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마이크 앞에 서서 전략 발표하는 회장님들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 선호하는 MZ세대
메타버스플랫폼을 직원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선배에게 문화‧소통방식 전하는 '리버스 멘토링'

수평적인 구조와 자유로운 업무 환경 속에서 혁신이 일어난다는 것은 증명된 지 오래다. 그동안 보수적이고 획일적인 이미지로 비춰졌던 금융권에도 새바람이 분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직접 마이크 앞에 나서 공감과 소통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구성원과 직원들도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어 간다. 각 금융사들의 달라진 경영 철학과 그에 따른 차별화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박성호 하나은행장의 아바타 라울(뒷줄 왼쪽 네 번째)이 가상세계에 구현된 ‘하나 글로벌캠퍼스’에서 행원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하나은행 제공
박성호 하나은행장의 아바타 라울(뒷줄 왼쪽 네 번째)이 가상세계에 구현된 ‘하나 글로벌캠퍼스’에서 행원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하나은행 제공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금융권의 소통시대가 열렸다. 금융지주들은 조직체계를 개편해 의사결정 단계를 간소화하고 사내 호칭을 단일화하는 등 수평적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 복장 자율제로 유니폼도 사라지는 추세다. 은행장들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직접 마이크 앞에 서서 전략과 비전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보수적인 이미지로 비춰지던 금융권에 이처럼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이유는 당연하게도 시대의 흐름 때문이다. 현 노동력의 주축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분위기의 직장보다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직장을 선호한다.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이 직장 선택의 주요 기준이 된지는 오래다.

이와 동시에 MZ세대는 미래 소비 핵심의 주체이기도 하다. 디지털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정보기술(IT) 기술과 가상세계 속 사회 활동에 익숙한 MZ세대가 은행이나 카드업계 등 금융 전반에 주요 고객층으로 떠올랐다. 금융권은 신기술이 변화시킬 금융 서비스 형태에 대비하면서 주요 금융소비자인 MZ세대를 사로잡을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임원 직급체계에서 '전무'를 없애고 '부행장-상무'로 간소화했다. 농협은행은 유니폼을 없애고 전 직원 대상으로 비즈니스 캐주얼을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카드업계도 변화에 한창이다. BC카드는 직급과 직책 대신 닉네임을, 하나카드는 영어 이름으로 동료와 소통한다. 신한카드는 최근 모든 사내 호칭을 '님'으로 단일화했다.

1970~1980년대생의 젊은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도 연일 놀라운 행보로 조직 혁신을 이끈다. 1981년생인 박재민 토스증권 대표는 증권업계 최연소 CEO로, 공식 프로필 사진에서 넥타이도 메지 않았다. 호칭은 님으로 통일했고, 직급도 리더 하나만 남겼다.

1971년생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금융권의 관행을 왜 따라야 하냐며 행장이 아닌 대표라는 직함을 사용한다. 또 카카오뱅크가 출범 때부터 모든 직원이 영어 이름을 사용해 온 만큼 윤 대표는 대니얼로 통한다. 

특히 최근 시중은행들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MZ세대 직원들과의 소통 공간으로 활용한다. 메타버스는 가상(meta)과 세계(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공간에서 사람들이 소통하고 콘텐츠, 게임 등을 즐기는 등 현실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은행은 메타버스 전용 플랫폼 '제페토'를 활용해 가상세계에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현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라울(Raul)'로 불린다. 박 은행장의 아바타 캐릭터 이름이다. 우리은행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MZ세대 직원들과의 소통에 나섰다. 권광석 은행장은 '전광석화'라는 닉네임으로 직접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 참여했다. 

이 밖에도 기존에 선배가 후배에게 업무 노하우를 전달했던 '멘토링'과 달리 후배가 선배에게 문화나 소통방식 등을 역으로 전달하는 '리버스 멘토링(역으로 지도하기)' 등이 새로운 문화로 떠오른다. 금융권이 그동안의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소통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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