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배유정의 영화음악' 들으며 영화배우 꿈 키워
드라마 '언더커버' 요원 역할과 달리 실생활에선 '기계치'
'공수처' 소재 첫 드라마... '유일무이'가 주는 의미 특별해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학창시절 비디오테이프 빌려보는 걸 좋아했어요. 그 당시 새벽에 방송되던 라디오 ‘배유정의 영화음악’을 들으며 라디오에서 소개하던 영화들을 주로 빌려봤죠. 활동적이지 않아 혼자 집에서 영화를 볼 때가 종종 있었는데 그 시절 영화를 보며 감성에 젖어 자연스럽게 배우라는 꿈을 가졌습니다.”

배우 안세호. 사진 제공: 에얼리언컴퍼니.
배우 안세호. 사진에얼리언컴퍼니 제공

2006년 허진호 감독의 영화 ‘외출’에서 단역인 약사로 출연하며 첫 데뷔를 했던 안세호. 그는 이후 영화 ‘김종욱 찾기’, ‘친구2’, ‘터널’, ‘군함도’, ‘골든슬럼버’, ‘정직한 후보’ 등에 출연해 영화관에서 얼굴을 비췄고 OCN ‘구해줘’, tvN ‘슬기로운 깜빵생활’, KBS ‘동백꽃 필 무렵’ 등에 출연하며 시청자를 만났으며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오! 당신이 잠든 사이’, ‘형제는 용감했다’를 비롯해 연극 ‘모범생들’, ‘유도소년’, ‘머더 미스터리’ 등의 무대에 오르며 관객을 만난 15년차 배우다.

2010년 장편영화 ‘김종욱 찾기’로 영화 감독 데뷔를 한 장유정 감독의 영화 연출작 3편 – ‘김종욱 찾기’(2010년), ‘부라더’(2017년), ‘정직한 후보’(2020년) – 에 내리 출연한 안세호는 시간이 가면서 그녀의 작품에 단역에서 조연까지 비중도 넓게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는 장유정 감독과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영화 '정직한 후보'에서 안세호는 극 중 라미란의 비서관 '이정민' 역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사진=수필름·홍필름 제공
영화 '정직한 후보'에서 안세호는 극 중 라미란의 비서관 '이정민' 역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사진=수필름·홍필름 제공

“장유정 감독님은 영화 이전 2007년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연출하실 때 처음 뵀어요. 이후 2015년 ‘형제는 용감했다’ 공연 연출하실 때 다시 불러주셨어요. 무대 연출 하실 때마다 극 중 ‘아버지’ 역으로 항상 캐스팅 하시며 잘 챙겨주셨고 저도 두 작품에서 ‘아버지’ 역을 하면서 연기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며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관객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연기를 펼치는 '뮤지컬'. 장기간에 걸쳐 한 작품을 촬영하여 영화관에서 관객에게 작품을 선보이는 '영화'. NG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 '연극'. 약속된 시간 안에 촬영이 끝나고 송출이 돼야 하여 긴장감이 넘치는 '드라마'. 각기 다른 장르에 장단점이 있어 어떤 배우는 강점을 보이고 어떤 배우는 특화되어 있기도 하다. 모든 장르를 아우르며 섭렵 중인 안세호는 특정 장르에 대한 선호도 없이 그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연극 '모범생들' 포스터. 안세호의 꿈이자 평생의 목표는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사진=이다엔터테인먼트·쇼플레이 제공
연극 '모범생들' 포스터. 안세호의 꿈이자 평생의 목표는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사진=이다엔터테인먼트·쇼플레이 제공

“배우로서 겪는 슬럼프는 일이 없을 때인 것 같아요.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특히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일이 있다면 슬럼프는 자연스레 사라지지요. (웃음)”

지난 12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언더커버’(연출 송현욱, 극본 송자훈·백철현, 제작 (주)스토리티비·JTBC스튜디오)에서 안세호는 국정원 기획조정실 알파팀 요원 `김광철` 로 분했다. 극 중 민첩한 행동력과 명석한 두뇌를 모두 갖춘 알파팀의 에이스인 김광철은 한정현(지진희 분)을 커버하라는 임형락(허준호 분)의 지시를 받은 팀장인 도영걸(정만식 분)을 적극 지원하며 등장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JTBC '언더커버' 장면. 사진=스토리티비·JTBC스튜디오 제공
JTBC '언더커버' 장면. 사진=스토리티비·JTBC스튜디오 제공

“감사하게도 '언더커버'의 '김광철' 역에 오디션도 거치지 않고 단번에 캐스팅 되었습니다. 처음 역할에 대한 제의가 들어왔을 때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각오를 했어요.”

