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산업부 간 인상안 의견충돌… 고물가에 유보로 합의
한전·가스공사 늘어나는 적자, 높은 부채비율 우려

한전이 내년 1분기 적용되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올해 4분기와 똑같이  kWh당 3.0원으로 동결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한전이 내년 1분기 적용되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올해 4분기와 똑같이  kWh당 3.0원으로 동결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한국전력(한전)이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최근 국제유가 인상 등 전기료 인상 압박이 거셌지만, 고물가 상황 등을 고려해 현행 유지를 결정했다.

20일 정부와 한전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적용되는 2022년 1분기 최종 연료비 조정단가를 올리지 않기로 했다. 이에따라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올해 4분기(10~12월)와 똑같이 kWh당 3.0원으로 유지된다. 

앞서 한전은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29.1원으로 산정했다. 기준연료비가 되는 2019년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의 kg당 289.07원과 비교해 실적연료비가 178.05원 상승한 영향을 고려했다. 

또한 올해 9~11월까지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무역통계가격에 따른 1분기 실적연료비는 kg당 467.12원으로 기준연료비 대비 61.6% 급등한 상황이다. 따라서 한전은 지난 16일 분기별 조정폭을 반영해 연료비 조정단가를 3.0원/kWh으로 정부에 제출했지만 결국 전기요금은 동결됐다.

한전 측은 이와 관련 “정부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률로 국민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요금 유보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보통 전기료는 한전이 발표하고 결정은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협의를 거친다. 기재부와 산업부는 그간 연료비 연동제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을 두고 입장 차를 보여왔다. 이들 부처는 결국 물가 안정 쪽에 무게를 두고 인상 유보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해 말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3개월 단위로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kWh 당 최대 5원에서 직전 분기 대비 3원까지 조정이 가능하다.

통상 3원 인상되면 월평균 350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직전분기 대비 매달 1050원가량을 더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3.0원 인하한 후 2분기와 3분기에도 연속 동결했다.

당시도 물가 상승과 국민생활 안정을 이유로 연료비 조정단가 유보를 결정하고 한전이 따르도록 했다. 다만 4분기 들어와 LNG·유연탄·유류 등 전기 생산에 들어가는 연료비 가격이 급등하자 3.0원 인상했다.

이는 2013년 11월 이후 8년 만에 이뤄진 인상 결정이지만 1분기 인하 폭만큼 인상돼 변동폭은 사실상 0이다. 연료비 연동제 시행 유보로 kWh당 29.1원의 미조정액은 추후 요금 조정 시 총괄원가로 반영돼 정산될 예정이다.

이번 전기요금 동결은 이후 공공 요금 인상안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최대한 인상을 억제한다는 방침으로 도시가스 요금 인상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과 한국가스공사의 고심은 깊어진다. 한전의 경우 지난 3분기 1조1298억원의 누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영업손실 규모는 4조3845억원으로 예상된다. 한전의 전기요금 동결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가스공사도 부채비율만 400%를 훌쩍 넘겼다.  요금 동결 상태가 유지되면 사채 발행이 불가능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전기료와 가스비 요금 인상 압력을 강제적으로 누를 경우 인상폭이 지금보다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전은 내년 적용할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도 산정 중이다. kg당 289.07원인 기준연료비는 직전 1년간 연료비의 평균치로 결정된다. 한전은 전기 생산에 쓰이는 연료 가격이 급등해 인상 요인이 크지만 국민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요금에 반영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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