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시장의 위기, 퇴출되는 코인·폐쇄 우기의 거래소
엘살바도르의 법정통화 승인 속에서 찾는 코인러의 희망

가상화폐(코인) 투자 열풍이 젊은 층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소위 대박을 쳐 몇 십배를 수익을 냈다는 사람들의 풍문을 듣고 있으면 내게도 기회가 올 것 같다. 하지만 변동성이 너무 크고 제도적 규제가 미흡해 투자를 망설이는 이도 적지 않은 상황. 그래서 기자가 직접 가상화폐시장에 뛰어들었다. 코린이들을 위해 거래소 가입부터 투자까지 궁금한 점, 알아야 할 것들을 정리해 공유해본다. [편집자주]

신은 판도라에게 호기심과 함께 상자를 건네며 절대 열지 말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판도라는 상자를 열었고 그 안에서 온갖 시련이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신은 판도라에게 호기심과 함께 상자를 건네며 절대 열지 말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판도라는 상자를 열었고 그 안에서 온갖 시련이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마지막까지 상자에 남은 것은 ‘희망’이었다. 그 뒤로, 인간들은 갖가지 불행에 시달리면서도 희망만은 고이고이 간직하게 됐다고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그리스 신화에는 아름답지만 슬픈 이야기가 하나 있다. 

신들의 신 제우스는 자신의 뜻을 거역하고 불을 훔쳐다 인간에게 준 프로메테우스를 괘씸히 여겨 그 대가로 인간에게 재앙을 내리기로 했다.

제우스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여신처럼 아름다운 여자를 만들라했고, 다른 신들은 저마다 여자에게 선물을 주거나 재능을 불어 넣었다. 그 가운데 헤르메스는 그녀에게 거짓, 아첨, 교활함 그리고 호기심을 채워줬다. 그녀의 이름은 ‘판도라’.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를 보자마자 단번에 반해버렸고 둘은 결혼을 하게 됐다. 제우스는 둘의 결혼을 축하하며 상자 하나를 선물했고, 절대 열어보지 말라는 역설적인 당부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판도라는 상자에 호기심이 들끓었고 제우스의 의도대로 결국 상자를 열었다. 상자에선 증오, 질투, 분노, 가난, 질병, 노화 등 장차 인간이 겪게 될 온갖 재앙이 쏟아져 나왔다. 마지막까지 상자안에 남아 있던 것은 희망이었다.

◆상자 속 수 많은 고난들

가상화폐 거래소가 특금법을 대비해 부실 코인을 정리하며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사진=서울와이어 DB
가상화폐 거래소가 특금법을 대비해 부실 코인을 정리하며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최근 가상화폐 시장을 보고 있자면 누군가(우리의 입방정 머스크가 아닐까 싶다)가 열어버린 판도라의 상자 때문에 온갖 악재로 투자자들이 고통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처음 코인 투자를 시작했을 당시에 이미 예고된 일들도 몇몇 있다. 짧은 시기에 몰아치듯 쏟아지는 일대 사건에 정신마저 혼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엊그제 옆동네(코인빗)에선 ‘아닌 밤중에 홍두깨’ 마냥 절반이 넘는 코인들이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문제는 한밤중에 갑작스럽게 진행됐다는 건데, 이 때문에 그 동네 사람들은 밤잠을 설친 분위기다.

우리(업비트) 쪽은 그보단 양호한 수준의 시간에 공지가 올라왔다. 그렇다고 해도 정신적 충격은 매한가지다. 내가 투자하던 코인이 사라진다는 데 멀쩡할 리 없지 않은가. 더욱이 거래소가 폐쇄될 수도 있다는 소식엔 대뇌부를 가격당한 기분이다.

기도와 바람의 글이 넘치던 커뮤니티에서도 웬일로 진지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저마다 분석을 했다며 또는 어디선가 듣고 온 카더라 통신을 끌어다 투자자끼리 어수선한 분위기를 안정시키려고 애쓰는 모양새였다. 애잔하단 단어가 참 잘 어울리는 상황이다.

한편에선 필요악이라며 정리의 의미를 이해한다는 글도 있다. 솔직히 공감 안된다. 지금 손실이 몇 퍼센트인데 투자자 보호라는 등의 이유가 귀에 들어올 리 없다. 당장 내 돈 올려주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낙관적일 것이란 희망이 지금 내게 무슨 소용일까.

◆그래도 희망은 남았다

판도라 상자에 마지막까지 남았던 것이 희망이었듯, 가상화폐 시장의 투자자에게도 인내와 희망이 필요하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판도라 상자에 마지막까지 남았던 것이 희망이었듯, 가상화폐 시장의 투자자에게도 인내와 희망이 필요하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상자를 열자마자 나와버린 수 많은 해악들과 달리 희망은 상자 안에 남았다. 왜일까. 난 이런 생각이 든다. 증오, 질투, 분노 등은 쉽게 생기고 쉽게 사라질 수 있는 반면, 희망은 오랜 인내 끝에 오고 마지막까지 인간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위에서 부정하긴 했지만 정말로 필요악이라면, 그리고 지금이 과도기라면 가상화폐의 희망도 결국은 인내에서 시작될는지 모른다.

얼마 전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인정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드디어 제도권 내로 들어서며 가치를 인정받게 되나 싶어 잠시 설렜다.

‘어 잠깐. 근데 엘살바도르가 어디 있는 나라지’ 인터넷이 필요한 순간이다. 중남미의 한 작은 국가인 엘살바도르는 오랫동안 내전에 시달리고 범죄율, 소득 불평등이 매우 높은 인구 650만명 정도의 소규모 국가라고 설명돼 있다.

이러다보니 엘살바도르는 통화체계가 불안해 자국 화폐인 콜론을 미국 달러에 연동해 썼을 정도란다. 심지어 21세기 들어서서 콜론을 아예 폐기하고 자국 통화가 없는 나라가 돼버렸다고 하니 이번 비트코인을 자국 통화로 승인할 수 있었던 것이 이해가 됐다.

뜬금없이 엘살바도르 얘기가 나왔지만, 가상화폐의 가치 인정은 코인판에서의 오랜 염원같은 것이라 코인러들이라면 뉴스에 솔깃했을 것이다. 비록 국가 사정이 여의치 못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겠지만 단 한번의 시도가 두 번째 발걸음을 만들 것으로 기대하게 만들었다.

지금 상황이 방금 열어 제낀 판도라의 상자라서, 악재들이 겹치고 또 앞으로도 많은 제재가 올 수 있다. 비록 그럴지라도 코인판이 상자 속 희망을 발견하는 그때까지 내가 나를 응원하고 함께하는 코인 투자자들을 응원한다. 

‘현재 보유코인 93.5527DOGE, 가격 367KRW(원), 총 자산가치 3만4333원, 누적수익률 –65.67%’ (누군 앉아있어도 돈이 굴러들어온다는데 난 숨만 쉬어도 돈이 알아서 빠져나간다. 참 편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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