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선수촌 메디컬센터 전문의로 수많은 국제 대회 파견돼
철저한 방역과 개인위생 책임지며 선수들 무사귀환 이끌어
소규모 의료진이었지만 현장 뛰어다니며 일당백 활약 펼쳐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도쿄 올림픽에 참가한 국가대표는 일정 제한이 많았다. 올림픽 선수촌에서만 숙박할 수 있었으며 입촌은 경기 5일 전부터, 훈련장 이용은 4일 전부터 가능했다. 마지막 경기를 끝낸 선수들은 48시간 안에 일본을 떠나야 했다. 이로 인해 메달권에 도달하지 못하고 조기 탈락한 선수들은 최소 올림픽 출전 사흘 만에 귀국했다.

과거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이 경기 이후의 일정을 즐기며 폐막식까지 참석한 것과는 달리 이번 올림픽의 폐막식을 장식한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의 숫자는 네 명뿐이었다. 반면 개막식부터 폐막식까지 3주간의 올림픽 일정 내내 선수들과 울고 웃으며 동고동락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국가대표 팀닥터 김세준 선생이다.

도쿄 올림픽 여자 체조 국가대표 이윤서, 여서정 선수와 함께. 사진 제공: 김세준.
도쿄 올림픽 여자 체조 국가대표 이윤서, 여서정 선수와 함께. 사진=김세준 제공

정형외과 전문의인 김세준 선생은 2016년 8월 대한체육회 정식 입사 후 지난 5년간 '진천선수촌 메디컬센터 전문의'이자 '국가대표 선수촌(팀닥터) 주치의'로 활약하며 2017년 알마티 동계 유니버시아드, 2017년 타이페이 하계 유니버시아드, 2018년 평창 올림픽,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하계 아시안게임, 2019년 크라스노야르스크 동계 유니버시아드 등 굵직한 국제대회에 파견된 경력이 있는 베테랑 국가대표 주치의다.

그런 그에게 1년이나 개막이 미뤄진 올림픽 앞서 다른 선수의 부상도 아닌 ‘방역’이 최대의 난제였다. 가정의학과 배문정 주치의를 비롯한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매일 고심하며 의견을 모았다.

도쿄 올림픽 높이뛰기 국가대표 우상혁 선수와. 사진 제공: 김세준.
도쿄 올림픽 높이뛰기 국가대표 우상혁 선수와. 사진=김세준 제공

“체육회 차원에서 방역과 개인위생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했고 충분한 양의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을 준비했습니다. 온열 질환을 대비해서 냉수욕(Ice Bath)을 준비하려고 했으나 여럿이서 욕조를 사용하는 부분이 문제가 됐기에 체온을 떨어트리는 조끼나 의료장비를 준비했는데 호응이 좋았습니다.”

각국 대표팀에도 선수촌, 경기장, 훈련 등에 규제가 있었듯 선수의 진료에도 제약이 따랐다. 중앙진료소(폴리 클리닉)에도 선수 다수가 모이면 안 되기에 모든 진료는 예약제로 이뤄졌다. 의료진 간 회의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미팅도 모두 경기 기간에 화상회의로 대체됐다.

올림픽 의료진이 출전을 앞두고 준비한 의료품. 사진 제공: 김세준.
올림픽 의료진이 출전을 앞두고 준비한 의료품. 사진=김세준 제공

의료물품은 중앙진료소에 마련됐지만 선수들의 편의성을 고려해 나라별로 진료팀을 따로 운영한다. 의료진은 우리나라 선수들이 MRI 검사를 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면 굳이 중앙진료소를 사용할 불편함이 없도록 30~40박스에 달하는 의료장비와 약품을 준비해간다. 일반적으로는 근골격계 외상이나 질환, 상기도감염, 여행지 설사, 알레르기 순으로 진료가 많은 편이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선수들이 개인위생과 마스크 등으로 철저히 사전방지를 한 덕분인지 내과 질환의 빈도가 줄었다.

이번 올림픽의 의료진은 정형외과 전문의 2인, 가정의학과 전문의 1인으로 구성됐다. 대한체육회 소속의 정형외과 김세준 선생과 가정의학과 배문정 선생, 그리고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하철원 교수가 대한체육회 의무부위원장 자격으로 참가했다. 세 명의 의사가 모든 경기장에 배치될 수 없었지만, 요청 종목을 우선 반영해 상황에 따라 의사 혹은 물리치료사를 지원했다. 의료진은 소규모였지만 일당백 활약을 펼쳤다.

도쿄 올림픽 야구 국가대표 이정후 선수와 함께. 사진 제공: 김세준.
도쿄 올림픽 야구 국가대표 이정후 선수와 함께. 사진=김세준 제공

“주로 유도, 핸드볼, 펜싱, 양궁, 배드민턴, 탁구 종목에서 의료진 지원 요청이 있었고 종목 자체 내에서 물리치료사를 포함해 입국하거나 축구처럼 팀에 의사를 포함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양궁, 펜싱, 유도, 골프 종목에 지원을 갔고 일정 후반부에 열린 야구 한일전은 본부 임원들과 함께 참관하며 응원에 참여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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