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단지 내 실외기 AS 불가능해
두산중공업 "실내에 설치 가능하지만 준공일정 지연돼"
설치업체도 고민, 지속적인 민원에도 강서구청 '무응답'

 

등촌두산위브 아파트에서 하자 문제에 이어 실외기와 관련된 논란이 발생해 예비입주민들의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예비입주민 제공
등촌두산위브 아파트에서 하자 문제에 이어 실외기와 관련된 논란이 발생해 예비입주민들의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예비입주민 제공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사전점검 하자 문제로 불거진 등촌두산위브 아파트 예비입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이번엔 실외기 사후관리서비스(AS) 불가 문제로 원성이 높다.

◆준공 이후 AS '불가능'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사전점검 과정에서 수많은 하자가 발견돼 입주민들의 불만이 심화된 등촌두산위브 아파트에 또 다른 논란이 발생했다. 이번엔 에어컨 실외기가 논란이다. 최근 신축된 건물 대부분은 실외기 거치대를 외부에 설치하지 않고 내부에 설치한다. 두산등촌위브 실외기 거치대는 외부에 설치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등촌두산위브 전용면적 59㎡ 예비입주민은 관련 업체에 실외기 에어컨 설치·AS 등을 문의했다. 업체 측은 설치는 가능하나 준공 이후 AS는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위험성 문제로 실외기 AS 자체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기존에 시스템에어컨 옵션을 선택한 예비입주민뿐만 아니라 개별 에어컨을 사용하려는 17세대도 준공 이후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설치업체 관계자는 “해당 단지 외부 거치대를 살펴본 결과 장비와 인력을 활용하면 실외기 설치와 AS가 모두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 1월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고층에서 실외기를 설치나 AS 작업을 할 때 상반신이 외부로 나갈 수 없게 돼 시도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해당 단지 실외기 거치대는 다용도실(보일러실) 아래 벽면에 위치했다. 창호 전체를 개방해도 실외기가 들어오기 힘들 만큼 여유공간이 부족해 AS 기사가 실내에서 실외기 작업을 진행하기 힘든 환경이다.

이 때문에 예비입주민들은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 실외기 설치업체도 고민이 많다. 예비입주민이 충분한 보상을 약속해도 꺼리는 상황이다. 예비입주민이 삼성과 LG 등에 문의한 결과 준공 이후 AS를 할 수 없다는 확답을 들었다. 현재 시스템에어컨 실외기 설치를 담당한 LG가 작업을 진행할지도 미지수다. 이대로 설치할 경우 실외기는 한번 고장 나면 더이상 고칠 수 없는 ‘1회용’ 신세가 된다.

예비입주민 A씨는 “실외기 설치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입주 이후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고장나면 우리는 어디에 문의해야 하냐. 전문가가 진행해도 위험한 작업을 일반인이 해야 되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두산등촌위브에 설치된 외부 실외기는 중대재해처벌법 등 이유로 준공 이후 AS작업이 불가능하다. 사진=예비입주민 제공

◆입주민 대책 무시, 반발↑

물론 AS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외부 사설업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설업체에 해당 단지 실외기 수리 작업을 문의한 결과 예상비용은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책정됐다. 부르는게 값이라는 의미다. 무엇보다 AS를 시도하는 자체가 중대재해처벌법에 위반되는 상황이다.

예비입주민들도 사설업체의 입장은 이해한다. 그래도 실외기 수리 부분에만 몇백만원을 투자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사설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전문가들도 꺼려하는 가운데 우리도 비용을 높게 부를 수밖에 없다”며 “사고는 어느 순간에 어디서 발생할지 모른다. 목숨을 걸고 작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입주민들은 시공사인 두산중공업과 조합, 관할 지자체인 강서구청 주택과에 2가지 대책을 제시했다. 먼저 실외기를 내부에 설치하는 방안이다. 시공사는 예비입주민의 요구에 따라 실내에 실외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준공 일정이 지연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조합 측은 비용이 부담돼 현실적으로 재공사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이처럼 조합과 시공사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준공 이전에 재시공이 결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대기업 등과 협의해 AS를 보장하는 확약서나 보증서를 받는 대안도 요청했다. 외부 실외기 거치대를 여유공간이 부족한 곳에 설치해 상황을 초래한 만큼 책임지고 협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험부담에 따른 비용을 먼저 지불하는 등 방법을 고려해 입주민들의 우려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계약할 때 실외기가 외부에 달려있음을 분명하게 통지했고 모두 설명했다”며 “유지 보수차원에서 협의를 진행하는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시행사에서 전달받은 설계에 따라 공사를 진행했다. 도면대로 설계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예비입주민들과 협의해 나가는 상태다. 지속적으로 사후 대책 마련 등 해결책을 찾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예비입주민들은 강서구청도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예비입주민들은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동안 관련 문제를 기관과 지역구 의원, 국민청원, 시공사 홈페이지 등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시했으나 하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한 상황이다.

예비입주민 B씨는 “지역을 책임지는 강서구청은 더이상 외면하지 말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입주민들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예비입주민 C씨는 “입주민들이 직접 세부적인 대책을 제시해도 상황이 진전된 것이 없다”며 “시공사가 준공 날짜를 맞추기 위해 공사를 강행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도대체 왜 입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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