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입구, 코로나19 전후 매출 순위 '63위→97위' 급락
자양3동 상가 임대료 ㎡당 9만9688원, 전년비 15.7%↓
권리금 10분의 1 수준… 시기 고려하면 투자가치 있어

 

서울 건대입구 인근은 학생들의 발걸음이 끊기면서 한적한 거리로 변하고 있다. 사진=고정빈 기자
서울 건대입구 인근에 학생들의 발걸음이 끊기면서 한적한 거리로 변하고 있다. 사진=고정빈 기자

[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서울 상권에 발걸음이 끊겼다. 공실률과 임대료가 오르는 등 소상공인들의 고통이 가중된다. 힘든 나날을 겪는 서울 상권을 직접 찾아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국내 주요 상권 중 하나인 서울 광진구는 건국대학교와 세종대학교 등 대학가를 배후로 성장한 대표적인 지역이다. 유동인구 대부분이 20대를 차지하는 등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핫플레이스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화되면서 발걸음이 끊겼다.

10일 건대입구역 2번출구로 나와 상권이 밀집된 건대골목에 도착했다. 대학생을 포함한 MZ세대들로 북적이던 거리는 이제 바람만 부는 한적한 곳이 됐다. 과거에 자주 찾던 음식점과 카페도 사라졌다. 거리 한 가운데 위치한 상가에는 임대문의 현수막이 걸렸다.

거리에서 마주친 대학생에게 건대 상권 분위기를 물었다. 대학생 A씨는 “예전에는 대학교 동기들과 선배, 친구들과 건대에서 자주 만났다. 거리만 지나다녀도 아는 사람 한 두명씩 꼭 마주쳤다”며 “하지만 요즘은 어색할만큼 조용해졌다. 영업시간이 끝난 저녁에는 무서울정도로 조용하다”고 말했다.

건대입구 인근 상가는 공실률이 낮으나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고정빈 기자
건대입구 인근 상가의 경우 공실률은 낮지만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고정빈 기자

◆공실률 낮으나 매출 '급락'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건대입구 중대형 상가 공실률(일반 3층 이상㎡·연면적 330㎡ 초과)은 3%다. 소규모(일반 2층·연면적 330㎡ 이하) 상가 공실률은 0%다. 서울 주요 상권인 명동(43.3%)과 광화문(19.3%) 등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공실률을 확인한 수요자들은 고개를 갸우뚱 할 것이다. 공실률이 거의 0%에 가까운 가운데 상권이 침체기에 빠졌다는 것은 모순이라서다. 하지만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공실률이 낮은건 사실이나 임대문의를 내놓은 상가를 포함하면 수치가 5% 이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공실률만이 전부는 아니다. SK텔레콤의 빅데이터 분석서비스 ‘지오비전’에 따르면 코로나19 전후 매출 순위 하락이 가장 높은 상권은 건대입구다. 2019년 매출순위 63위를 기록했던 건대입구 상권은 지난해 97위로 떨어졌다.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기 일보 직전이다.

임대료도 눈에 띄게 하락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건대입구역과 인접한 자양3동 전체 상가 임대료는 ㎡당 9만9688원이다. 2020년 3분기(11만5389원) 대비 1만5701원(15.7%) 떨어졌다.

침체기에 빠진 지역에서 임대료 하락세를 나타낸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명동과 광화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분기 명동 상가임대료는 전년 동기 대비 32.7% 하락했고, 광화문은 19.2% 떨어졌다. 임대를 원하는 소상공인이 줄어 월세를 인하해서라도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건대입구에 들어온 신생기업 생존율은 75.4%다. 3년 생존율은 55.6%, 5년은 34.9%다. 3년 이후부터는 생존률이 급격히 낮아지는 상황이다. 건대입구의 평균영업 기간은 최근 10년 기준 3년이다.

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최근 친하게 지냈던 인근 음식점 사장님도 폐업을 결정했다. 대부분 코로나19 종식 기대감으로 버티고 있으나 쉽지 않다”며 “오는 3월 대학교 개강 시기에 맞춰 매출이 회복되길 기대한다. 하지만 비대면 수업 가능성이 높아 손실을 메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처럼 침체기를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 상가가 늘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자양2동 개업한 상가는 14곳이다. 하지만 폐업한 상가는 18곳으로 개업한 상가보다 폐업한 상가가 4곳 더 많았다. 자양4동도 25곳이 개업했으나 26곳이 문을 닫았다.

유동인구도 급감했다. 2020년 3분기 14만6157명에 달했던 화양동 유동인구 수는 지난해 3분기 14만2318명으로 줄었다. 1년 만에 3839명(2.6%)이 줄었다. 자양4동은 2020년 3분기 9만7905명에서 8만5130명으로 1만2775명(13.0%) 감소했다.

선종필 상가레이다 대표는 “건대 상권은 전체적으로 규모가 커졌고 공실률이 낮은 상황”이라며 “하지만 코로나19 등 사회적 영향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최근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이 시행돼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는 상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건대 상권은 유동인구 파악과 권리금, 시기를 고려하면 충분히 투자할만한 지역이다. 사진=고정빈 기자
건대 상권은 유동인구 파악과 권리금, 시기를 고려하면 충분히 투자할만한 지역이다. 사진=고정빈 기자

◆권리금 중요 "투자가치 충분"

이번엔 건대 상권 투자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공인중개사무소를 찾았다. C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건대 상권은 시기가 중요하다. 대학생 방학과 매출이 직접적으로 연결됐다고 할 수 있다”며 “현재 중국인을 포함한 교환학생들의 발걸음도 줄었다. 코로나19가 종식돼야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건대 상권은 순환률이 높은 상황이다. 임대료가 낮은 시기를 노려 상가를 임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폐업하거나 계약기간 만료 이전에 나가는 주인도 많다. 권리금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4억이었던 권리금은 4000만원까지 하락했다. 권리금 없이 상가를 내놓은 사례도 존재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현재 건대 상권에 투자한다면 근린 생활시설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상가위주 건물을 구입해 높은 임대료를 받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유동인구 활동과 사회적 시기, 권리금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건대입구 상권은 업종과 위치 등을 고려하면 투자 가능성이 충분한 지역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건대 소규모상가 투자수익률은 1.63%다. 서울 소규모 상가 평균 수익률(1.53%)보다 0.10%포인트 높다. 투자수익률은 3개월 동안 부동산 보유에 따른 투자성과를 나타낸 지표로 소득수익률과 자본수익률을 합산해 산출한다.

D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투자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저렴한 임대료로 나온 소규모 빌딩은 바로 거래가 체결되는 상황”이라며 “대학교 대면 수업과 개강 시기 등을 고려해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건대 상권은 음식업과 편의시설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됐다. 학생들이 주요 고객 층이며 영업제한 시간도 고려해 투자해야 할 것”이라며 “골목 별로 상권이 많이 발달된 지역 중 하나다. 현재 저렴한 가격을 형성했을때 임차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종필 대표는 “공실률이 심화되면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어 질 수 있다. 이에 권리금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건대는 원래부터 매매가격이 높아 진입하기 힘든 지역이다. 하지만 업종과 계약기간 등을 따져보면 투자를 고려할만한 상권”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