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빈 기자
고정빈 기자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1억원 이하 저가아파트가 투기꾼들의 ‘장난감’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수수방관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국에서 법인·외지인이 거래한 저가아파트(공시가격 1억원 이하)는 8만9785건이었다. 이 가운데 총 570건의 위법 의심사례를 적발했다.

2020년 7월 29.6%에 불과했던 법인·외지인 거래는 12월 36.8%로 늘었고, 지난해 8월 51.4%로 급등하는 등 증가세를 보였다.

대부분 다주택자인 매수자들은 지방 중심으로 주택을 사들였다. 이들은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법인 명의로 아파트를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은 부동산규제가 덜하고 가격이 수도권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투기꾼들은 그중에서도 저가아파트를 활용했다. 정부가 2020년 보유주택 수에 따른 취득세율(최대 12%)을 적용하는 7·10 대책을 발표했으나 1억원 이하 아파트는 기본 세율이 적용돼서다. 발표 당시 일부가 법안을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그대로 진행됐고 결국 저가아파트는 투기수요로 전락했다.

왜 국민·전문가의 의견을 듣지 않고 시장교란 행위를 초래했는지 의문이다. 투기꾼들을 얕본 것인지 국민의 목소리를 귓등으로 들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저가아파트 매물은 자연스럽게 줄었다. 무주택자들은 선택지가 줄었고 내집마련은 더욱 멀어졌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

정부도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나서긴 했다. 지난해 4월에는 부동산시장 교란행위 예방을 위한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을 신설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해 11월 “시장교란 행위는 유형·빈도·파급효과를 불문하고 끝까지 추적해 수사 의뢰 등 엄중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악행을 일삼는 투기꾼들은 콧방귀만 뀐다. 경고만 남발하고 해결한 것이 없는 정부의 무능력한 모습에 의기양양한 모습이다.

법인·외지인이 거래한 저가아파트 9만건 중 투기의심 거래가 고작 570건(0.6%)에 불과한 것도 믿기 어렵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엔 터무니없는 결과다. 이례적인 집값 급등을 이끈 문재인 정부는 시장 교란행위를 잡지 못했다.

현 정부는 늦었다. 엉망으로 변한 부동산시장을 바로잡는 건 이제 차기 정부의 몫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등 관련 기관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시장 교란행위에 가담한 기관과 관계자들은 책임감을 갖고 차기 정부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수요자들과 시장안정화를 위한 확실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