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 '재고' 표현 자체 꺼려해 조심스러운 입장
사전에 할인 협조 받아야 '재고면세품'으로 판매 가능
신상품 매입 때도 '재고'와 '매출' 부분 중요한 포인트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서울와이어 DB] [이태구[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서울와이어 DB] [이태구[

[서울와이어 송수연 기자] 위드코로나 시행으로 활기가 돌았던 면세업계가 또 다시 긴 기다림의 길에 들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오미크론’까지 겹쳐서다. 이 여파로 출국을 계획한 내국인들은 줄지어 해외여행을 취소하는 분위기가 됐고, 해외여행객 역시 감소할 전망이다.

국내외 여행객 감소는 면세업계 입장에서는 악재다. 면세품을 들여놔 봐야 살 사람이 없어서다. 팔리지 않은 제품은 결국 재고로 쌓이고, 재고가 팔리지 않으면 회사가 고스란히 그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면세품은 100% 사입으로 이뤄지는 탓에 업체가 안는 부담이 큰 편이다.

그렇다 보니 코로나19 이후 면세점업계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재고면세품’이다. 정부가 재고면세품을 국내에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고민의 크기는 줄었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정부의 도움으로 면세업계는 각사의 온라인채널을 통해 재고면세품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더 많은 소비자들이 면세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쿠팡과 편의점 등으로 판매 채널을 넓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출국이라는 절차 없이 저렴하게 명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호했다. 그러나 이도 오래가지 못했다.  시즌오프 제품만 판매하다보니 찾는 발길이 뜸해졌다. 또 재고면세품 판매가 장기화되면서 관심도 예전같지 않게 됐다.

면세점 관계자는 “내수통관되는 제품은 6개월이 지난 것들로만 취급해 재고면세품 판매는 예전보다는 소비가 위축된 상황”이라며 “다행히 중국 보따리상(따이공)들 덕에 재고에 대한 리스크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 초기에는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워 재고가 많았지만 현재는 소화할 수 있는 물량만 매입해 재고 부담이 예전 같지는 않다”며 “다만, 다른 대형 유통사처럼 끼워팔기 같은 것들이 허용되지 않아 재고 처리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면세업계는 브랜드 눈치도 살펴야 한다. 하이엔드급 명품브랜드 입장에서는 ‘재고면세품’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판매되는 것 자체가 자존심 문제이기 때문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 명품은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 문제로 재고라는 표현 자체를 꺼려한다”며 “재고면세품으로 팔려고 하면 브랜드와 사전 협의를 거쳐 할인율, 품목 등을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상품을 들일 때도 재고가 너무 많이 쌓여있으면 재고부터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며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굵직한 브랜드의 신상품이 필요한 입장이다보니 신경써야 할 것이 많다”고 털어놨다.

다른 관계자는 “매입한 것들이 잘 팔리는 선순환 구조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최근 2년동안은 판매율이 저조하다 보니 브랜드마다 매출 신장은 어려웠다”며 “매출이 잘 찍혀야 명품 브랜드들로부터 협조를 잘 받을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은 여전히 이 시기에 문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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