과 투자계획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4대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ESG경영을 올해 주요 경영 전략으로 수립하고 ESG 관련 조직을 신설‧확대 운영한다.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산하에 ‘ESG 컨트롤타워’를 두는 식이다.

◆E-기후변화 대응 위한 탄소중립·탈석탄 

과거에도 금융권은 에너지 절약 방침이나 친환경 소재의 비품 사용 등을 통해 환경보호에 앞장서 왔다. 최근 가장 두드러지는 ‘E(친환경)’ 경영의 흐름은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과 탈석탄 기조다. 

신한지주는 ‘Zero Carbon Drive’에 따라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배출량을 2030년 38%, 2040년 69%까지 감축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은 최근 한국환경공단과의 업무협약으로 '탄소포인트제'에 가입한 개인에게 신용대출 이용 시 0.1%포인트 금리우대를 제공한다. 이후 예금금리와 환율우대 등 금융우대서비스 혜택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KB금융은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관련 신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 인수를 중단하는 등 탈석탄금융을 공식화했다. 삼성 계열 금융사 관계사들도 지난해 11월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앞으로 석탄 화력 발전소에 대한 직접적 투자나 융자뿐만 아니라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 목적의 회사채에도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화재는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을 위한 보험을 인수하지 않는 내부 방침을 확정했으며, 삼성증권과 삼성자산운용도 석탄 채굴과 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고 있다.

◆S-사회적 문제 해결 위한 채권 발행 

과거 기업의 ‘S(사회적책임)’은 저소득층에 대한 기부나 봉사활동 등 소극적인 공헌에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현재 금융권은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채권과 지속가능채권 발행을 늘리는 등 적극적인 주체가 되고 있다. 

지난 4월 NH투자증권은 건설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생채권신탁시스템’을 개발했다. 하청업체의 부실로 공사대금에 대해 가압류나 회생 절차가 발생하더라도 별도의 신탁재산이라는 점에서 하도급대금의 강제집행이 금지된다. 이렇게 보전된 하도급대금은 신탁계좌에서 노무자, 자재·장비업자 등에게 직불이 가능해 임금체불을 방지할 수 있다.

채권을 발행해 조달된 자금으로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금융사들도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3월 5000억원 규모의 ESG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자금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현대카드도 이를 위해  1년6개월물 700억원, 2년1개월물 1300억원, 3년물 1200억원, 5년물 1300억원 등 총 4500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각각 발행했다. 우리카드도 2억달러 상당의 해외 ESG채권을 발행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영세 가맹업자 자금지원에 활용할 예정이다.

◆G-양성평등 문화·수평적 직장문화 조성

금융권이 ESG경영에 힘쓰고 있지만 최근까지도 업계 내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등 ‘G(지배구조)’ 에 대한 개선 노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양성평등 문화 확산과 평등한 직장문화의 조성에도 노력을 쏟는 금융지주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신한금융은 올 1월 글로벌 금융정보기관 블룸버그가 발표한 ‘2021 양성평등 지수(Bloomberg Gender-Equality Index, 이하 BGEI)’에 3년 연속 편입됐다고 밝혔다. 올해 여성 승진 규모 확대, 급여·복지제도 개선, 그룹 공동어린이집증설, 임신 전기간 단축 근무 도입 등 다양한 양성평등 관련 사업을 정량화해 제시하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한카드는 지난 4월 ‘디지털 조직문화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CEO포함 전 임직원의 호칭을 ‘님’으로 통일한다고 밝혔다.

KB금융은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이사회에 2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을 중심으로 본부여성 인력 비율을 '부서장 20%, 팀장 30%, 팀원 40%' 원칙을 수립해 실질적인 노력을 이행 중이다. 또한 '여성역량강화원칙(WERs)'의 공식적인 지지기관으로 여성 인재 육성과 중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여성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인 'WE(Womans Empowerment) STAR 멘토링'을 운영중이며, 핵심 자회사들도 여성 인재 육성을 위한 특화된교육과정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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