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급 실적 달성에도 리더십 도마에 올라
포항시·정치권 지주사 서울 설립 반대로 사면초가
일부주주, 배당성향 약속어긴 최 회장 비난목소리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위기를 맞았다. 연임 첫해 역대급 실적을 이뤄낸 것은 물론 포스코 지주사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나 연이어 터진 논란으로 고심한다. 사진=포스코그룹 제공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위기를 맞았다. 연임 첫해 역대급 실적을 이뤄낸 것은 물론 포스코 지주사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나 연이어 터진 논란으로 고심한다. 사진=포스코그룹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다음 달 지주사 출범을 앞두고 난관에 봉착했다. 포스코의 배당을 둔 일부 주주의 비난이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지주사 서울 설립 반대를 주장하는 포항 지역민들의 반발도 거세졌다.

최 회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하면서 임기가 2024년까지 연장됐다. 그는 연임 첫해 역대급 실적을 이뤄낸 것은 물론 포스코 지주사 전환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터진 논란으로 경영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다음 달 지주사 출범 앞두고 포항시·정치권 반발

포스코는 지난달 2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참석 주주의 89.2% 찬성으로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확정했다.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상장사로 3월2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지주사 체제 속에서 철강과 신사업 간 균형성장을 가속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시장에서 포스코에 가치가 재평가되길 기대했다. 이에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를 서울에 두기로 결정했다.

포스코의 물적분할 이후 포스코홀딩스는 지배구조 최상단에서 철강회사를 비롯한 포스코케미칼·포스코에너지·포스코인터내셔널·포스코건설 등의 계열사를 자회사로 둔다.

지주사 위상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인다. 포항 시민·사회단체, 정치인들은 이 같은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지난달 주총이 열린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밖에서는 포항 시민단체, 포항시의회, 경북도의회 등은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최 회장은 당시 주총에서 “지주사로 전환하더라도 포스코 본사는 여전히 포항에 있다. 수익과 세금도 포항에 납부한다”며 “지주사의 주소지를 어디로 할 것인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수습에 나섰다.

최근 포스코의 지주사 서울 설립은 단순 기업의 문제가 아닌 정치권 이슈로 번졌다. 여야 대선 후보들까지 지주사 서울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들은 포항시에 힘을 실으면서 최 회장은 사면초가에 놓였다.

포스코는 입장문을 통해 “지주사 출범으로 인한 포항·광양지역 인력 유출이나 지역 세수 감소는 전혀 없다”며 “포스코의 본사는 여전히 포항”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과 포스코의 해명에도 여론은 점차 악화하는 모습이다.

포항시는 그간 포스코가 지역발전 약속 이행을 지키지 않고,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도 지역사회와 소통·협의 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포스코 지주사 전환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최 회장과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포스코의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고 지주사 전환이라는 숙원을 해결했지만 예상치 못한 반발에 부딪혀 고전하는 상황”이라며 “포스코의 물적분할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는 등 지주사 전환 후 신사업 추진에 다소 제약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역 주민 달래기에 주력하지만 성난 민심은 쉽사리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주주들의 불만도 여전하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역 주민 달래기에 주력하지만 성난 민심은 쉽사리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주주들의 불만도 여전하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소액 주주들 “최 회장이 배당 약속 안 지켜” 불만

최 회장은 지역 주민 달래기에 주력하지만 성난 민심은 쉽사리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주주들의 불만도 여전하다. 포스코의 역대급 배당과 자사주 소각, 철강회사 비상장 등 주주친화정책 약속에도 일부 주주는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달 5일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앞두고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2022년까지 연결 배당성향 30% 수준 유지와 기업가치 증대를 고려해 최소 1만원 이상 배당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도 “배당성향을 30%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포스코는 지난달 28일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5000원을 배당한다고 공시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분기 배당으로 1만2000원을 배당했기 때문에 2021년 총 배당금은 주당 1만7000원이다. 2020년(8000원) 배당액보다 늘었다. 총 배당액도 2020년(6203억원)보다 2배가량 증가한 1조2856억원이다.

회사는 2021년 최대실적을 견인하면서 연결기준 순이익은 전년 대비 302.5% 증가한 7조1960억원을 기록했다. 배당성향이 30%가 되려면 주당 2만8500원 이상을 배당했어야 하지만, 오히려 줄어들었다.

최 회장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를 달래기 위해 이 같은 약속을 내놨지만 불과 한달 만에 깨졌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부 주주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가 주주서한에서 언급한 배당성향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서 주주들의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포스코 측은 물적분할 이후 기업공개(IPO)를 통한 상장은 하지 않겠다고 정관에 특별결의를 추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들의 불만은 배당 문제도 있겠지만 회사가 약속을 어겼다는 것에 대한 실망도 컸을 것”이라며 “최 회장이 직접 주주서한을 통해 배당성향을 약속한 만큼 신뢰 회복을 위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의 논란을 두고 대통령 선거 이후 정치권 공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가 외부 논란을 뚫고 올해 지주사 체제 안착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앞으로 행보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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