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난 10년간 상급종합병원 외래 내원일수 19%↑
의원급 의료기관 외래 내원일수 35.5%→30.8%로 감소
호주, 공공보험 혜택 받기 위해선 1차 의료부터 받아야
1차 의료 서비스 질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제도 큰 역할

국가는 발전할수록 지식산업을 통한 혁신성장을 도모한다. 의료는 기술과 지식의 집합체다. 기술발전과 제도혁신이 일어나면 의료서비스의 질도 향상된다. 의료서비스 수준이 그 나라 발전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정부·의료관계자·국민 모두 의료산업에 관심이 높아졌다. 선진국 의료혁신사례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국내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하다. 간단한 질병치료나 상담도 대형병원에서 이뤄진다. 전문가들은 각 의료기관의 역할이 다른데, 간단한 외래진료부터 어려운 수술까지 모두 대형병원에 쏠린 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 간단한 외래상담도 대형병원에서 ‘비효율 초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지난 10년간 의료기관 종별 진료비 점유율 자료를 보면, 종합병원은 외래가 19%, 입원이 7% 늘었다. 반면 외래 환자를 중심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외래 내원일수가 8% 줄었다. 사진=픽사베이
지난 10년간 종합병원은 외래가 19%, 입원이 7% 늘었다. 반면 외래 환자를 중심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외래 내원일수가 8% 줄었다.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의료기관 종별 진료비 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상급종합병원 외래 내원일수는 19%, 입원일수는 12% 증가했다. 종합병원은 외래가 19%, 입원이 7% 늘었다. 반면 외래 환자를 중심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외래 내원일수가 8% 줄었다. 입원일수는 49% 급감했다.

진료비의 경우 상급종합병원 점유율은 25.8%에서 28.2%로, 종합병원은 23.8%에서 27.0%로 높아졌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합친 진료비 점유율이 60%에 달한다. 반면 의원급 의료기관은 2010년 35.5%에서 2020년 30.8%로 줄었다.

보건복지부가 정한 의료기관 종류별 업무범위 고시를 보면 상급종합병원은 입원환자 대상 고난이도 치료와 중증질환을 맡고, 종합병원과 병원은 일반적인 수술과 장기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 환자를 진료한다.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은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간단하고 흔한 질병, 예방·상담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최근 추이를 보면 간단한 외래 상담도 대형병원에서 이뤄진다. 김 의원은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환자 개인에 맞는 적절한 의료를 제공하지 못하고, 환자 쏠림으로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보장할 수 없다”며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해 의료기관 종류별 기능과 역할을 시급히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 병원치료 마치면 추적관찰 위해 다시 의원으로 

호주의 전국민 건강보험인 ‘메디케어’ 제도를 보면 환자가 공공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1차 의료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사진=픽사베이
호주의 전국민 건강보험인 ‘메디케어’ 제도를 보면 환자가 공공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1차 의료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사진=픽사베이

1차 의료기관은 찾는 환자가 감소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호주 사례를 통해 대형병원 쏠림 문제를 막기 위한 방안을 살펴봤다.

2020년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가 펴낸 ‘국내 1차 의료 및 공공보건의료 발전방향’에 따르면 호주의 경우 건강보험 체계가 환자를 1차 의료로 유도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호주의 전 국민 건강보험인 메디케어제도를 보면 환자가 공공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1차 의료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전문의가 진료하는 환자는 1차 의료 의사가 의뢰한 경우에만 건강보험을 적용받는다.

또 1차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제도 운영한다. 1차 의료 의사의 진료 서비스를 평가하고 정부는 다양한 재정적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호주의 특별한 시스템 중 하나는 수술 후 병원에서 필요한 치료를 마치면 추적 관찰을 위해 환자를 1차 의료 의사에게 다시 보낸다. 1차 의료 기관이 환자 초진과 치료 후 관리까지 맡는다.

윤보영 이화여자대학교 임상보건융합대학원 연구원은 “우리나라 1차 보건의료 기관들이 충분한 서비스 역량을 갖추지 못한 점도 대형병원 선호현상의 원인 중 하나”라며 “호주처럼 1차 의료기관을 평가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인센티브 도입은 국내에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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