그는 극 중 팀장인 도영걸 역의 정만식과 대부분의 촬영을 함께했다. 정만식과는 '언더커버' 이전 여러 작품에서 만났기 때문에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촬영장에서 만나면 장면의 흐름, 감정선, 말투 등 연기에 관한 의견을 많이 나눴다.

도청, 추적, CCTV, 노트북, 이메일 등의 해킹, 지능적인 수사, 액션 등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일명 '만능캐'의 역할을 맡은 만큼 역할에 대한 준비도 많이 해야 했다. 가장 추운 시기에 촬영된 드라마이기도 했고 액션 장면도 많고 야외 촬영도 많았지만 그는 탄탄한 내공을 카메라에 모두 쏟아냈다.

“저는 역할과는 다르게 기계치입니다. (웃음) 그렇다 보니 노트북이나 기계 다루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던 것 같아요. 캐스팅 이후 제가 평소보다 단단하고 강해 보이고 싶어서 운동으로 몸을 키웠습니다. 추위는 당연히 힘들었지만 지금도 떠오르는 장면이 있는데 6회에 나오는 오토바이 액션 장면입니다. 오토바이가 눈앞에서 앞바퀴를 들고 위협하는 걸 참아야 하는데 그때 사실 정말 무서웠어요.”

JTBC '언더커버' 6회 장면. 사진=스토리티비·JTBC스튜디오 제공
JTBC '언더커버' 6회 장면. 사진=스토리티비·JTBC스튜디오 제공

언제나 힘든 일만 있던 건 아니었다. 그에겐 촬영장에 나가는 것이 언제나 즐겁고 설레는 일이기 때문이다. 색다른 경험도 있었다. 바로 헬리콥터 착륙장에서의 촬영이다. 평소에 고층 빌딩 옥상에 올라갈 일이 없다 보니 그에겐 잊지 못할 추억과 경험으로 남았다.

“무엇보다 전망이 정말 좋았어요. '배우가 되니 이런 곳도 와보는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콩닥 콩닥 뛰었습니다.”

단 한 순간도 허투루 임한 적이 없고 만난 작품과 맡은 역할에 열정을 가지고 연기했기 때문에 그가 출연한 모든 작품과 역할에 애착이 있지만, 특별히 이번 드라마 '언더커버'는 '공수처'라는 소재가 처음 다뤄진 드라마로 안세호에겐 '유일무이한 주제'라는 의미가 있다.

드라마 '언더커버'는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5.2%, 수도권 6.1%(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막을 내렸다. 매회가 거듭될수록 배우들의 사투와 반전의 반전이 그려지며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주변의 친구들도 결말에 관해 자주 물어봤다. 아내도 빼놓을 수 없다.

참고로 그의 아내는 지난 5월 말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목표가 생겼다'(연출 심소연, 극본 류솔아)에서 '복희' 역으로 열연한 이진희 배우로 안세호가 '최상의 컨디션과 정신 상태를 유지해 그 순간 연기에 임한다'와 '가정의 평화와 사랑을 유지한다'라는 두가지의 소신을 지키는데 주춧돌이 돼 주는 존재다.

“절대 답해주지 않았어요. (웃음) 제가 원래는 성격이 순한 편인데도 눈매가 올라가서 나쁜 인상을 주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동료들이 나쁜 역할도 잘 어울린다고 말을 많이 해주더라고요.”

JTBC '언더커버' 장면. 사진=스토리티비·JTBC스튜디오 제공
JTBC '언더커버' 장면. 사진=스토리티비·JTBC스튜디오 제공

“'언더커버'를 시청해주시고 '김광철'에게 관심을 기울여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저는 앞으로 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인사드릴테니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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