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과세 유예’ 앞세워 젊은층 표심 공략
“현재 인프라 수준 미미, 과세 유형도 바꿔야”
엇갈린 정부와 국회 행보, 투자자 혼란만 가중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내년 시행을 앞둔 가상화폐 과세를 1년 유예해야 한다는 공약이 나온다. 이는 가상자산 시장의 주축인 젊은층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서울와이어 DB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내년 시행을 앞둔 가상화폐 과세를 1년 유예해야 한다는 공약이 나온다. 이는 가상자산 시장의 주축인 젊은층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젊은 층 표심을 향한 구애가 뜨겁다. 정부가 내년부터 가상화폐 거래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예정인 가운데, 학계와 정치권 등에서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정치권이 표심 잡기에 급급해 유예론에 무게를 싣고 있으나, 정작 과세원칙에 어긋난 행보로 시장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정부의 내년 가상화폐 과세 시행을 두고 인프라 구축 미흡 등을 이유로 유예기간을 둬야한다는 데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가상화폐 소득에 대한 과세 시점을 내년에서 2023년으로 1년 유예하고 공제 한도를 대폭 상향하겠다고 공약했다.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청년, 가상화폐를 말하다’ 행사에 참석한 이 후보는 “청년들이 부동산이나 이런 자산시장에서는 도저히 경쟁이 불가능하다 보니까 새로운 시장영역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며 “이 길을 열어서라도 우리 청년들 또는 이 사회 취약계층들이 독자적인 새로운 투자 기회와 자산형성 기회를 가지도록 함께 노력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KBS 라디오에서 “납세 인프라의 준비 정도를 파악해본 결과 내년 1월1일 시점에 가상화폐에 대한 평가금액이나 이런 것들이 전부 파악돼야 하는데 이 부분에 좀 문제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도 과세시기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은 가상화폐 과세를 1년 이상 유예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발언했다. 

학계에서도 정치권과 같은 반응을 내놓으며 유예론에 힘을 보탰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학회장은 전날 ‘2022년 가상화폐 과세, 이대로 문제없나’ 세미나에 참석해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를 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현재까지의 과세 인프라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오 회장은 정부가 가상화폐 양도차익을 금융투자 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점도 지적하며 “가상화폐를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면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면서도, 양도차손으로 인한 이월 결손금·공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상화폐 가치 변동성은 무형자산보단 주식과 굉장히 닮아있다”라며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분류하면 주식처럼 공제 한도를 5000만원까지 높이고, 이월결손금도 반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정치권에서의 표심 공약이 현 정부의 가상화폐에 대한 태도와 이질적이어서 시장의 혼란만 키운다는 의견도 있다.

한 가상화폐 투자자는 “현재 금융당국은 가상화폐에 대해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세금은 걷으려 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인다”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선심성 공약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와 정반대되는 행보가 시장 혼란만 키우는 듯하다”고 했다.

이 투자자는 이어 “시행이 결정된 만큼 차라리 예정대로 시행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조절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이미 시행하기로 합의한 과세를 유예하는 것은 과세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지난 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합의해서 가상화폐 과세를 준비했는데 유예를 동의하라고 강요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며 현행 소득세법에 담긴 대로 내년부터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앞서 정부는 내년부터 거주자가 가상화폐를 양도(대여)하면 기타소득으로 과세할 예정이다. 연간 벌어들인 손익을 통산한 양도대가(시가)에서 취득가액과 부대비용을 뺀 비용을 과세표준으로 하고 여기에 20%의 세율을 곱해 과세한다. 단, 소득금액이 연간 250만원 이하인 경우 비과세된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