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화 숙명여자대학교 음악대학 관현악과 교수'
재학시절 힘들 때마다 아버지의 편지로 위로받아
만약에 유학을 꼭 가고싶다면 언어부터 공부하길
베토벤 소나타 함께한 이혜전 학장은 최고파트너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홍종화 숙명여대 교수가 처음 ‘향수병’이라는 것을 경험한 것은 메도마운트 캠프에 참여해 파디 교수와 한집에서 지냈을 때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갈라미안 교수 제자들의 뛰어난 실력에 기가 죽어 서러웠는데 파디 교수가 걱정할까봐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다고.

2018년 9월 '콰르텟S'의 하와이 대학 공연 포스터. 포스터=홍종화 교수 제공
2018년 9월 '콰르텟S'의 하와이 대학 공연 포스터. 포스터=홍종화 교수 제공

이때 의지가 된 이들은 다름 아닌 예원·예고 동문이었다. 그는 줄리어드에서 학부 4년, 대학원 2년을 마치고 귀국했다. 유럽으로 가서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홍 교수의 부모님은 하루빨리 귀국해서 결혼하길 바랐다. 홍 교수는 부모님의 바람을 모른 척할 수도,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 없이 새로운 도전을 할 자신도 없었다.

“세계 최고의 음대에서 가끔 좌절감을 느낄 때가 있었어요. 아버지께서 매주 편지를 보내주시고 성경 말씀도 한 구절씩 적어주셨는데 많은 위로가 됐죠. 지금도 아버지의 사랑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한 공연 후 이혜전 숙명여대 음대 학장과 함께. 사진=홍종화 교수 제공
한 공연 후 이혜전 숙명여대 음대 학장과 함께. 사진=홍종화 교수 제공

“많은 제자가 유학의 필요성을 물어봅니다. 요즘은 세상이 바뀌어서 ‘세계는 하나’라는 말이 정말 실감 나고요. 제 학창시절엔 외국으로 출장가시는 아버지를 졸라 LP판, 악보, 심지어 바이올린 줄까지 사달라고 부탁했고 미국에 편지가 오가는데 1개월 이상 소요됐어요. 지금은 한국에도 훌륭한 교육기관, 지도자들이 많고 얼마든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자료가 널렸죠. 유학이 꼭 답은 아니지만 꼭 가고 싶다면 그 나라 언어를 미리 공부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함께 울고 웃는 최고의 파트너, 이혜전 학장

홍 교수는 2003년 이혜전 교수(현 숙명여대 음악대학 학장)와 함께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를 시작해 다음 해 완주했다. 이를 계기로 이 교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라는 어마어마한 도전을 훌륭한 성과로 마무리했다. 이 교수와 홍 교수는 절친한 직장 동료 이전에 이웃 친구로 자잘한 세상사를 나누며 자매같이 지내는 사이다

“제가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도전을 계획하던 차에 자연스럽게 파트너로 청했어요. 벌써 18년 전이네요. 틈나는 대로 학교에서, 집에서 리허설을 했고요. 그 후로도 수많은 연주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연습하다 힘들어서, 때로는 감동해서 같이 울기도 하고 녹음한 것을 들어보면서 고쳐나가고 각자 공부한 내용을 공유하다 보니 지금은 제 음악 인생에서 최고의 파트너가 됐습니다.”

홍 교수는 앞서 소개한 ‘코리아 앙상블’ 이후 1998년 ‘숙명트리오’를 창단해 지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피아니스트 손정애 교수, 첼리스트 채희철 교수와 수많은 국내외 공연을 했다. 그리고 4년 전 창단한 ‘콰르텟S’는 홍 교수와 이 교수를 비롯해 비올리스트 김성은 숙명여대 교수, 첼리스트 임경원 성신여대 교수로 구성됐으며 지난 4월 정기연주회를 마치고 꾸준히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3월 발매된 'Heavenly Peace' 커버 이미지. 사진=홍종화 교수 제공
올해 3월 발매된 'Heavenly Peace' 커버 이미지. 사진=홍종화 교수 제공

“피아노 4중주단인 ‘콰르텟S’는 모두 기독교인이라 뜻에 맞춰 성가곡을 편곡하고 녹음해 올 3월 ‘Heavenly Peace’라는 음반으로 발매했습니다. 그동안 받은 수많은 축복을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해 클래식 연주와 더불어 교회 연주도 계속하고 봉사 연주도 많이 다닐 계획입니다.”

2021년 4월 개최된 '콰르텟S' 정기연주회 포스터. 포스터=구본숙 작가 제공
2021년 4월 개최된 '콰르텟S' 정기연주회 포스터. 포스터=구본숙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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