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의료 서비스의 구조적 한계로 체육회 퇴사 결정
'국가대표 주치의'로 근무하며 새로운 분야 노하우 얻어
'김세준선생과 어벤져스' 의료인 17명 뭉쳐 제주서 개원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김세준 선생은 지난 5년간 국가대표 주치의로서 활약하며 ‘공공기관’ 단체의 소속인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과 한계를 경험했다. 한계는 ‘스포츠 의료 서비스’였다. 선수촌은 국내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좋은 시설과 인력을 지녔지만 수백명의 선수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다. 이런 한계점을 느낀 그는 과감히 퇴사를 결정했다. 도쿄 올림픽은 ‘국가대표 팀닥터’로서 그의 마지막 여정이었던 셈이다.

도쿄 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 박상영 선수는 메달 획득 후 그동안 진료를 도와준 김세준 선생에게 메달을 걸어주었다. 사진 제공: 김세준.
도쿄 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 박상영 선수는 메달 획득 후 그동안 진료를 도와준 김세준 선생에게 메달을 걸어주었다. 사진=김세준 제공

"올림픽은 주치의에게도 그리고 선수에게도 ‘중간고사’에 임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국가대표 주치의’로 5년간 근무한 건 저에게는 너무나도 큰 영광이었고, 정형외과 전문의 과정에서는 배울 수 없는 너무나도 많은 스포츠의학의 노하우를 얻은 시간이었습니다. 올림픽은 축제의 장이지만 선수들도 저도 최선을 다한 결과를 확인하고 끝이 아닌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합니다.“

김세준 선생이 언급하는 '새로운 도전'은 다 같이 공부하고, 관련된 장비도 구매해 학습하고, 환자의 변화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촬영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수반돼야 하지만 공공기관에서는 할 수 없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또한 산전 산후 재활, 갱년기 여성 질환에 대한 운동치료 등도 많이 준비했지만 이런 것은 선수촌을 퇴촌해야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도쿄 올림픽 여자 골프 국가대표 고진영 선수와 함께. 사진 제공: 김세준.
도쿄 올림픽 여자 골프 국가대표 고진영 선수와 함께. 사진=김세준 제공

그의 "팀"이 각 분야에서 활약하며 쌓은 노하우로 '유소년과 생활체육을 하는 일반인에게 최상의 치료를 해보자'는 의견은 오랫동안 있었지만, 각자의 준비 기간이 필요해 이번 여름에 개원을 결정했다. 앞서 말한 ”팀(일명 ‘김세준 선생과 어벤져스’)“은 김세준 선생과 뜻을 함께 모은 이들로 양궁협회와 컬링연맹 의무위원을 맡고 있는 김찬혁 정형외과 전문의, 배구연맹 의무의원 문용호 물리치료사, 김진택 양궁 국가대표팀 트레이너 등이다.

”처음 저희 팀이 클리닉 설립을 기획할 무렵엔 선수들의 접근성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 서울 강남권역에서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가족과 상의해 제주로 이주 후 지난 3년간 살다가 이 곳의 매력에 흠뻑 빠진 것도 있지만, 제주 만의 장점도 있다고 여겨서 이 지역에 개원을 했습니다.“

김세준 진천선수촌 메디컬센터 전문의 겸 국가대표 팀닥터, 컬링연맹 및 양궁협회 의무위원 김찬혁 정형외과 전문의, 배구연맹 의무의원 문용호 물리치료사, 김진택 양궁 국가대표팀 트레이너 등 17명이 모여 제주에서 비수술 의원으로는 최대 규모의 '국가대표정형외과의원'이 9월1일 개원한다. 사진은 개원 준비 중인 내부 모습. 사진=김세준 제공
김세준 진천선수촌 메디컬센터 전문의 겸 국가대표 팀닥터, 컬링연맹 및 양궁협회 의무위원 김찬혁 정형외과 전문의, 배구연맹 의무의원 문용호 물리치료사, 김진택 양궁 국가대표팀 트레이너 등 17명이 모여 제주에서 비수술 의원으로는 최대 규모의 '국가대표정형외과의원'이 9월1일 개원한다. 사진은 개원 준비 중인 내부 모습. 사진=김세준 제공

제주는 국내 최적의 전지훈련지로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연간 13만명의 선수가 전지훈련을 한다. 전국의 모든 선수가 제주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정형외과 수술 후에는 반드시 입원하지 않아도 되고 통원 재활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김세준 선생의 팀은 선수들도 근간에 유행하는 ‘제주에서 한 달 살기’처럼 즐겁게 휴양하며 재활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김세준 선생과 어벤져스’는 도수치료와 물리치료의 경계를 넘어 병원에서 ‘전국 물리치료사 도수치료 교육과정’도 기획 중이다. 치료사별로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법은 차이가 날 수 있지만, 문제를 명확하게 하는 테스트와 치료의 단계 설정 등은 같은 진단이라면 모든 치료사가 유사해야 한다. 따라서 이런 모든 치료의 기준이 되는 프로토콜을 오랜 시간 준비했으며 개원 후에는 본원의 치료사들이 온 오프라인으로 전국 치료사를 대상으로 교육하게 된다.

이렇게 많은 기획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음 달 1일 개원하는 ‘국가대표정형외과의원’은 200여평의 규모로 비수술 의원으로는 제주에서 가장 크다. 의료진이 선수촌처럼 양질의 진료와 치료, 검사 등을 해낼 수 있을 정도를 고려했다. 총 17명의 의료진이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 치료 목표가 명확하고 치료 효과를 객관화하는 것을 최고로 중요하게 여기며 환자를 돌볼 예정이다.

도쿄 올림픽 폐막식에서 남자 근대 5종 국가대표 전웅태, 정진화 선수, 이제훈 진천선수촌 물리치료실장과 함께. 사진=김세준 제공
도쿄 올림픽 폐막식에서 남자 근대 5종 국가대표 전웅태, 정진화 선수, 이제훈 진천선수촌 물리치료실장과 함께. 사진=김세준 제공

”저는 대한체육회에서 너무나도 많은 혜택을 입고, 받은 세대의 의사입니다. 진천에 새로 지어진 선수촌에서 최신 장비를 마음껏 구매하고, 연구환경도 받고,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 올림픽을 준비하고 경험했으며, IOC 사업도 수주하고, 도쿄 하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도 다녀왔습니다. 개인으로서는 얻기 힘든 큰 기회였기에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국가대표 주치의'의 임무는 끝나지만 앞으로 제주도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그동안 제가 받은 것을 최대한 많은 선수와 환자들에게 환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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