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하나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지난해 12월 한 달 새 시중에 풀린 돈이 24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 당국의 대출 옥죄기에도 ‘유동성 파티’가 지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국회에서 적자국채까지 발행해 대규모 추경까지 편성할 경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반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17일 한은의 ‘2021년 12월 통화 및 유동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시중 통화량은 광의통화(M2) 기준 3613조원으로 전월 대비 23조8000억원(0.7%) 늘면서 역대 최대기록을 이어갔다. 전달 대비 증가액은 1년 전과 비교하면 13.2%나 늘었다. 

전년 같은 달 대비 증가율은 2008년 11월(14.0%) 이후 13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시중 유동성은 400조원 이상 폭증하며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의 협의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등의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다.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금을 뜻한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M2는 한 달 새 14조4000억원 늘었다. 

M2가 늘어나는 것은 정부의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여파로 주식등 위험자산을 떠난 자금도 있지만 정부에서 지급한 재난지원금 등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저축은행 등 금리가 높은 정기예적금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3월 퇴임 전 마지막으로 열리는 오는 24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중 유동성은 눈에 띄게 줄어들지 않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재정 긴축 예고에 국내 물가는 3%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금리가 기존보다 오르긴 했지만 아직 완화적이고, 지금도 유동성 확장 정책을 펴고 있어 시중 유동성이 여전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선 2월 기준금리 인상이 적기라는 관점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률은 낮아지고 경기는 둔화할 것이기 때문에 하반기 금리 인상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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