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법정 최고금리 24%→20%
담보대출 비중 처음으로 절반 넘어
담보 없는 저신용자, 사금융 내몰려

대부업 광고 전단 전화번호. 사진=연합뉴스 제공
대부업 광고 전단 전화번호.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체가 급전 신용대출을 줄이고 부동산이나 차를 요구하는 담보대출을 늘리고 있다. 마땅히 담보를 잡힐 재산이 없는 저신용자들은 '3금융권'에 속하는 대부업계에서마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제도권을 벗어난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나는 실정이다.

◆법정 최고금리 내려가면서 담보대출 비중 늘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금리 신용대출 위주의 사업을 하던 대부업체들은 신용대출보다 담보대출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법정 최고 금리가 24%에서 20%로 내려가면서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담보대출 비중은 처음으로 대부업 전체 대출의 절반을 넘게 차지했다. 대출 잔액 14조5141억원 중 담보대출은 7조5390억원으로 51.9%를 차지했고, 신용대출은 6조9751억원으로 48.1%에 그쳤다. 

대부업 담보대출 비중은 금융당국이 최고금리를 27.9%에서 24%로 낮춘 첫해였던 2018년 말 32.2%를 기점으로 2019년 말 44%, 2020년 말 49.3%로 꾸준히 늘어났다. 

통상적으로 대부업계에서 소액을 담보 없이 빌려주는 급전 신용대출은 해당 대부업체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판가름하는 지표였다. 그러나 담보대출 비중이 신용대출 비중을 넘어서면서 대부업의 영업 형태가 은행이 아닌 전당포에 가까워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대출심사가 강화되면서 저신용자들은 합법적인 대출시장에서 이탈해 불법 대출에 내몰리고 있다. 2018년 최고금리가 24%로 인하됐을 당시, 26만명이 대출 만기 이후 제도권 대출 승인이 막혔다. 이 중 4만7000명이 불법 사금융에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사금융 이자율 50% 달해, 금융사기 피해도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는 '이자 부담 완화'와 '금융 이용 축소'라는 양면이 대립한다. 정부는 법정 최고금리를 낮춰 고금리에 신음하는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이나 우려되는 점은 저신용·저소득층이다. 

비교적 안정적인 신용도를 보이는 '중신용자'나 '중저신용자'들은 문제가 될 게 없지만 담보조차 없어 대출 문턱의 경계에 서 있는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불법 사금융 업체가 차주들로부터 받는 평균 이자율은 연 46.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법으로 규정한 금리 상한선 연 20%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들이 대출사기나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피해를 볼 가능성도 높아진다. 최근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대출이 막힐 수 있다는 불안심리를 이용해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 대부 스팸 문자와 보이스피싱 문자가 급증했다. 금융취약계층이 금융사기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대다수 차주의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심사를 이전보다 까다롭게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을 보호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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