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화 숙명여자대학교 음악대학 관현악과 교수'
앙상블 우리 통해 실내악 아름다움 표현하고싶어
숙명필하모니오케스트라 공연 이룬 것 실감 안나
예술가로서 본인 일을 좋아하고 음악도 사랑하길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홍종화 숙명여대 교수는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제자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한다. 어느 날 방학 중 만나서 식사도 하고 담소도 나누는 즐거운 시간을 갖던 중 누군가 ‘만나서 수다만 떨 게 아니라 현악 챔버 앙상블을 해보자’라는 의견이 나왔고 그렇게 만장일치로 즉석에서 ‘앙상블 우리’가 탄생했다.

‘앙상블 우리’의 창단 멤버의 바이올리니스트와 비올리스트(바이올린: 홍종화·진현주·최연우·전정아·김정수·신소림·김무선·권윤경, 비올라: 김성은·김동혜·진덕·고기연 등 13명)가 중 12명이 홍 교수의 제자다.

2018년 7월, '앙상블 우리' 정기연주회. 제공=홍종화.
2018년 7월 '앙상블 우리' 정기연주회. 사진=홍종화 교수 제공

“‘앙상블 우리’의 구성원 모두 국내와 미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음악가입니다. 여기에 첼리스트 3명과 더블베이스 연주자 1명을 초빙해 17명이 앙상블 완전체를 이뤘죠. 저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제자도 있고, 중·고교·대학 시절 인연을 맺은 제자들도 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제자들이고 유학을 통해 음악가의 길을 계속 정진해왔습니다. 이제 각자의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자랑스러운 제자들이죠.”

서로가 끈끈한 인연을 바탕으로 뭉친 만큼 화목하고 가족적인 분위기가 ‘앙상블 우리’만이 지닌 특별함일 것이다. ‘앙상블 우리’는 전 단원이 솔리스트로서 충분한 기량을 지녔기에 돌아가면서 솔로를 맡는다. 다만 음악회가 많아지면서 각자의 일정으로 한 번에 모일 수도 없는 경우가 생겨서 창단 구성원 외 단원을 보충할 필요가 생겼고, 폐쇄적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꼭 제자가 아니더라도 훌륭한 기량의 연주자를 잘 섭외해 운영하고 있다.

‘앙상블 우리’는 2014년 7월 첫 창단연주회를 선보인 이후 매 공연에서 현악합주뿐만 아니라 4중주·6중주·8중주 등 다양한 실내악 프로그램으로 연주를 해왔고 국악과의 컬래버레이션 무대도 꾸몄다. 앞으로도 개성 넘치는 레퍼토리로 청중에게 아름다움을 전하는 것이 목표다. ‘앙상블 우리’가 지난해부터 계획했던 연주들은 20명에 가까운 인원이 코로나19로 인해 모이기가 어려워 아쉽게도 무산됐지만 내년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실내악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나 혼자가 아닌 여러 명의 악기 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화음입니다. 바이올린을 홀로 연주하면서 ‘나무’를 봤다면 실내악을 연주하면서 ‘숲을 본 것이라 할 수 있지요. 솔로 연주자도 좋지만 실내악을 연습하는 과정이 공부가 돼 정말 좋습니다. 서로가 만들어가는 음악과 더불어 그 안에 인간교류의 아름다움이 녹아있다고 할까요.”

2012년 8월 숙명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공연. 사진=홍종화 교수 제공
2012년 8월 숙명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공연. 사진=홍종화 교수 제공

◆음악가의 인생이 시작되고 자라온 숙명여대

홍 교수는 만 26세부터 지금까지 38년째 숙명여대에서 근무한다. 오랜 시간을 보낸 숙명여대에서 음악가의 새로운 전환점이 시작됐고 어린 나이에 ’교수‘ 직함을 달면서 시행착오도 겪으며 학생들과 함께 성장했다. 그리고 내년 8월이면 38년6개월을 재직하고 퇴임을 맞는다.

홍 교수는 그동안 숙명여대에서 펼쳐왔던 수많은 공연 중 가장 힘들었던 공연으로 2012년 8월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개최한 숙명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꼽았다. 숙명여대 오케스트라를 세계 무대에 세우는 것은 그녀가 음악대학 학장을 맡은 후 이루고자 했던 숙원이었다. 그는 숙명오케스트라의 실력이 뛰어나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김경희 교수의 능력을 믿었기에 이 꿈을 꿀 수 있었고 정말 꿈같은 일이 이뤄졌다.

평소 숙명여대를 많이 아꼈던 이세웅 신일재단이사장은 숙명여대 학생들과 교수 등 100여명이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한국 대학 오케스트라 최초의 공연을 펼칠 수 있도록 전폭적인 후원을 했다. 2012년은 호주와 대한민국의 외교수립 5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기에 표제도 그렇게 정했다. 기획사 없이 행사를 맡아 무모한 도전이라는 심정이었지만 1년간 최선을 다해 행사를 준비했고 과연 훌륭하고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2012년 숙명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공연 직후 숙명여대 교문에 걸린 현수막. 현재는 음악대학 1층 로비에 걸려있다. 사진=홍종화 교수 제공
2012년 숙명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공연 직후 숙명여대 교문에 걸린 현수막. 현재는 음악대학 1층 로비에 걸려있다. 사진=홍종화 교수 제공

“저는 행사기획자이자 연주자로서 시험대에 오른 기분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적처럼 많은 분의 도움이 줄을 이었고 제 능력으로 감당 못 할 일들이 척척 해결됐습니다. 학교 행사를 뛰어넘어 양국의 행사가 됐고 표는 하루 만에 예약이 끝났을 정도로 현지의 관심을 모았지요. 한국 문화원의 초청으로 시드니 주요 인사들과 각국 대사님들, 시드니시민, 교민들 참석 아래 멋진 공연이 펼쳐져서 지금 생각해도 뿌듯합니다.”

홍 교수는 오랜 시간 재직한 만큼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제자가 많다. 청출어람을 이뤄 국내외에서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고, 국내외 오케스트라 단원이 됐으며, 세계 각지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어 고맙고 자랑스럽다.

“무엇보다 예술가로서 본인의 일을 좋아하고 즐겨야 합니다. 물론 고통이 따르겠지만 인내심으로 끝까지 공부해야겠죠.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음악을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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