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95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7% 증가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95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7% 증가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국내 은행권의 퇴직연금 상품 수익률이 지난해 1%대로 주저앉았다. 그러나 은행이 퇴직연금에서 거둬들인 수수료는 연간 7000억원대로 1년 새 1000억원 넘게 불어나면서 은행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1.02%로 전년 대비 0.53%포인트 하락했다. 확정기여(DC)형은 0.81%포인트 떨어진 1.59%, 개인형퇴직연금(IRP)은 1.07%포인트 하락한 1.91%로 집계됐다.

DB형은 은행의 운용 성과와 별개로 퇴직 근로자에게 정해진 금액을 내주는 반면 DC형은 근로자가 자신의 적립금을 직접 투자처에 분배해 연금을 불릴 수 있다. IRP는 근로자가 은퇴 시 받은 퇴직금을 운용하거나, 재직 중인 근로자가 DB·DC형 외에 추가로 돈을 적립해 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DB형 퇴직연금은 수익률이 0%대에 그친 은행들도 있었다. IBK기업은행은 0.89%, NH농협은행이 0.96%, DGB대구은행이 0.9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DC형 퇴직연금은 제주은행 1.12%, 광주은행 1.37%, 기업은행 1.42%, 농협은행 1.54%, BNK부산은행 1.59%, BNK경남은행 1.90%로 수익률이 평균을 밑돌았다.

IRP 퇴직연금 수익률도 제주은행 1.07%, 광주은행 1.37%, 기업은행 1.46%, 농협은행 1.54%, 부산은행 1.59%, 경남은행 1.90%로 평균보다 이하였다. DB형과 IRP형에서 1위를 차지한 하나은행의 수익률은 각각 1.36%, 2.72%였다.

문제는 국내 기준금리가 인상기에 접어들고 주식 시장이 호황을 이어갔음에도 퇴직연금 수익률이 저조했다는 점이다. 제로 수준에 머물던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지난해부터 상승하기 시작했지만 퇴직연금 상품에는 수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는 연중 3300선마저 넘어서며 랠리를 이어갔다. 연말에 접어들며 하강 국면을 보였지만, 코스피 지수는 연초 대비 1.1%(33.2포인트) 오른 2977.65로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증시 활황도 퇴직연금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다.

반면, 지난해 은행권의 퇴직연금 수수료 수익은 총 728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2억원(16.5%) 증가했다. 신한은행(1552억원)과 KB국민은행(1467억원), 하나은행(1040억원)의 연간 퇴직연금 수수료 수익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금융사의 수익이 증가한 것은 관련 시장이 꾸준히 성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95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7% 증가했다. 이는 개인연금은 물론이고 국민연금 적립금 증가율보다도 높다.

다만,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수익률은 2021년 기준 2.01%로 소비자물가상승률 2.5%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막상 퇴직급여를 수령할 때의 연금 선택 비율은 건수로 3.3%, 금액으로는 28.4%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노후준비를 위해 퇴직연금을 필수로 생각한다.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퇴직연금 시장도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퇴직연금 수수료의 적정성을 둘러싼 불만은 더 커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자산이 늘어나면서 은행의 수수료 이익이 확대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수익률은 하락하고 금융사의 수익만 증대되는 현실은 고객 입장에서 불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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