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빈 기자
고정빈 기자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지금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한 말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올 10월 “최근 주택시장은 정부의 공급확대와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 등 영향으로 과열국면에서 벗어나는 흐름”이라며 “시장이 안정국면으로 진입하는 초기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로 집값 상승폭은 둔화되는 양상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다섯번째 주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전주(0.17%) 대비 0.03%포인트 떨어진 0.14%를 기록했다. 서울 강북구 아파트값 상승세는 무려 77주만에 멈췄다.

매수심리 또한 얼어붙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지난주(99.0)보다 0.6포인트 하락한 99.0을 기록했다. 해당 지표가 기준선(10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이다. 주택을 구매하려고 하는 사람보다 팔려고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얼핏 보면 집값 상승 폭이 떨어지고 구매심리가 줄어 시장이 안정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보면 ‘조삼모사’가 떠오른다. 집값 폭등세가 진정돼 시장안정화의 초기 단계임은 부정할 수 없으나 현재 집값을 보면 한숨 밖에 안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집값상승세는 역대급이다. 부동산정보 제공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분양했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10억원 넘게 올랐다. 2017년 11월 DL이앤씨·롯데건설이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공급한 ‘녹번e편한세상캐슬1차’ 전용면적 59㎡는 4억4000만원에 분양됐다. 올 9월에는 같은면적이 11억7500만원(18층)에 팔렸다. 4년 만에 7억3500만원(167%)이나 올랐다.

이처럼 전국 집값과 전셋값은 여전히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시장이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아직 갈길이 너무 멀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우리정부로서는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은 없을지도 모른다”며 “다만 다음 정부까지 어려움이 넘어가지 않도록 해결의 실마리는 확실히 임기 마지막까지 찾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 발언에 신뢰를 주긴 어렵다. 지난 4년 동안 기회있을때마다 집값 만큼은 잡겠다고 공언했지만 번번히 부도를 냈기 때문이다. 제 20대 대통령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온 지금 부동산 정책 실패를 만회할 묘수를 찾는다는 건 기적에 가깝다.

하지만 시장 안정화를 위한 최소한의 기본 틀은 다져놓아야 한다. 임기 내내 집값으로 고통받은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야한다. 차기 정부에 실패를 떠 넘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현 정부가 남은 임기 내 시장을 안정화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미 아름다운 퇴장을 하기에는 늦었다. 그렇더라도 ‘그나마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시장 안정화를 위해 조그마한  발자취라도  남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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