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 회장 불러내는 등 개입 나서… 시장은 긍정 평가
하이난항공그룹 사례 참고할 듯… 쪼개서 국유화·민간 매각

중국 최대 부동산 재벌 헝다그룹의 파산이 우려된다. 중국 당국의 개입으로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중국 부동산 업체 전반이 여전히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최대 부동산 재벌 헝다그룹의 파산이 우려된다. 중국 당국의 개입으로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중국 부동산 업체 전반이 여전히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유호석 기자] 헝다그룹(恒大·에버그란데)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헝다는 최근 3000억원대의 채무 상환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이 회사의 남은 채무가 22조원을 넘긴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자칫 채권자들이 조기상환을 요구하면서 연쇄 디폴트 발생을 우려한다. 또 타 업체로도 영향을 줘 줄파산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6일 블룸버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차이신 등 외신에 따르면 헝다는 지난 3일 저녁 홍콩증권거래소에 2억6000만달러(약 3075억원)의 채무 상환 의무를 이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기습공시를 올렸다.

헝다는 그동안 채무상환일마다 간신히 위기를 넘겨 왔지만, 이번 공식 발표로 인해 시장에서는 디폴트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실제로 그간 헝다 사태와 관련 특별한 입장을 보이지 않던 중국 정부도 시장 안정을 위해 나선 모양새다.

중국 정부는 쉬자인 헝다 회장을 소환해 면담하고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실무단 파견을 밝혔다. 또 헝다가 디폴트를 낸다 해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누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헝다의 이번 공시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채무인지 언급돼 있지 않으나 관계사인 점보 포춘(Jumbo Fortune)이 10월에 상환하지 못했던 채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며 “채권에 헝다가 지급보증을 서주었기에, 채무 보증 의무 이행 요구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당장 헝다가 지급해야할 이자 금액이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지난 11월 두개의 달러채에 이자지급을 못했다. 30일간의 유예 기간을 받았고 만기일이 이날까지다. 12월 말에도 2억5000만달러의 이자지급이 예정돼 있다.

김 연구원은 “헝다의 디폴트와 관련, 중국 정부가 나서서 해체 수순으로 들어갈 전망”이라면서도 “현재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은행권의 헝다 익스포저나 점보 포춘 이슈와 같이 지급보증을 섰던 채무들이 리스크요인으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번에 중국 정부가 나선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시스템 리스크로의 추가 확산 방지 가능성이 높아서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공식 개입은 헝다그룹의 구조조정이 2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며 “과거 대형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을 살펴보면 중국식의 질서 있는 디폴트는 기업의 자발적 규제, 지방정부 개입, 워크아웃 순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헝다그룹도 디폴트 이슈가 불거진 6월부터 자산 매각을 통해 스스로 구제를 진행했으나, 진척이 미미했고 결국에는 광둥성 지방정부의 개입을 초래했다”며 “아직 최종적인 디폴트나 본격적 구조조정과는 거리가 있지만, 정부 개입은 시스템 리스크의 추가 확산 방지에 긍정적이라는 판단”이라고 했다.

시장은 중국 정부가 과거 하이난항공그룹의 구조조정 사례를 참고할 것이라고 본다. 당시처럼 헝다를 여러개로 쪼갠 후 국유화하거나 민간기업에 매각하는 방식이다.

안심은 이르다. 이미 중국에서는 또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의 유동성 문제도 불거졌다. ‘양광(陽光) 100 차이나 홀딩스’는 이날 원금 1억7900만달러(약 2117억원), 이자 890만 달러(약 105억원) 규모의 만기가 도래했으나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공시했다.

중국 인민은행과 증권감독위원회 등은 헝다의 디폴트가 경제시스템 문제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 밝혔다. 그럼에도 중국 부동산 기업 전반의 현금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다는 점은 우려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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