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정과 상생의 길을 묻다 (2)
소비자 인식 개선 노린 환경에만 집중
지배구조 취약 기업, 개선방안 수립필요
글로벌 투자자 눈높이 맞추도록 해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3일 그룹 SNS 계정을 통해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고고 챌린지’ 참여 소식을 알리며 그룹의 친환경 활동 계획을 소개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3일 그룹 SNS 계정을 통해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고고 챌린지’ 참여 소식을 알리며 그룹의 친환경 활동 계획을 소개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서울와이어 채명석 기자] 지난 3일 현대자동차그룹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는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티셔츠를 입고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고고 캠페인’에 참여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사진과 글이 올라왔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폐기물과 폐페트병을 업사이클링한 패션 제품을 선보이는 ‘리스타일(Re:Style)’ 캠페인을 매년 펼치고 있으며, 아이오닉의 라이프 스타일 경험공간인 'STUDIO I'를 통해 폐플라스틱 등 폐 소재로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과 디자인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 공개한 전기차 아이오닉 5와 EV6에도 친환경, 재활용 소재가 활용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플라스틱 사용은 줄이고! 업사이클링 제품 사용은 늘리고!’라는 고고 챌린지의 목표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약속한다"며 “저와 현대차그룹은 탈 플라스틱 사회를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함께 하겠다”고 전했다.

◆폐페트병 ESG 실천 상징으로 떠 올라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기업경영에 적극 도입하면서, 그동안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져 있던 부문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폐페트병은 많은 기업이 참여해 재활용 방안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SK그룹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최근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자원봉사 조끼를 도입했다. 친환경 자원봉사 조끼는 한 벌당 500ml 페트병 10개를 업사이클링한 원단으로 생산됐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안에 자원봉사 조끼 전체를 친환경 조끼로 교체해 구성원들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폐페트병 수만 개를 재활용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폐페트병은 봉사 조끼 외에도 작업복, 유니폼 생산에 활용될 계획이다.

효성그룹 계열사 효성티앤씨는 국내 최초로 폐페트병에서 뽑은 원사로 만든 친환경 폴리에스터 섬유 ‘리젠’을 개발했다. 효성티앤씨는 리젠은 마스크·티셔츠·가방 등의 모습으로 변신해 여러 패션·의류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제주 삼다수 페트병에서 추출한 리젠 옷을 출시했으며, 앞서 친환경 패션 브랜드 플리츠마마도 페트병 16개로 만든 가방을 선보였다. 지자체들과의 공동사업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제주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섬유 ‘리젠제주’를 선보인 데 이어, 올 초부터 서울시와 투명페트병을 재활용 섬유로 생산하는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 ‘리젠서울’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중견기업인 SM그룹 계열사 티케이케미칼은 지난해 구축한 ‘K-rPET’체계로 국내산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생산한 리사이클 원사 ‘K-rPET ECOLON’에 이어 항균기능사 ‘K-rATB’와 인조스웨이드사 ‘K-rROJEL’를 출시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카카오커머스’의 ’메어커스프라임’과 협업을 통해 자사 브랜드 ‘K-rPET ECOLON’으로 제작한 ‘지구를 위한 티셔츠’를 론칭했다.

티케이케미컬은 또한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섬유를 재활용해 차별화된 원사를 생산하는 ‘K-rWEAR’(케이알웨어, Korean Recycled Wear)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리사이클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배구조 개선 통한 사회 기여도 높일 때

2021년은 국내 산업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본격 도입하는 사실상의 원년이다. 도입 초기이다 보니 아직 두드러진 ESG 활동은 사회공헌 활동과 환경보호 활동에 치중된 것이 사실이다. 이는 ESG의 다양한 효과 가운데에서도 기업 이미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비자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재활용은 환경, 기후변화 문제 등의 문제에 관심이 많고 직접 행동에 나서고 있는 MZ세대를 비롯한 젊은 소비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물론 앞으로도 ESG 활동이 환경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 경영권 승계에 따라 3~4세 총수 체제로 바뀐 대기업들은 그동안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지배구조의 선진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일부 대기업 총수와 경영진 때문에 불거진 사회의 부적합한 행동이 반기업 정서로 이어지는 경우도 없어야 할 것이다. 남양유업의 사례처럼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해 사회의 지탄을 받은 기업은 제품 불매운동을 넘어 최고경영진의 퇴진을 관철할 만큼 기업의 공익적 측면이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ESG 경영전략 수립‧정보공시 대응해야

ESG 경영전략은 ESG 관점에서 기업의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전략과 과제, 실행 체계 등을 구축·추진하는 것이다. ESG 정보공시는 기업의 ESG 정보를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반영해 자본시장에 공시하는 개념이다.

삼정KPMG(회장 김교태)가 지난 2월 발간한 ‘ESG의 부상,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보고서는 기관투자자의 ESG 요구가 주주관여 및 투표권, 투자배제 형태로 다양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7년 노르웨이 국부펀드인 GPFG는 전력생산량의 30% 이상을 석탄에서 얻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완전히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매출액의 25%를 석탄발전으로 만드는 일부 기업의 주식과 채권을 매도하고, 지속가능한 펀드를 현재 14개에서 15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했으며, 한국의 국민연금도 2022년까지 운용기금의 절반을 ESG 기반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무디스와 S&P 등 글로벌 신용평가 기관은 기업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ESG 역량을 신용평가에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애플을 포함한 글로벌 선도 기업은 ESG 경영을 하지 않는 공급사와는 거래하지 않는 ‘ESG 기반 SCM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보고서는 협력사 ESG 관리 역량에 따라 기업가치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최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ESG 기반의 공급망 관리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연구에 따르면 MSCI ESG 점수가 높은 기업(상위 20%)과 낮은 기업(하위 20%)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차이는 2019년부터 5배 이상까지 벌어졌다. 2014~2017년까지 1~2배의 차이를 보였던 것에 비하면, ESG에 대한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동석 삼정KPMG ESG전담팀 리더(전무)는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대되고,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이 감소하고 기업 이미지 등이 개선돼 기업가치가 올라가게 된다”며 국내 기업이 ESG 경영전략 수립과 정보공시에 조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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