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추위, 함영주 부회장 단독 후보 추천
말단 행원부터 은행장 거친 고졸 신화
비은행 부문 수익성 강화 등 과제 산적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하나금융그룹의 차기 수장 바통을 이어받게 됐다. 10년 만에 하나금융그룹의 수장이 교체되는 가운데 함영주 부회장이 새로운 도약을 시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나금융지주는 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함 부회장을 하나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말단 행원 출신으로 은행장을 거쳐 최종 후보까지 오른 함 부회장의 '고졸 신화'에도 이목이 쏠린다.

◆고졸 말단 행원부터 차기 회장 후보까지 

함 부회장은 1956년생 충남 부여 출신으로, 강경상업고등학교를 나와 1980년 하나은행 전신인 서울은행에 입행하며 '행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는 행원 일을 하면서도 야간으로 단국대 회계학과에 진학해 학업의 꿈을 놓지 않았다.

이후 서울은행 수지지점장을 거치고, 하나은행과 통합 후 하나은행 남부지역본부장, 전무, 충청영업그룹 대표를 역임했다. 2015년 9월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법인인 KEB하나은행의 초대 은행장에 선임됐다. 

함 부회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급여·인사·복지제도 통합을 이뤄내며 '완전한 통합'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순익 1조원 클럽도 달성했다. 함 부회장이 하나은행 통합 은행장으로 재직했던 2015년부터 2019년 초까지 하나은행의 순이익은 6413억원에서 2조924억원으로 급증했다.

김정태 회장과도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 온 그는 조직장악력, 이해도 등의 부문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난해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도 함 부회장은 김 회장과 함께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경영능력에서는 이미 검증이 끝났다는 평가다.

다만 함 부회장은 해소되지 않은 법률리스크가 있다. 채용비리 1심 판결이 여전히 나오지 않은 점과 금감원의 하나은행 사모펀드 제재심에 따른 금융위 결정 건, 하나은행이 법원에 제기한 금감원 관련 업무정지등처분취소 소송 건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그간 업계에서는 이달 25일 예정된 함 부회장의 채용 비리 관련 1심 선고 이후 차기 회장을 내정할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함 부회장의 승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사진=서울와이어 DB

◆비은행 강화와 디지털 전환 등 과제 산적  

하나금융에는 앞으로 풀어나갈 과제가 산적해 있어 함 부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하나금융은 국내 5대 금융그룹에서 KB금융과 신한금융에 이어 ‘만년 3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는 적극적으로 비은행 계열사를 확장하고 있고,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금융권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처럼 금융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키를 잡은 함 부회장의 체제는 디지털 전환 성과와 비은행 자회사의 수익성 강화, 해외 사업 수익 기여도 확대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4월 4998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등 비은행 자회사 펀더멘털을 개선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다만 같은 은행지주 계열사인 KB증권, NH투자증권과 비교해 아직 실적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하나손해보험(구 더케이손해보험)도 아직 그룹 내 이익은 미미하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은행 등의 디지털 전환과 해외사업 추진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하나금융은 기존 ‘부회장-총괄-부서’ 3단계의 조직 체제를 ‘총괄-부서’ 2단계로 단순화했다.

한편, 최종 단독 후보가 된 함 내정자는 다음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임기 3년의 하나금융그룹 차기 대표이사 회장으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