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국제사회가 들끓고 있다. 지난달 25일 러시아는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와의 영토 분쟁을 전쟁으로 해결하려 했다. 미국·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들은 직접적인 개입은 피하면서도 즉각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했다.

최근엔 강도를 더욱 높였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는 유럽연합(EU)의 대러 제재 결정을 고려해 오는 12일부터 러시아 은행 7곳과 러시아 내 자회사를 결제망에서 배제한다.

SWIFT는 200여개국 1만1000개 은행을 연결하는 국제 통신망이다. 여기서 배제된 은행은 국제 금융시장 접근이 극도로 제한된다. 수출입 결제를 위한 화폐 이동을 차단함으로써 사실상 물류 공급을 막은 것이다.

서방의 경제제재 여파는 금융시장으로 빠르게 번졌고, 러시아 증시에서 주요 주가지수는 곤두박질쳤다. 이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가 러시아의 국채신용 등급을 투기등급(정크)으로 6계단씩 낮췄다.

신용등급 강등은 루블화 가치를 사상 최저로 떨어뜨렸다. 3일(현지시간) 오전 모스크바 외환거래소에서 루블화 환율은 달러당 117.5루블, 유로당 124.1루블까지 치솟았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만 해도 1달러당 75루블 수준이던 러시아 통화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이제 국가 부도까지도 걱정해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신용등급과 화폐 가치의 하락으로 당장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7억 달러(약 8400억원) 규모의 국채 상환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추가 하락을 막으려고 기준금리를 기존 9.5%에서 20%로 끌어올렸다. 극단으로 내세운 조치도 효과가 신통치 않은 듯하다.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러시아가 손실을 막기 위해 루블화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 1일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15%가 넘게 폭등하기도 했다. 

이마저도 주요 7개국 모임인 G7(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에서 비트코인을 통한 금융 활동을 막을 것을 예고했다. 조만간 막힐 가능성이 있다. 실제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5곳(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도 러시아 IP 주소 차단과 모니터링 강화 등에 나서며 제재에 동참했다. 

핵전쟁까지 언급하며 파멸을 예고했던 러시아는 정작 ‘금융 핵’을 맞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제와서 전쟁을 물리자니 세계 2위 군사 강국으로서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날 것이고, 계속 이어가기에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 

러시아가 기억해야 할 것은 전쟁에서 최적기의 종전은 없다는 것이다. 전쟁을 멈추는 그때만이 최고의 순간일뿐이다. 경제제재를 맞고 피폐해져가는 자국 상황을 묵인하면서까지 전쟁을 이어가는 러시아 정부에게 묻고 싶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진정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인과 자국민들의 고통은 결과를 위한 필요적 희생이라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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